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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 도시를 비우고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야
  • 입력 2023-08-26 06:05
  • 수정 2023-08-26 06:05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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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지구촌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났더니 이제는 하와이, 캐나다, 호주, 그리스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동시다발적 대규모 지구촌 재난은 이제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봄에 홍수와 가뭄으로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러한 전지구적 재난은 지구촌 인구의 팽창에 따른 과도한 도시화 및 생산 소비로 인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적 재난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작금 발생하는 재난이 초래된 원인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지구온난화, COVID-19재난들은 지구상에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한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 및 오염이 주요 원인임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즉 이들 재난은 야생동물 서식지파괴, 비위생적 대량 가축생산 등 자연과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즉 인간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로 이산화탄소가 과다 배출되어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였으며, 지구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지구생태계 회복을 위해 전 인류가 함께 힘을 합쳐 최악의 사태를 지연시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조경분야에서는 맥하그 교수가 일찍이 1960년대부터 생태적 계획을 주장했고, 그의 책 『Desigh with Nature』에서는 도시와 주거의 계획 시 지구상 생태계 건강을 최우선적 가치로 하는 계획방법과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건설 분야에서 생태적 세계관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제 6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차원에서 생태계획의 부활이 요구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인간정주환경 조성’의 정신을 되살려 지구적 재난에 대처할 때이다.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하여는 산업화 이전 본래의 생태적 자연으로 회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공기, 물, 흙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와 지구가 답이다. 일찍이 60여 년 전부터 생태계획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생태적 고려를 정주환경계획에 도입한 조경가들이 주도적으로 인공화 및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난극복에도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지수화풍을 주요 관점으로 하는 정주환경 조성을 위한 풍수원리가 내려오고 있다. 땅의 모양, 물의 흐름, 태양의 향, 공기의 흐름을 주로 고려하는 양택과 음택의 배치에 기초하는 정주공간 조성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인간은 태초에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에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극도로 인공화된 콘크리트 정글의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는 극도로 인공화된 도시를 산업화 이전의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러나 도시의 인공물들을 일시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차선책은 기존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개조하고 녹화하여 도시 속에 자연을 최대한 도입하는 것이다.


더욱 이상적인 방법은 도시를 최대한 비우고 건강한 흙, 물, 태양, 바람으로 채워서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흙, 물, 공기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조경가들이 추구하는 기본적 목표이며, 따라서 조경가들은 사명감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전지구적 재난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미국의 철학자 켄 윌버는 그의 저서 『무경계』에서 많은 종교와 철학의 관점을 섭렵한 후 인간의 자아의식 단계에는 개인에서 초개아/인류로, 더나아가서 만물과의 합일의식까지의 스펙트럼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즉 개인, 자신만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표층종교로부터 개인을 포함한 인류/우주만물을 고려하는 심층종교까지 다양한 단계의 자아의식과 종교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조경가들은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와 우주만물을 배려하는 만물과의 합일의식을 지니고 살기 좋은 지구환경 만들기에 매진하여야 한다.

 

 

 

임승빈 /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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