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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2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의 정원은 그때와 비교해 보면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해 왔다고 생각된다. 우선 그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정원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인들의 열기가 뜨겁고, 전문화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정원 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련 비영리 단체도 많아지고 박람회도 다 가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문화 사회로 변해가는 길목에서 정원이 맞이하고 있는 시간처럼 보인다. 최근 정원디자인의 경향은 도면위에서 시작하는 디자인과 함께 시공 현장뿐만 아니라, 정원문화와 정원놀이로 진화해가는 중이다. 이와 같이 변화하고 있는 현장에서의 필자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요즘, 정원이 가장 많은 사람들을 깊이 만나고 있는 현장이 있다면 마을정원이다. 경기도 정원문화 박람회를 통해서 마을정원을 시작하게 됐고 박람회의 지속적인 문화 확장을 기대하고 시작한 것이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천 아파트 단지에서의 마을정원은 공동체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계기가 됐고, 마을의 특색을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안산 일동의 마을정원은 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정원과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마을 일자리까지 상상해보고 실천에 옮기는 계기로 발전되고 있다. 마을정원을 문화 복지사업으로 바라보면 좀 더 다양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원이 만나고 있는 새로운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우들의 문화예술 공간에 정원이 만들어지면서 장애우들의 예술 공간으로 자리하고 쉼터와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또한 추모공원에서는 정원형 수목장을 조성해 추모의 시간을 일상의 생활에서 쉽게 다가서게 하는 공간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추모의 형태가 아닌 고인을 만나는 다양한 추모문화공간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개인의 작은 정원도 미적 환경조성을 넘어 일상의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가든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여가 생활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간구성으로 디자인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디자인에서 시공까지 그리고 문화 프로그램까지 접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친환경 예술 공간을 조성하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원을 재미있게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정원을 통한 봉사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이 오랜 시간을 활동하면서 정원을 깊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이러한 봉사활동은 매년 꿈꾸는 정원(기부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도 연결돼 사회공헌 기회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푸르네 가든볼런티어’로 시작해 ‘한국장미회’로 발전한 민간단체 활동도 관심 가져 볼 수 있는 정원봉사라 생각된다. 또한 정원은 환경 조성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푸르네 놀이정원사가 그 이야기다. 전 세대별 정원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 진행을 놀이정원사들이 담당 하고 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는 정원을 통한 사회참여를 돕는 좋은 일자리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 한다”란 주제로 생활에 있어 정원이 주는 유익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앞으로는 “정원, 일상의 놀이가 되다”란 주제로 좀 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맞고 젊은 세대들에게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원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법 또한 SNS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러한 놀이가 될 수 있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자는 최근 안성으로 이사를 했다. 물론 정원을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정원 이야기도 “축제”가 되었고 내년에는 “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은 가든하우스에 앉아 새벽 아침을 맞이하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정원에 나가서 내 손으로 그리는 자연 예술을 가꾸고 있자면 평화롭기만 하다. 우리 가족만의 작은 정원이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공간이다. 역시 정원은 나에게 즐거운 놀이터이자 놀이가 되고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간이 되고 있다. 필자는 여러분과 함께 꿈꾸고 싶다. “정원 = 문화 복지사업”으로 발전시켜 자신의 일상이 충분히 깊어지고 정원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가 새롭게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방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정원을 가지고 충분히 놀 수 있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원이 일상의 놀이가 되고 있다. 이성현 / 푸르네 대표정원사, 푸르네정원문화센터 이사장, 한국정원협회 이사,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이사, 산림청 2기 정책자문위원
  • 최근 정원, 그리고 꽃과 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꽃과 나무를 공기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 중요성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최근 도시환경이 극도로 인공화되고, 도시열섬현상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도시에 자연을 도입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꽃과 나무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다. 한 도시 내에서도 생활환경의 질은 위치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데, 모두가 행복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 누구나 평등하게 높은 생활환경의 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생활환경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중에도 녹화를 통한 개선이 매우 효과적이다. 생활환경에서 꽃과 나무의 긍정적 역할은 잘 알려져 있는데, 환경적 측면에서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감소 등 공기정화와 습도 및 온도 조절, 임상적 측면에서는 빠른 치유, 심리적 측면에서는 정서순화와 집중력 증대, 경제적 측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가상승 등의 효과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커뮤니티가든 게시판에는 If you want to be happy for a lifetime, plant a garden.(평생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정원에 나무를 심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는데 이는 식물의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한 줄로 잘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즉 정원처럼 잘 가꾸어진 골목길이나 도시에서 산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꽃과 나무의 양에 관한 여러 지표가 있는데 보행자가 실제로 느끼는 식물의 양에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녹시율(시야에서 눈에 보이는 녹색의 면적 비율)이 사용된다. 녹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녹색식물이 많아야 되는데, 도시에는 꽃과 나무를 심을 공간이 부족하므로 우선적으로 자투리땅을 찾아 녹화하여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쌈지공원, 마을마당, 한평공원 등을 만들어왔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자투리 땅의 녹화와 더불어 최근에는 벽면녹화 혹은 수직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평면적 녹지의 확대가 한계에 이르면서 건축물, 교량 등 구조물의 수직면을 녹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수직면의 녹화는 녹시율을 높이는 데 있어서 바닥면 녹화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즉 동일한 면적이라 할지라도 보행자의 시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수직면이 바닥면보다 일반적으로 서너배 높은데, 다만 수분공급과 겨울철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식물관리를 고려한 수직면 녹화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하여 녹시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옥상녹화는 녹시율을 높일 뿐 아니라 빌딩의 냉난방 에너지를 줄이고 도시의 자연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다. 고층건물이 많아지면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데 옥상을 녹화하면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조감경관의 녹시율이 높아져 도시의 친환경 및 녹색 이미지가 향상될 뿐 아니라, 옥상활동 시의 녹시율 또한 높아지게 된다. 이와 같이 보행자 눈높이에서 바닥면과 수직면이 녹화되고 옥상마저 녹화된다면 녹시율이 거의 100%에 이르게 되어 도시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되고 행복한 도시에 이르는 중요한 조건 하나가 달성될 수 있다. 최근에는 실내녹화에도 관심이 높아져 실내에 녹색 식물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실내에 소규모 정원, 상자 텃밭, 벽면 녹화 등은 물론이고, 지하철역 등 햇빛이 없는 지하에도 광섬유, LED를 이용한 지하정원, 지하 텃밭 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실내, 실외를 불문하고 식물을 키울 수 있게 되어 인간이 거주하는 곳이라면 실내·외, 지상·지하 구분 없이 녹시율을 현저하게 높일 수 있는 시대가 돼, 그만큼 녹시율 100%의 녹색 이상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녹화 기술의 발전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외계층이 모여 있는 주거지의 골목길 혹은 가로의 녹시율이 타지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을 저소득층 주택가를 다녀본 사람은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소외계층의 다수 거주자는 수목이 많은 자연환경으로의 방문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따라서 소외계층이 많은 주거지일수록 더 높은 녹시율을 유지하여야 평등한 녹색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모두가 행복한 포용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꽃과 나무를 많이 심되 전체적으로는 지역별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즉 소외계층 주거지 생활환경의 질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일반적이므로, 낙후된 주거지에 우선적으로 녹지를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국민 모두가 뒤돌아볼 여유 없이 앞으로만 달려왔다. 지난 1996년에 29번째 OECD회원국이 되었으며, 2018년에는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일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불을 넘어서는 소위 ‘3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였다. 이와 같은 세계 7위라는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취에 비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행복지수는 이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인당 국민소득과 같은 국가의 평균적 순위를 높이는데 만 관심을 가져왔다면, 앞으로는 평균적 순위와 함께 국민의 개인간 상대적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행복지수를 국력에 맞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외계층의 무력감, 박탈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에 발맞추어 도시환경분야에서도 꽃과 나무심기를 통한 포용적 세상 만들기에 동참해야 한다. 포용적 세상은 국가나 일부 복지단체의 시혜적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 모두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한마음으로 참여해서 만들어야 지속가능하고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속가능한 포용적 세상을 위하여는 창문 밖에 화분하나 더 놓기, 골목길 담장에 덩굴식물 올리기, 자투리땅에 꽃과 나무심기와 더불어 잡초 뽑고 물주기 등 국민 개개인이 각자의 소득 수준을 불문하고 생활공간에서 나름대로 녹색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 및 시민단체의 기술적 지원, 그리고 행정에서의 지역간 형평성을 고려한 녹시율 확대정책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만드는 포용적 세상은 ‘모두가 누리기만 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서 함께 만드는’ 포용적 세상이며, 이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그린유토피아가 만들어질 수 있다.
  • 07. 정원이 말하는 파리공원/영등포공원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은 사소한 것들입니다. 대상 자체가 보잘것없는 것일 수도 있고, 큰 사건에 담긴 미미한 측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소한 것들은 우리가 사소하게 대할 뿐 사소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으며 진지한 사고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들이 곧 ‘삶의 정곡’일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본디 과녁의 한가운데는 작은 점일 뿐입니다.” _ 김용석, 『사소한 것들의 구원』(천년의상상, 2019), p.4. 아이는 이제 아침이면 “앗치임!!”을 외치며 밖으로 나가자 조를 정도로 컸다. 엄마, 아빠가 환한 창밖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한참을 혼자 기다리다가 얼굴을 만지고 손을 잡아끌며 기침을 재촉한다. 그리고 26개월의 아이는 말이 부쩍 늘었다.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몇 가지 자신의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사고 친 후(?) 건네는 조심스런 “이안해~!”를 들으면 아이는, 사람은 동물이 될 수 없음을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이뿐일까, 사소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아이의 말들은 앞으로 더 늘어갈 것이다. 요즈음 공원과 놀이터에 빠진 아이는 나무마다 조막손으로 다독이며 “안녕~” 인사한다. 마치 저보다 먼저 온 생에 기쁨을 표하는 듯 큰 나무마다 재미 붙여 반복한다. 작은 사건이 큰일을 부를 때 우리는 이것을 트리거라 말하곤 한다. 티핑포인트, 터닝포인트라는 말로도 부르곤 한다. 우리 공원녹지사에서도 이런 일이 몇 가지 있었다. 특히 생활공간에 필요한 공원을 성찰하게 하는 계기로 돌아보아야 할 사례가 있다. 영등포공원과 파리공원은 그 대표 주자이다. 한 때 우리 공원에는 정원을 만들 수 없었다. 이름이야 얼마든지 붙여두고 공간을 구분하곤 하였지만 공식적으로 정원은 공원시설이 될 수 없었다. 공원에 정원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욕구는 법을 뛰어 넘는 일이어서 법제가 갖추어지지 않았더라도 정원은 이미 공원과 녹지, 조경공간 어디에서든 생활을 채우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었다. 근대 도시계획으로 생성된 해외의 많은 대도시에서는 포켓파크가 공원이자 정원의 역할을 하였고 우리에게도 그런 틀이 쌈지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정원은 “저 푸른 초원 위” 이상적인 소유 공간이어서 공원에 그것을 명징하게 두는 것은 우리 사정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세기 말을 지나며 정원과 가드닝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게 되자 드디어 자연을 체험하고 체감하려는 욕구가 요구가 되었고 공감이 형성되며 도시농업공원이라든지 수목원법이라든지 하는 과감한 명칭의 법제가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 여기 바탕에는 우리 사회는 그만큼 민주화 되었고 각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체계가 되었던 듯 작고 사소한 일상의 무엇보다는 크게 합의하고 동의할 수 있는 이름부터 기준으로 정했던 것이다. 아직 세세한 기준이나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거기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영등포공원 한편에 가꾸어졌던 텃밭은 그런 저간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로 공공의 정원으로서 가드닝 활동의 공간을 공원에 부수적으로 조성해 수요(요구)에 대응한 것이다. 이 공원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여기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곳이 선유도공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영등포공원은 영등포역과 연결되는 공간적 특성을 가진 곳이었다. 우리 산업의 중심지였던 일대를 철도로 연결하던 중요한 곳이었던 만큼 역사적인 도시공간임에 틀림없다. 이 공원은 이전엔 맥주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전국으로 무게가 상당한 맥주 원료와 제품을 실어 나르기에 이곳만한 위치가 없었을 것이다. 맥주를 담그던 그 육중한 시설들은 공장 이전에 따라 모두 철거되었고 이 장소는 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맥주공장이었던 장소의 기억은 지금 호리병 같은 조형물의 커다란 맥주 담금솥으로 남아 있다. 바닥에는 서울을 상징하는 조형의 광장이 있고 벽천과 잔디밭, 계류 등 숲속 풍경 같은 공원의 모습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맥주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OB맥주 영등포공장(영등포구영등포동582)이 설립된 지 64년 만에 철거된다. OB맥주는 지난해 말 공원용지로 서울시에 매각한 영등포공장을 지난달 10일부터 가동중단 상태에서 3일부터 시설철거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부지면적이 1만9천4백91평인 OB맥주 영등포공장은 1천1백39억 원에 매각됐는데, OB측에서 이 달 말까지 시설철거 작업을 완료하면 서울시에서 녹지확충 5개년계획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하게 된다. 철거되는 OB맥주 공장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12월 일본 기린맥주가 설립한 ‘소화기린맥주'가 전신. 이보다 4개월 앞서 대일본맥주가 설립한 조선맥주와 함께 양사체제로 국내 맥주산업을 이끌어 오다 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인 주주인 두산그룹의 초대회장 박두병(朴斗竝)씨에게 경영권이 인계됐다. 이에 따라 48년 2월 회사이름도 동양맥주로 바뀌고 상표도 OB맥주로 바뀌었다.” _ “OB영등포공장 64년 榮辱 마감-서울시서 공원 조성,” 중앙일보 1997년 2월 4일 기사 중 수줍게 남겨진 대형 솥과 너른 광장 바닥에 방향별로 놓인 상징적인 조형은 우리 공원이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고 그러한 태도와 방법은 선유도공원에 적극 반영되어 세계적인 공원이 탄생하게까지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공원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장소의 특성과 쓰임이 크게 변화하는 중요한 지점이었고 텃밭정원이 들어설 만큼 최신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월이 녹아 있고 역사와 산업의 기억이 거쳐 간 곳이라는 점은 두고두고 보아야 할 점이다. 이러한 공원 조성의 태도 변화 이면에는 공간시설로 도시의 한 구성요소로 제작되었던 이전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돌아보아야 함을 지적해준다. 우리 공원 역사에 대한 성찰의 지점이 되는 것이다. 예민하지 않더라도 조경공간의 진화와 지속적인 생활화를 고민하는 우리들이라면, 도시의 생활공간화가 주인공들의 욕구와 요구에 반응해야 함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도심의 수많은 근린공원들이 그저 눈에 보기 좋은 녹색의 공간으로 물체처럼 놓여있지 않도록 우리가 성찰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우리 도시에 공원이 공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은 올림픽공원이나 아시아공원 같이 정부 주도의 대형공원이 주를 이루었다. 동시에 쌈지공원이라 부르며 생활권 소규모 공원이 공급되기도 하였다. 이는 신도시 개발로 통칭되는 도시개발 시대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중 영등포공원에 녹아 있는 상징적 공원 만들기의 전신이자 대표적인 공원으로 파리공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불수교를 기념한다는 국가적 위상과 목동 신시가지 개발이라는 일상적 위상이 동시에 만나는 특이한 사례이기도 하다. 더불어 공간시설로 본격적으로 도심에 자리하게 되는 우리식 공원의 표준적인 설계방법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파리공원은 비교적 작은 공원이었지만 생활권 공원으로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기본계획부터 기본설계, 실시설계가 전문적으로 진행되었다. ‘한불수교와 기념공원조성’, ‘목동 신시가지의 근린공원조성’ 이 두 가지가 배경이자 목적이었고, 그러니 국가적 상징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형태나 배치도 그에 따랐다. 대상지는 새로 개발되는 신시가지의 평지였고 예산도 부족하지 않았다. 수공간을 중부에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적잖은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색상과 형태 같은 디테일에도 세심한 접근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기본구상의 이념이 형태적으로 그대로 연결되는 과정은 두고두고 살펴야 할 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조경설계의 교과서라 할 만큼 과감하였다. 흔히 설계의 난제 중 하나인 상징의 형상화는 형태와 형식을 압도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보는 주변 건물이나 공원에서 짐작은 되지만 의아한 느낌이 든다면 그런 경우가 대개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파리광장, 한불마당, 서울광장, 잔디광장, 휴게녹지, 총림, 영지, 중앙도로, 산책로, 정문, 야외 전시장, 주차장, 관리사무실’로 나뉜 파리공원은 국가적 의미를 바탕에 두고 상징과 생활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나지만, 시대적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은 기본구상은 이후 이름만 큰 조경공간이라는 대개의 조경공간에 대한 비판의 시초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되돌아보면 ‘이용자의 욕구와 행태’를 정형화한 설계 접근은 ‘행동양식’과 ‘환경장치’ 사이의 가교를 ‘해석’하고 ‘심화’하는 일반화될 수 없는 조경설계의 방법론이자 사례로서 예시가 되어주었다. 한 가지는 분명하게 된 것이다. 뭔가를 다듬고 만들고 가시화하는 것은 이제 충분히 기술과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 그러니 세계적인 조경상을 수상할 능력, 또는 수준을 이때부터 우리도 가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돌아보면, 그렇게 제도화된 방법론은 이제 조경설계의 관성이 되어 대부분은 여전히 ‘삶의 정곡’을 찌르는 사소한 것들을 구상에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등포공원의 텃밭정원은 조경가의 작품일 리가 없는 것이다. 공원이 도시민의 정원이 된 지금을 구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파리공원은 신도시의 핵심 공간에 생활 요소로 기획되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공원사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영등포공원은 오랜 장소의 핵심 기억을 공간 요소로 기획하고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조경설계사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충분히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것이고 전시한 것이라 할 만하다. 한때 목동신시가지의 생활문화가 우리 서울의 어떤 이상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더욱 중요한 지점이 된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과 반향을 거친 지금 우리는 이 공원을 유적으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루이스 멈포드의 다음과 같은 언명은 되돌아봄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지역계획(regional planning)은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즉, 대지를 개발부지로, 자원으로 구조물로 사용하는 것 등 모든 활동을 종합적으로 통합(collective integration)하는 것이며, 의식적으로 유도(conscious direction)하는 것이다.” _ Lewis Mumford(『조경학(Landscape Architecture)』(안동만 역, 3판, 2008, 보문당), p.337, 재인용)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그것이 서구의 그것과는 달랐다는 점이고 세인트루이스의 그런 사태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 만 년의 역사를 들먹이던 시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본능으로 흐르는 뭔가가 그 다름의 기저가 되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우리는 타인의 눈에는 아파트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만의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바깥의 눈이 아닌 내부의 눈, 뒤이어 태어난 아이의 눈이 먼저가 될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의 핵심에 직접 가꾸고 돌보려는 본능의 공감이 있다는 점은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한 때 새로운 도시 삶터였던 목동은 벌써 도시재생과 도시신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낡은 시설물과 포장은 이미 몇 차례 보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큰 틀의 공간 구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 요소들은 처음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재료의 문제일 수도, 공법의 문제일 수도, 관리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상공간의 하나로 자리하지 못하였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달라진 ‘공원 욕구’를 여전히 너무 큰 의미가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면 좋겠다. 참여하고 가꾸며 함께 성장하는 공원이었는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그 성과가 영등포공원에 어떻게 전수되었는지 짚어보면 좋겠다. 또 영등포공원의 그것이 다시 다른 공원으로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도.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정원은 본질적으로 생활이자 산업이었던 만큼 너무나도 당연하고 본질인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언제든 아무 때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말이다. 그만큼 본능적인 활동이라 우리는 특별한 제도로 생활권에 구별짓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이 하나 둘 생활의 반경에서 멀어져 있는 지금, 우리는 가까이에서부터 어쩌다 여기까지 와있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날로 심해지는 지구의 몸부림은 더 다른 이유를 부르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시절 만큼은 나무마다 인사를 건넬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사소한 것들로부터 끊임없이 아비와 어미를 졸졸 따르며 성찰을 이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성찰이란 다름 아니다. 창의와 창발의 다른 이름이자 형식일 뿐이다. 성찰을 재성찰하는 것은 메타인지의 실천일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사소한 생활에서 공원과 도시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우리의 생활이자 기억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가드닝(care)은 말뿐이 아닌 현실이고 우리 공원에 대한 메타인지이기 때문이다. Park 06. 정원이 말하는 공원들, “산물인 공원과 직업인 조경” 정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는가? 혹은 잘 가꿔진 정원이 아름답고 보기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을 꿈꾸며 층층이 쌓인 아파트 거실 밖 풍경을 내려 보며 또 한 계절이 가는구나 싶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모두가 같이 보는 건물 밖 풍경들, 작은 정원들은 그렇게 공유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나 할까,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은 어떠면 지금을 유예하기 위한 핑계는 아닐까? 지금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이 우리는 거실 밖 풍경에 현재를 투영하며 우리시대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 돌아보자는 것이다. 시대별로 진화한 아파트단지의 풍경은 그것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함께 사는 것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켜켜이 쌓인 지금들은 지속적으로 우리들, 그러니까 각자 개인들의 꿈과 미래를 공동으로(one and all)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여기에 성찰을 요구하는 도시의 물체들이, 공간들이, 여러 사건사고로 부각된 벌써 노후화된 우리 도시의 그것들이 있다. 공원과 녹지는 우리에게 계절을 대변하며 세월을 돌아보라 말하는 듯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몇 가지 크고 작은 주제들을 살펴본다. 1. 환원주의와 반환원주의 – 자본과 경제의 인프라화, AI의 사고 기준 근현대의 실험은 생각의 진화에 필요한 자료 축적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이성적인 것 같지만 논리적이지 못한 양자역학적 AI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현실 세계의 단자화(개념화, 정보화, 물체화)였던 셈이다. X-AI(Explainable AI, 설명가능 인공지능)가 연구된다고 하지만, 결국 결정은 사람 손에 의한 것이라 하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피의 눈물을 한갓 숫자와 텍스트로 단순화한 바탕 위에 다음의 결과를 묻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상적(virtual, 실효적)이지 못하다. 아무리 투명한 딥러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환원된 세계의 매트릭스일 뿐이다. 기계의 창의성을 논하는 모든 논의의 최종적, 근원적 문제는 언제나 이 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명심해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조경은 가상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환원된 사고(의사결정)의 놀음에 매몰되어서는 곤란한 전문분야이다. 언제나 현실과 현장을 일깨우고 되돌아보게 하는 윤리성의 실천분야인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던 시절의 환원주의적 조경은 시대적 필요에 따른 것이고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맥하그로 대표되는 환원주의적 발상의 한계는 이미 그 스스로 지적된 바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경은 건축이나 토목, 도시와 달리 그렇게 반환원주의적 입장에 기반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시류에 편승한 일시적 테마들이 자연을 실효적으로 대변하지 못하였음을 명심한 명징한 조경은 반환원주의적 사고에서 출발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쉬운 작업이 아님을 잘 안다. 조경의 실행 본질이 거기에 있음을 잊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2. 국소주의와 분산주의 – 신기능주의의 새로운 세계 만들기 언젠가 ‘형식(form)과 내용(meaning)’을 말하며 신기능주의를 논한 적이 있다. 환원적 사고는 결국 기능주의로 귀결되는데, 형식과 형태가 먼저이고 중심적으로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근대적 사고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포스트모던을 한참 말하던 시대의 그것도 결국 그 틀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하였던 것이고, 그것을 새로운 기능주의의 출발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중심 없이 분산되고 분업화된 사고(전문성)를 통합할 수 있는 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융복합이 아니라 통합을 심도 깊게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거기에 뿌리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주의적 관점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전환을 맞고 있는데, 가히 연결주의(connectionism)라 할 만큼 기능들의 네트워크와 연결성(Connectivism)이 새로운 창발과 상보성을 이룬다는 생각이 보편화 된 것이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뉴런은 섬이 아니다”라는 언명은 결국 국소적 기능들이 연결되어 이루는 전반적인 상황에 우리가 주의를 두어야 함을 보여준다. 이는 그저 이념이나 이론인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 뇌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이다. 이것을 통칭하여 신기능주의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은 국소와 분산의 연결성 구축이 결국 현상을 타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가 ‘전체와 부분’으로 나누었던 생각의 방식은 ‘국소와 분산’으로 이제 바꾸어 보아야 한다. 주의, 이념으로 통칭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자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이다. 통합은 그런 방법론의 최적화 양상이고 현 단계 우리에게 필요한 방식이다. 신기능주의는 그렇게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전체는 “국소와 분산”을 아우르는 기저의 전반(전체, 기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일 테다. 자연을 다루는 조경은 자연의 이러한 속성을 이제라도 핵심에 두어야 할 것이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국가도시공원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조경계의 미래비전, 최고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이 아니던가. 매년 4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며, 4천 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센트럴파크가 얼핏 떠오른다. 최근 몇 년간 조경계의 도시공원과 관련된 인터넷동향을 살펴보면 도시공원일몰제, 미집행공원, 지자체공원, 도시숲, 가든, 국가정원 이야기가 많고, 국가도시공원은 극히 드물다. 조경업계나 학계, 행정도 거의 관심이 없어 국가도시공원이 실종된 것은 아닌가 싶다. 국가도시공원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재확인하기 위해서 국가도시공원법 개정안 통과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이 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에는 너무나도 많은 노력과 진통이 있었다. 국가도시공원을 제도화하기 위하여 한국조경학회가 앞장서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초안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2011년 9월, 제18대 국회에서 ‘국가도시공원’의 내용을 넣은 ‘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개정안(이하, 국가도시공원법)을 상정하였으나, 당시의 정치적인 혼동 속에서 이 법안은 자동폐기 되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2012년 8월 이 법안을 재발의 하였지만 국회 국토교통상임위원회에서 국가재원부담을 이유로 반대해 계류되었다. 이후 2015년 12월 3일 여야 합의로 국토교통위 법안소위를 간신히 통과했지만, 12월 21일 열린 법사위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류되었다. 이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의견을 조율한 수정법률안이 2016년 2월 16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 2월 26일에는 법사위 전체회의를 천신만고 끝에 통과, 2016년 3월3일 새벽, 국가도시공원제도를 담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일명 국가도시공원법)이 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절했던 이 법의 통과과정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시민들도 국가도시공원 추진을 위한 범국민적 여론 조성을 위해 ‘100만평문화공원범시민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2010년 5월에 ‘국가도시공원 100만 명 서명운동본부’ 를 구성하고, 2012년 11월 국가도시공원 100만 명의 서명을 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관·학이 하나가 되어 ‘국가도시공원전국민관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국가도시공원의 법제화를 위해 발로 뛰었다. 여기에 더해 한국조경학회와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와 함께 2010년부터 2014년 까지 17차례의 국가도시공원 심포지엄을 전국 각지에서 개최하는 등 국가도시공원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 국가도시공원법 통과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국가도시공원법의 원 취지는 도시공원의 유형에 “국가도시공원을 신설”하고 이를 국가가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대규모 도시공원의 조성을 용이하게 하고, 도시민에 대한 공원녹지의 제공을 원활하게하려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회 법사위의 심사과정에서 법안 15조는 “지자체가 설치 관리하는 기존의 도시공원 중에서 국가가 지정” 가능하도록 대폭 수정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시행령 개정 시, 국토부는 일방적으로 국가도시공원의 지정요건으로 ‘300만㎡ 이상의 도시공원’ 중 ‘지자체가 부지매입을 완료(지자체부담매입계획)’한 경우로 한정하였는데, 이러한 조건이라면 전국 어느 지자체도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도시공원법 통과로 공원법 체계에 ‘국가도시공원’이라는 새로운 도시공원의 유형이 생겨 국가가 ‘국가도시공원’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국가도시공원의 골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국가가 대규모공원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시공원법 위상이 새롭게 재편된 것이다. 회색 인프라에 대한 국토교통부 예산이 줄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가도시공원법 개정은 이를 계기로 국가정책이 향후 회색 인프라에서 대규모 녹색인프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도시공원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환경복지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대규모 녹색거점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녹색인프라이며, 대규모 생태문화거점으로 21세기의 중요한 녹색패러다임으로 부각될 것을 예측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토부는 아직도 미래에 대비한 이런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국가도시공원이 지금 필요한 이유는 작은 공원처럼 행정이 마음만 먹으면 장소와 예산을 확보하여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원의 규모가 커서 위치선정이 어렵고, 조성과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주민참여와 합의를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지 않으면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국가도시공원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국가에서 알아서 국가도시공원법을 우리 입맛에 맞게 수정해 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법안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16개의 광역시도마다 1개소씩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인 법안으로 개정해서 우리의 미래비전으로 만들 것인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국가도시공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100만평공원 운동에서 비롯된다. 100만평문화공원 운동은 ‘100만평 규모(큰 공원이라는 상징적 숫자임)’의 멋진 공원의 꿈을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비전운동으로 시작되었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였고, 모은 기금으로 공원조성을 위한 부지를 매입하여 부산시에도 기부하였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 운동은 20년간 가까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옴스테드의 랜드스케이프를 성취하기까지의 40년 세월이 생각난다. 100만평공원 사람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행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경계에서 잊어버리고 있는 국가도시공원의 비전을 살리기 위해 2020년을 앞두고 국가와 행정의 설득에 다시 한 번 나서고 있다. 시민들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까. 조경계와 조경학회에서도 이제 다시 한 번(again) 국가도시공원의 비전을 가시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국민과 행정을 설득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갖춘 공원, 영화관보다도 재미있는 멀티플렉스 공원, 우리 아이들의 공원, 공유플랫폼인 미래도시공원의 모습인 국가도시공원, 100년을 내다본 조경계의 비전 국가도시공원을 만들어가기 위해 조경계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환 /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명예교수, 100만평문화공원 범시민협의회 운영위원장, 낙동강하구생태경영협의회 의장
    • 김승환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email protected]
    • 2020-01-02
  • 그들은 이미 놀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지난 10월 중순 ‘놀기 좋은 도시 만들기’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벨기에의 앤트워프(Antwerp)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을 비롯해 유럽의 몇몇 도시를 다니며 공무원, 연구자, 계획가, 설계자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놀기 좋은 동네, 놀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제기하면, “필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도시들에서는이 주제는 이미 오래된 주제였고, 실행전략은 정책적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되고 있었다. 여러 도시의 정책에서 어린이들의 놀이를 비롯해 어린이가 중심이 되는 이유는 다양했다. 이민자의 증가와 함께 늘어난 어린이 인구의 비율, 도시 확장으로 인한 어린이의 증가, 도시가 어린이한테 위험한 곳이 되고 있는 현상, 어린이들의 줄어드는 야외활동에 대한 우려 등등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향점은 ‘어린이가 행복한 도시’로 수렴되었고, 실천 방식의 구체적 내용은 달라도 ‘어린이들이 동네의 곳곳을 활보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구성하기’, ‘어린이들이 동네 어디서든지 즐거이 놀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기’, ‘어린이들과 함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기획하기’로 모아졌다. 벨기에 플란더스(Flanders) 지방의 여덟 가지 비전 여러 도시 중 벨기에 사례만을 간단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2009년 벨기에 네덜란드어권인 플란더스(Flanders) 지방에서는 어린이들의 놀이가 위협받는 현상을 우려하여 청소년 네트워크, 놀이터 관련 종사자, 각종 어린이 및 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잘 노는’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 조직을 꾸렸고, 여덟 가지 선언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을 나침반 삼아 앤트워프를 비롯한 플란더스 지방의 도시들은 구체적 목표와 정책을 수립하고 도시를 바꿔나가고 있다. ‘여덟 가지 선언’은 다음과 같다. 1. 어린이들은 모든 공공공간에서 놀 수 있다. 2. 어린이들은 모든 녹지 공간에서 놀 수 있다. 3. 어린이의 놀이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4. 어린이에게 의미 있는 공간(학교, 방과후 교실) 간에는 안전한 연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5.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충분히 있다. 6. 어린이 놀이를 장려하는 지역 정책을 만든다. 7. 정책이 놀이 기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어린이들이 직접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있다. 8. 어린이와 함께 공공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1. 어린이들은 모든 공공공간에서 놀 수 있다”의 구체적 내용은, 어린이들은 단지 놀이터나 공원뿐만 아니라 도로나 광장에서도 놀 수 있으므로 모든 공공공간이 안전한 놀이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영구적 시설 설치가 어렵다면 간헐적이라도 차량 통행을 막고 팝업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앤트워프에서는 구체적 목표를 ‘어린이들이 머물 수 있고, 놀 수 있고, 만남이 일어날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설정하고, 차량동선 변경 등을 통해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고 활동 촉진을 위한 휴식 시설물과 놀이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짧게 소개해 아쉽지만 앤트워프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도시의 물리적 조건을 만들고 있었다. “3. 어린이의 놀이는 골칫거리가 아니다”라는 선언은 어린이들이 놀 때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경찰 신고 같은 공식적인 항의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거나, 놀이터에 버젓이 몇 시 이후로는 놀지 말 것을 경고하는 플랜카드를 붙이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주목해야 대목이다. 7번째 선언인 “정책이 놀이 기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면 어린이들이 직접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있다”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린이 관련 정책은 매번 뒤로 밀리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된다. “8.어린이와 함께 공공공간을 만들어 나간다”의 경우 말로만 남지 않도록 각각의 도시는 고유의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앤트워프 시정부는 효과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OOR’이라는 디지털 참여 도구를 개발했다. 놀기 좋은 놀이터에서 놀기 좋은 동네로 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좋은 놀이터와 좋은 놀이터를 만드는 방법’을 많은 이들과 고민하고 싶어서 ‘놀이터 톺아보기, 톺아짓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놀이터를 넘어서”를 주제로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동네에 적합한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놀이터가 놓인 동네까지 봐야했고, 그러다보니 동네 단위에서의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으로서, 물리적 환경을 다루는 이로서 놀이터 짓는 걸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위안삼은 건 아닌가하는 회의감도 이러한 변화의 이유가 된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놀기 좋은 도시 관련 연구 때문에 많은 어린이들에게 ‘놀기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고 있다. 그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답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 되새길 필요가 있는 답으로 18회까지 이어진 긴 연재의 마지막을 장식하려 한다. 그 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 학원 없는 도시, 놀이터가 깨끗하고, 부서진 것이 없는 도시 - 공원과 놀이터가 있고, 나무와 풀이 많은 곳 - 어른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도시 - 온라인과 게임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PC방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잘 되어 있는 곳 - 저녁에 늦게 학원에서 오는 날에도 부모님과 내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시 - 어린이를 위한 충분한 놀이장소가 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범죄와 사고의 위험에서 가장 보호받을 수 있는 도시, 또한 어린이의 인권이 보장되는 도시 - 차 사고가 많이 안나고, 낯선 사람이 안 따라오고, 학업이 인생을 차지하지는 않는 도시, 큰 놀이터나 숲이 가까운 도시 -유괴, 차사고 등이 나지 않는 안전한 도시, 소음공해가 없고 자동차 매연이 없는 도시,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 많은 도시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소장
  • 김도영 감독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장안의 화제다.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누적 관객 300만 명을 기록했고 할리우드 액션 대작인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와 예매율 순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내용 때문에, 여성들은 요즘 말로 젠더 감수성이라 불리는 성 인지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연인에게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고, 남성들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애교스러운 저항(?) 운동을 벌여 소소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의 원작은 2016년 10월 발간된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로, 스크린의 흥행 바람을 타고 2019년 11월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를 돌파했다.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그해에 태어난 여성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대학을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 서른한 살에 결혼해 딸을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과 육아 사이의 일상적 차별,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갈등을 섬세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어렸을 적 오빠와 남동생과 비교당하고 차별당한 이야기, 늦은 시간 누가 따라오면 불안했던 이야기, 결혼 후 시월드에서 겪어야 했던 일,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까지 동시대를 살아 온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어느 날 김지영은 출산과 육아 후유증에 따른 치매와 빙의 현상 같은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상담 치료를 받게 되고, 왜 그런 증상을 보이는지 과거를 되짚으며 돌아본다. 영화의 결말은 조금은 희망적이고 해피엔딩을 향하고 있지만, 소설의 결말은 다시 냉정한 현실을 이어간다. 김지영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간호사가 결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니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며 위선적 태도를 보인다. 씁쓸하고 개운치 않은 슬픈 결말이다. 조경설계사무소에 다니던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려보았다. 김지영이 태어난 1982년은 우연히도 월간 「환경과조경」이 창간된 해이고 한국조경연합회가 세계조경가협회(IFLA)에 가입한 해이기도 하다. 또 종합조경면허가 개방되고 11개 업체가 면허를 취득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조경 시대의 서막이 열린 때다. 김지영이 대학에 들어간 2002년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조경학회는 창립 서른 돌을 맞이해 조경의 날을 선포했다. 그해 선유도공원과 월드컵공원도 개장했다. 그녀가 첫 직장에 입사했을 무렵인 2005년에는 서울숲과 청계천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고 서울시에는 푸른도시국이 신설됐다. 김지영이 일을 시작한 시기에 한국 조경 업계에는 최고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많은 일이 벌어졌고, 또 그만큼 많은 인력이 조경설계사무소로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던 조경학과의 특성상 많은 김지영들이 조경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당시의 조경설계사무소의 근무 여건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야근과 철야가 일상이었고 주말은 반납하기 일쑤고 편히 쉬는 날이 드물 정도였다. 그녀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더 이상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어졌고, 간혹 어렵게 남았더라도 아이가 생기면 퇴사하는 게 당연시됐다. 조경가로서의 능력보다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의 남자 직원을 더 선호하는 것도 물론이었다. 그렇게 많은 김지영들이 하나둘 조경계를 떠나 육아와 함께 경력 단절의 길을 걸었다. 김지영이 회사를 그만둔 2014년, 대한민국 기혼여성 다섯 중 한 명은 결혼, 임신, 출산, 어린 자녀의 육아와 교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고,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2019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의하면 2018년 경력 단절 여성은 18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6000명(0.8%) 늘었다. 조경계가 위기라는 요즘, 조경설계사무소들은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돌이켜보건대 그 많던 김지영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응원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굳건히 조경계에 남아 있는 용감한 김지영도 많다. 지난 11월 초에 조경 실무 현장에서 당당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 조경가들이 예비·사회초년 여성 조경가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강연과 조언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여성 조경가 그룹 ‘랜드걸스(Landgirls)’가 주최한 강연회 ‘여성 조경가, 그들의 이야기를 말하다’에서 한 여성 조경가는 “내 인생을 살아갈 권리를 가져야 한다. 결혼 후 주변에서 많은 우려의 말을 듣게 되는데, 결혼과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요구해 모두 성취했으면 한다”며 조경을 전공한 여학생들이 조경 실무자로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또 “설계하면서 육아를 하는 여성 조경가가 많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있어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듯이 다 같이 설계, 결혼, 육아를 해낼 수 있길 바란다”며 여성 조경가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김지영의 엄마 미숙은 남편이 딸에게 “시집이나 가라”고 구박하자 지영에게 “얌전히 있지 마, 막 나대! 너 하고 싶은 것 해”라며 딸을 응원하는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침묵하던 김지영은 영화 후반부에 “맘충” 소리를 듣자 “당신이 날 아냐고? 내가 왜 벌레냐”고 자신의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비슷한 처지의 여성 조경가들이 함께 돕고 연대한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한 용감한 조경가 김지영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경계의 현업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조경계를 떠난 김지영을 생각해본다.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라는 작가의 글처럼 나도 자꾸만 조경가 김지영이 어딘가에서 다시 일할 기회를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와 가사에 지쳐있을 그들이 경력 단절의 사슬을 끊고 다시 현업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조금이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날 때와 비교하면 조경사무소의 근무여건이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요즘 웬만한 회사는 야근도 적고 파트타임 제도를 운영하는 등 시간의 제약이 덜한 편이다. 강연회에서 들려온 어느 여성 조경가의 외침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심장이 뛴다. 여러분도 심장 뛰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일을 찾았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돌아오라 조경가 김지영! 박명권 환경과조경 발행인
  • 부지불식간에 닥친 일들이 있다. 크고작은 공간에서 어떤 대상에게 스스로 사진을 어떻게 찍고 있는지 풀어놓아야 하는 일이 그렇다. 강연 제의를 받을 때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난감함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가르치는 일보다는 무엇을 가리키는 일이라 생각되기에 어렵다. 무엇으로 인도해야 하는 선지자가 되라는 것도 아닌 단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하면 될 일인데도 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하는 데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반응은 그때그때 다르다. 일종의 쇼맨쉽을 발휘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때 사람들은 더욱 흥미를 느낀다. 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 그것을 향한 마음인가 하고 짐작한다. 기다려 주지 않는 기상상태와 비일비재한 현장의 돌발여건, 멀쩡했던 장비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 등 일종의 에피소드 -정작 본인에게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를 풀어놓는 것이 흥행이 되기도 한다. 설명하는 일은 때로는 설명한 것을 다시 역으로 설명 된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본 것을 설명하기 위해 담아낸 것이 결과로 설명되는 일이다. 이런 역치환의 일들은 긴장을 동반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누군가 보고있는 듯한 긴장은 자신의 관점과 더불어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물론 어쩌면 다른이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은 영 성가신 일이지만 사진은 결국 누군가의 감응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좋아!’ 상업이든 아마추어든 예술이든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최고의 찬사는 ‘역시’라는 감탄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반전을 주었다는 쾌감이기도 하다. 혹은 그 전에 가졌던 편견에 대한 오해의 불식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동감의 표현에 대한 감사함이랄까. 설명하는 사진, 해석되는 사진 사진을 찍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무덤덤히 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더 나아가 현장의 의도를 과장한다. 특정 사건이 단서가 된다.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때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결과에 대한 가상의 결론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준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어떤사람은 글로 쓰고 어떤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어떤사람은 몸으로 표현하고 어떤사람은 그저 생각한다. 또 어떤사람은 수 많은 단서가 될 사진을 찍는다. 모두 몸으로 직접 수행해야하는 육체가 겪어야 하는 단계다. 두 목적 모두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장비들이 좋아서 찍으면 나오는 사진이지만 이것은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한 산물이다. 그저 ‘자동’인 것이다. 종이위에 그리는 펜 한자루처럼 이리 가라면 이리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가지 않는다. 수 많은 변수를 익혀야 결과를 예측하고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진 잘찍는 법’은 도구인 사진기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간혹 어떻게 찍어야 좋은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 질문에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하고 안절부절하게 된다. ‘어떻게’는 ‘왜’나 ‘무엇’을 동반해야 하는데 오로지 ‘어떻게’가 중요한 듯한 질문인 것이다. 어떤 카메라를 사면 잘나오는가와 다름 아니다. 요즘은 어떤 어플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말로 대신된다.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펜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알 필요 없다. 펜의 구조를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어떤 영화의 주인공처럼 몽당연필로 애써 글을 써 나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도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당장 ‘무엇’을 찍고 싶으냐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고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도구에 대한 욕구는 필요에 의한 것이 되어야한다. 펜이 종이와 닿을 때 역사는 이루어 진다. 유성인지 수성인지 가늘은지 굵은지 잉크는 어떤 종이와 만나는 것이 좋은지는 알아야 다음 단계를 나간다. 사진도 이와 같다. 그래서 어떻게 찍느냐는 질문은 어렵다. 내게 질문한 사람이 펜을 쥐는 것부터 물어보는지 펜의 종류를 물어보는지 선긋기를 물어보는지 컬러의 조합을 묻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선긋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도구가 말하는 방식을 이해해야한다. 이쯤되면 설명되고 설명하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가고 기초 이야기만 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어떻게 찍냐고요?’라는 질문 할지도 모른다. 정작 카메라를 잡는 것을 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잘 찍은 사진을 원한다면 권하고 싶다. 핸드폰이던 카메라이던 한달동안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시라. 그 중에서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란다. 찍었던 그때를 떠올릴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혹은 좋은 순간을 놓쳤다면 이유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이다. 수 많은 사진이 본인을 설명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설명하려고 하는 것보다 어떻게 설명되는지 수없이 타자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모든 순간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찰나는 능동적이지 않아 단지 누군가 일으키는 기다림으로 잡아낼 뿐이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06. 빗물이 말하는 일산호수공원 “사람이 있으니 사랑이 있다. 아무러한 시대 아무러한 제도 속에서도 사람들은 삶의 증명처럼 사랑한다.” _ 김별아, 『도시를 걷는 시간』, 해냄, 2018, p.99. 일산호수공원은 생각의 방식을 바꿔준 독특한 위상의 ‘한국적 공원’이다. 특히 이곳하면 떠오르는 넓은 수면은 갑작스런 변화의 충격을 대비하고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충격을 흡수한 것만이 아니라 그 충격을 현대 도시가 주는 우리 식의 감성으로 소화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체현된 감각은 여러 방식으로 전파되어 하나의 전형처럼 자리 잡고 있다. 여기소(汝其沼, ‘너의 그 사랑이 잠긴 못’) 터에서 끌어온 작가의 서술이 일산호수공원을 보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물은 생명의 기본이다. 흔히 보는 땅 위의 물은 대개 빗물에서 시작되고 이것은 그 위의 생명과 직결된다. 물이 새로 자리하면(내리면) 숨어있던 생태계가 한 번에 펼쳐지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저 먼 사막에 비가 오면 윤회하듯 생로병사를 담은 생명들이 그 짧은 시간에 가득 차오르는 것은 대표적이다. 그러니 물은 볕만큼 중요한, 어쩌면 더 중요한 살아있는 것들(생태)의 기반이자 어머니(모태)다. 삶의 총아인 도시도 마치 살아 있는 것인 양 그것을 따른다. 일산신도시는 도시의 다단함보다 거대한 호수공원으로 먼저 기억된다. 논밭이었던 한강 옆의 들에 마치 센트럴파크마냥 하나하나 파내고 덮고 채워서 만든 대표적인 호수이기도 하다. 듣기로 물을 채우는 데에만 10개월이 걸린다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마을 이름으로 나뉘는 도시의 장소들(일테면 아파트 단지별 이름)은 유치함을 벗어난 지 오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도시도 공원도 빈티지 풍이 나는 제법 역사를 가진 삶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규모의 수면은 처음 하는 시도여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1990년대 한창 공사 막바지인 현장에 수업의 답사로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까만 방수포와 자갈을 깔았고 한강물을 채워 이미 수질 관리에 매진하던 때이기도 했다. 호수 주변은 긴 조깅코스와 전통조경, 현대조경이 테마별로 이어졌고 한 번에 다 둘러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규모는 완전히 새로운 공원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후 이제는 어지간한 신도시에 호수든 분수든 벽천이든 물과 관련된 조경공간은 필수요소가 되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물은 가만히 두어도, 쏘아 올려도, 흘려내려도 모두가 좋아한다. 심미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열섬 완화, 생태계 지원, 미세기후 조절 등 도시적 보완 기능까지 생각한다면 보편화된 옥외공간 물 사용은 규모가 작든 크든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일산호수공원은 그러나 문제가 많았다. 가둬놓은 물이 스스로 깨끗해질리 만무, 수년간의 시도에도 적절한 수질관리 방법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지식이었다. 역시 듣기로 수많은 방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 사용하는 것으로 물 밑에서 공기를 불어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역시 자연물은 자연의 법칙을 따를 때 최적화 되는 법, 여러 화학물질보다 자연의 신선한 공기가 지금 호수공원 수질 유지의 핵심이다. 호수에 가본다면 한번 꼼꼼히 찾아보기를 권한다. 수질문제를 해결할 경험적 지식을 습득하는 사이 공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변화되었다. 곳곳의 정원과 조경이 자리 잡아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곳인 양 가히 환골탈태한 것이다. 물이 많아지며 이 지역의 미세기후까지 바뀌었고 사람들이 많아지며 방생하는 생물들과 절로 나타난 생물들이 뒤섞이며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곳이 이제 대한민국 국토의 측면에서 새로운 지리적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택리지를 수정해야 할 만큼 도시와 호수가 터를 바꾸어놓고 그 기법은 국토 여러 곳에 전파되어 수정할 부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산신도시와 일산호수공원이 우리 도시와 조경에 던져준 의미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물의 테크놀로지 시험장, 신도시 마을실험의 전시장,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운동장, 축적된 조경미학의 집합장.”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으리라. 기회가 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상세히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대규모 공사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기획과 새로운 설계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사항이고, 지속적인 보완으로 세대가 쌓이는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 다른 기획된 신도시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다는 점은 살아있는 반면교사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호수공원은 일산신도시 택지개발사업과 연계하여 조성한 근린공원으로서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를 만들어 도시인이 접할 수 없는 자연생태계를 재현하고 다양한 주변경관 및 호수를 이용한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수를 중심으로 한 4.7km의 자전거도로와 메타세쿼이아길 등 9.1km의 산책로는 시민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이며, 그 밖에 생태자연학습장, 조형예술품, 선인장전시관 등이 다양한 생태문화시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 가을꽃축제, 호수꽃빛축제 등이 개최되는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공원입니다.” _ 일산호수공원 안내문 설명에서처럼 공원은 세계적인 명소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성과에도 ‘여기소’에서의 감성이 여전히 겹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워진 연못과 그 기억을 끌어와 비석으로 흔적을 되살리는 그 의지는 이 공원에서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이 공원에는 그런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으로 지금도 꾸준히 우리 곁에 보이는 심적으로는 가까운 공원이지만 그만큼 자연의 날씨와 빗물처럼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린 탓일까? 긍정적으로 보자면 일산호수공원은 특별함보다 이미 일상의 배경이 된 셈이다. 사실 이때부터 중요하다. 여기소가 담은 정치, 경제, 시대를 뛰어넘어 지속되는 사랑(이야기)은 의심이 필요 없는 공리(公理)라는 듯 장소의 혼처럼 남아 있다. 그 배경에 물의 기운이 깔려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여기소’는 아마도 여건이 되었다면 비석만 놓는 것이 아니라 연못의 원형을 찾아 복원하려 했을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강(잠실 수중보 상류) → 유입수로 자연정화(부들, 부레옥잠) → 유입수처리시설 2500㎡/일 응집침전법 → 청평지 4000㎡ → 일산호 인공호수(지역1,2) → 자연호수 자연생태재현 → 방류 한강하류 그런 점에서 일산호수공원은 이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할 때가 되었다. 빗물의 공원이 이야기의 공원이 되었으면 한다 할까, 이벤트로 기억되는 공원이 아니라 생의 의미가, 삶의 가치가, 이야기의 성찰이 드넓은 공원 전체를 고루 적시는 빗물처럼 여기저기서 피어났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원은 이미 많은 이야기가 쌓여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들이 문화가 되고 문명이 되어 비석 하나로 기억될 그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물길은 어디든 그 길을 만든다. 생태적이고 자연적이다. 일산호수공원은 그 큰물을 모아 담고 새로운 물길을 유도하는 희망의 도시를 꿈꾸었다. 세대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담긴 도시는 이제 본래부터 그런 것 같은 “세월의 도시”가 되었다. 난센스 같은 공원은 이미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다. 이제 희망의 도시는 “삶의 질에서 삶의 신선도”(철학자 김용석의 말)를 바라는 행복의 도시를 꿈꾸고 있는 것. 우리는 이제 그것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결국 이 정도면 이 공원이 ‘생각의 방식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되었음을 충분히 짐작하고 인정할 만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실무진들의 노력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이것은 도시와 공원이 물을 매개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내놓은 답안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면에서 이 빈티지 공원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별아 작가가 본 ‘너의 그 사랑이 잠긴 못’은, 물을 두고 만나는 사람은, 물에 두고 만나는 사랑은 그 밖의 아무러한 상황에서도 삶이 되고 각자(삶)의 증명이 된다는 표지였을 것이다. 이야기는 물처럼 남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돌고 돌며 사람과 사랑을 끌어당긴다. 어느 시대든 물을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 하나는 이것으로 자명해진다. 사람과 사랑이 춤추는 물의 공원은 계절에 따라 적절히 내리는 빗물 같은 것이다.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SHAUN 곡, ‘Way Back Home’ 중) 우리는 난센스 같은 희망의 도시가 아니라 이제 이야기 가득한 행복의 도시를 꿈꾸어야 할 때이다. Park 05. 빗물이 말하는 공원들, “자연과 인공의 대립 또는 문화적 공생(제3의 자연)” 물이 도시와 성장해야 하는 것은 지난 시대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여전할 우리의 과제이자 필수 문제이다. 이수와 치수가 고도화된 지금이라지만 여전히 우리는 1990년대 서울의 대홍수를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들려오는 허리케인 피해도 여전하고 새로운 기법과 기술로 통합적인 체계에다가 대심도 침수지 같은 확대되는 실천에도 여전히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빗물은 자연 그 자체이기에 축적되고 지속되며 새로운 대응책과 대비책에도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시대의 빗물은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다. 마치 주변의 나무들이 온전히 자연스럽지만은 않은 것처럼 도시의 자연은 그저 천연스레 자연스럽지만은 않은 것이다. 도시의 야생성은 순치(馴致)된 그것 같아서 그 위로 쏟아지는 빗물도 허락된 야생성에 기반 한다. 다시 말해 해답은 여러모로 이미 가지고 있다는 말이고 문제는 의지와 결정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 의지와 결정, 즉 모두의 생각이 쉽게 통합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그런 변화의 근원을 지난 편에 이어 더 정리해 본다.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였고 또 이번에도 그렇지 못하더라도 눈 밝게 읽는다면 그 순서와 의미가 이해될 것으로 믿는다. 생각이 많아지길 바라는 바도 소통되길 바라본다, 함께 고민하길 고대하는 것이다. 3. 행동(activity)과 기술들(technical skills), 실천을 분별하기 우리는 혼합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다방면의 기능과 물체들이 모르는 사이 뒤섞여 새로운 무언가로 쉽게 주어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 우물만 파며 평생을 보내는 일은 이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일이 되기 쉽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분야든 첨단을 달리는 위치에서는 넓이보다는 깊이가 더욱 중요할 테니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미 우리의 생활양식은 생각이든 행동이든 제작이든 편이나 길을 나누어서는 곤란한 시대를 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서 뒤섞이는 것이 혼합이라지만 마구잡이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할 때 앞길을 짐작하고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무하는 융복합이니 통섭이니 다중지성이니 하이브리드니 하는 말들 사이에서 길 잃지 않고 앞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혼합이 대세라지만 혼탁하고 혼미한 생각으로는 제대로 된 섞임도 창의도, 또한 의사결정도 오히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건축, 도시, 조경 등 어떤 식으로든 1회성 작업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면 이런 융복합이라는 개념의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명확하게 위상을 갖지 못한다고 하여 그 본질적 작업의 개념조차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여 필자는 지속적으로 융합, 융복합이라는 말의 비민주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밑에 도사린 패권주의가 결국 제대로 된 혼합을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쓸데없는 다툼과 낭비를 가져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온당치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혼합을 주장하는 말들에 비민주적이고 패권주의적인 태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정도만은 기억해 두자.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만든다는 말인가. 우리는 근대를 지나며 저마다의 전문 분야 지식과 실천을 바로 인접 분야에서조처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지점까지 발전시켜놓고 있다. 그 한계에 이르자 나타나는 현상이 이제 좀 주변을 둘러보며 서로 갈린 지식과 실천을 묶어 새로운 결과와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보자는 것이 이러한 경향의 배경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융복합을 이야기하는 태도는 여러 지식과 실천의 혼합을 요청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각자의 방식과 시각을 구축해둔 여러 전문 영역들이 쉽게 혼합되기는 쉽지 않을 터. 그러니 지금까지 여러 시도가 있었어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이고 현장에 대입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융합하자고 나서는 목소리가 있다. 융복합하자고 떠드는 목소리가 크다. 왜 일까?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가 명확하니 그렇게라도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혼합의 과정은 우리가 잘 모르지만 크게 네 단계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무시한 혼합은 결국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으며, 1회성 작업을 해야 하는 분야로서는 그야말로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짧게만 얘기한다. 혼합은 단자화 된 단순 기능의 배치와 연계의 ‘조합’과 단자화 되었으나 자체 기능 조절로 유동적으로 엮여진 ‘통합’, 본래의 기능 우선권을 잃고 큰 틀의 목적에 따라 분해되고 배치되며 섞인 ‘융합’, 그리고 큰 틀에서 물리적인 대상을 다루지 않는 지식의 혼합으로서의 ‘통섭’(이 말은 설명을 위해 차용함) 등 4 가지의 위상으로 나뉠 수 있다. 이 중 전통적인 방식의 혼합이 조합이고, 산업제품과 같이 대량 복제와 생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통합은 좀 다른 성격을 가진다. 각자의 전통적이고 고유한 기능은 유지한 채 주변 상황에 따라 그 성능과 범위를 자율적으로 조절하고 적응하는 방식의 혼합을 말하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인체의 여러 장기들이 컨디션에 따라 그 기능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융합 또는 융복합은 기존 체계와 지식을 어느 하나의 의지에 따라 깡그리 뒤섞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산업제품의 생산에는 이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의적은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허나 어떤 작업이든, 설령 동일한 도면으로 같은 건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코 같은 것이 될 수 없는 1회성 전문 분야에서 이것은 기존 전문 분야에 대한 폭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융합의 시대가 아니라 통합이 먼저 고민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역할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누구 하나의 마스터플랜으로 세세한 전문기술 영역을 통제하거나 혼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명심할 일이다. 4. 지속성과 회복성을 위한 철학하기 조경은 고도의 철학성과 윤리성이 요청되는 실천학이다. 근대를 지나오며 조경이 전문적 사회서비스로, 다시 말해 프로페셔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공중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시작된 공원 만들기였지만 전문화의 과정은 그 자체로 업역을 둘러치는 일이었고 타 업역과의 차별성을 형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안 맥하그가 주목받는 이유도 그런 배경이 있다. 조경은 근대를 거치며 그렇게 나름의 객관화 작업을 통해 굳건한 위상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했던 당시 풍토를 생각한다면 그러한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며 구축한 조경실천의 방법론들은 가히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에서야 너무도 흔하게 보편화된 방법론일지 모르겠으나 교과서 없이 자연과 직면해야 했던 당시로서는 단순히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업이었을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성은 이처럼 몇몇 선구자에 의해 갖춰지기 마련이고 이런 틀에서 새로운 방법론과 가치가 추가되고 보완되며 현재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하나에만 집중한 노력은 대체로 생각을 단순화하고 시야를 좁고 깊게 만들게 된다. 이안 맥하그만 하더라도 그의 방법론이 몇 차례 수정되며 진화하였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거의 모든 분야가 전문성의 깊이에만 몰두하던 근대적 시야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에 와있다. 근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이라 통칭되는 경향이 해체라는 과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환경문제는 모두에게 닥친 시급한 문제임이 공감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전문성의 분화라는 경향에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통합이 논의되고 융복합적 사고가 강조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추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처럼 실천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우리는 우리가 가진 사고 체계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작업에서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환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조경의, 조경가의 윤리는 의사들의 생명윤리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에도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할 뿐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 철학자 김용석은 중요한 시사를 던져주었다. 조경이든 도시든 우리는 이것을 심도 있게 논의할 때라고 본다. 그것을 차용하여 생각의 단서를 찾아보자. 조경은 무엇보다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목표이자 대상으로 하는 분야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론과 실천, 행위가 뒤따르고 그 결과에 대한 반성과 그 피드백으로 전문성을 다시 도약시키곤 한다. 조경의 이론학, 실천학, 윤리학은 그런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다. 설리, 즉 이야기 철학은 여기에 새로운 관점을 더해준다. 철학이 크게 원리, 윤리, 진리에 몰두하며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인간의 서사가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통해 새로운 철학의 분야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인간의 가상적 경험의 이야기가 내재적 논리성을 갖고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자 “그 논리성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이르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철학을 구체화하며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통해 “인간의 인공적 산물에 대해서도 철학적 연구”를 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설(說)을 풀어내는 인간의 작업이 철학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는 것, 이 설(넓게 보아 텍스트)에 이치가 있음을 밝히는 작업으로서 설리(說理)라는 새로운 철학적 탐구의 영역이 간과되었었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보니 설리의 탐구가 진리의 탐구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 내용을 모두 살필 수는 없으니 역작 『서사철학 : 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휴머니스트, 2009)을 직접 읽어보기 권한다. 조경이 환경을 다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설계를 통해 대상지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재조정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근대 과학적 시각에 입각한 원리와 진리 중심의 사고에서 시야를 확장하여 윤리와 설리를 실천의 중심에 불러들여 조경철학의 부족함을 메워야 할 것이다. 철학이 부족했음은 성찰이 부족했음을 말하며, 끊임없이 고군분투했음에도 성찰이 부족했음은 원리, 윤리, 진리, 설리 중 어느 한 둘에만 매몰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일 테다. 깊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고개 돌려 주변을 살피며 동반 성찰하는 새로운 통합적 지혜가 지구정원에 필요한 시점이다.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조경분야의 장기 발전전략 도출을 위한 거대 담론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본 고에서는 소소한 일화를 통해 조경의 지난 날을 돌아보고자 한다. 과거 경험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제안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경험은 1970년대 말 시작된 대학생활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은 희망을 안고 ‘조경’이라는 세상에 첫발을 디딘 신입생이 기억하는 선배님의 고민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신출내기의 고민과 다른 양상을 띠었다. “기껏 공부해서 대학 나와 부잣집 정원이나 만드는 거 아닌가?”, “시작 단계인 조경업이 지지 부진하니 그냥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산업은 아닌가?” 등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그 선배들은 당시의 치열했던 고민만큼 열심히 ‘조경’을 했기 때문에 아직도 일선에서 건실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열정' 두 번째는 1980년대 초반 원예학 수업시간 교수님 말씀이 기억난다. 조경산업 태동기라 조경학과 학생들에게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발언으로 기억된다. 당시 원예, 조경, 라면 시장의 한해 사업(매출) 규모가 2000억 원 정도로 비슷했는데교수님은 해외 유학 시절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조경분야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니 모두들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라"고 권면했다. 시간이 흘러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나서도 조경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야기하며 학생들에게 자긍심과 동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내용과 정도는 다르지만 지나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낙관론이 지배적이지는 않다. 학생들은 "조경의 여러 영역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실제로 도래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작금의 건설경기 불황과 인접분야와의 업역 갈등은 조경산업의 미래와 정체성 측면에서 기성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인 학생에게도 불안감을 키우고, 학습의욕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감상적인 낙관론에 의지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조경’의 정체성을 재정비하고, 상충되는 인접 분야와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상생' 세 번째, 지난 대학시절 누군가가 ‘넌 장래에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항상 ‘흰머리 수북한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도 제도판에 앉아서 골몰하며 도면을 그리고 있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젊은 세대(학생)는 제도판에서 도면을 그리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면서 내 연구실의 제도판까지 사라졌다. 주변의 선배, 동료, 후배들도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점이 되다보니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효율과 속도, 결과가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과정과 질이 더 중요시 되는 시대가 되었다. 조경시설물도 대부분 기성제품을 선택하다 보니 차별화되고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흰머리 수북해서도 삶의 공간을 매만지는 일을 하겠다던 그들의 검은 머리 무성했던 시절의 열정을 소환해보자. 쟁쟁했던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면 도시재생과 같이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살리는 섬세한 과정이 중요시 되는 일들에는 훨씬 좋은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보수나 일자리 다툼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 발전 차원에서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참' 네 번째는 최근의 일이다. 모 지자체 기술심의에서 방음벽 디자인과 안전펜스의 설계자 제안이 시설 설치 목적 달성에 미치지 못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돌아온 제안자의 답변은 "검토한 내용으로 바꾸고 싶지만 앞선 경관심의 내용을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분야 기술자 발견된 문제를 고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라고 재협의를 요청하니, 며칠 후 제안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행히 검토한 내용으로 문제가 잘 정리가 되었다면서, 문제를 미루지 않고 부딪혀해결하고 나니 깔끔하게 일이 정리되고 명쾌해서 좋았다는 말도 함께 건넨다. 조경의 영역이 갈수록 넓고 다양해지고 있다. 경관, 디자인, 생태 등 유관 분야의 협의·조정 능력 발휘가 요청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조정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젊은 조경분야 기술자들이 이런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산·학이 연계하여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캡스톤디자인, 진로지도, 현장실습 등 여러 다양한 시도로 서로 손을 맞잡고 헤쳐나가고 있지만, 넓고 다양해진 조경산업 후속세대인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더 많은 관심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심과 협력' 모두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런 이상향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지난 50년 세월처럼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손에 손을 잡고 연대하며 뚜벅뚜벅 새로운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나아진 ‘조경’의 미래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김대수 / 대전과학기술대학교 도시환경조경과 교수
    • 김대수 대전과학기술대 도시환경조경과 교수[email protected]
    • 2019-10-22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발간한 5차 평가보고서(AR5)는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912년 이후 1.5℃ 상승하였고, 이외에도 태풍 및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 증가, 생태계 변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안 침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실제 관측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100년까지 28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완화정책뿐만 아니라 자연계와 인간사회가 직면한 기후변화위험을 최소화하는 적응정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기후변화 적응의 필요성을 인식하였고,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대책을 추진하였다. 이에 2010년부터 시행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8조 및 시행령 제38조에 근거하여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시행을 의무화함에 따라 모든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5년마다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적응계획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행되었는지 그리고 실제 기후변화 영향저감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와 방법론이 없어 적응계획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기초 지자체는 현실적으로 예산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기후변화 적응대책기술에 대한 평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이들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도구가 필요하다. 즉,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계획을 수립·이행하기 위해서 개별 적응대책기술의 효과를 평가하는 지원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러한 지원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기후변화대응 R&D 사업의 하나로 “기후변화 적응정책 선정을 위한 통합평가 의사결정지원 도구개발 및 실증화·고도화”를 제안하였고, 이를 본 연구진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다. 필자는 총괄 연구책임자를 맡아 협동기관인 연세대학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조경학, 도시계획학, 경제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기후변화 적응방안을 살펴본다. 연구과제의 목표는 국가와 광역 및 기초 지자체가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원활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원시스템은 단기 및 중·장기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후정보와 적응대책에 대한 정성적·정량적 평가방법론과 결과를 제공한다. 필자는 2016년 월간 『에코스케이프』(환경과조경사 발행)에 기고한 “기후변화 적응대책으로서의 그린인프라의 가능성: 기후변화, 조경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그린인프라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피해를 줄이는 적응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그린인프라의 기후변화 영향저감효과는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한 폭염을 예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미세먼지 감축이나 효율적인 물관리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린인프라를 통한 기후변화 적응효과에 관한 연구 대부분이 다양한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부문의 피해를 동시에 고려하기 위해 환경성, 안전성, 건강성 측면에서 그린인프라를 포함한 여러 적응대책기술의 영향저감효과를 평가한다. 개별 결과는 화폐 가치로 환산하여 통합되며, 이후 적응계획에 대한 주기별 적응경로가 제안된다. 더불어 적응대책기술이 지역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하여 지자체가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린인프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한다. 또한, 그린인프라를 적용하지 않은 적응계획과 비교하여 그린인프라를 적용한 대안은 구조물의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아 유지관리비용이 저렴하여 경제적으로도 이득인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그린인프라에 기반을 둔 기후변화 적응계획은 사회경제적 혜택을 가져오고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진이 개발한 지원시스템을 통해 생태 가치를 보전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그린인프라의 가치가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그린인프라 조성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 이동근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교 녹지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합적인 기후변화 영향평가, 도시 열섬 저감 기술을 비롯한 여러 R&D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론』, 『경관생태학』, 『환경계획학』 등 다수의 공저를 포함하여 국내외 논문 200여 편 이상을 발표하였다. 현재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Landscape and Ecological Engineering』 편집위원장, 환경부 자체평가위원 겸 중앙환경정책위원,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동근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 이동근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email protected]
    • 2019-10-18
  • 긴 여름이 갔다. 열어둔 창문이 절로 닫힐 정도로 온도가 변해있다. 녹음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누런 빛으로 변해간다. 길에는 긴 옷을 걸친 사람들, 빛은 길어지고 차분한 공기가 길에 깔려있다. 지나는 날씨가 차창에 기웃거릴 때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대도시로의 시대, 그 때 흔한 부모는 고향에 생긴 일들을 위해 귀경을 하곤했다. 따라나선 아이들은 긴 여행이 지루할 뿐 무슨 생각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그저 위안은 외부로 열려있는 차창을 바라보는 일 따위다. 차창 밖 풍경은 영상이 되고 사진이 되기도 했다. 멀미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임시방편이기도 했다. 결국은 비닐봉지를 귀에 걸고 메스꺼움을 견딜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한참을 차창밖 바라보던 형은 느닷없이 깔깔대며 말했다. "저것봐, 나무가 오줌을 누고 있어." 세상에 어떤 나무가 오줌을 싼단 말인가. 나는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어떤 뜻인지 해석할 수 있었다. 스치는 나무의 잔상, 곧게 하늘로 뻗은 나무의 고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슬로우 셔터 속에서 벌어지는 나무의 휘어짐처럼 대상을 보고 말한 것이었다. 이제와서 지나는 가로수를 보고 있자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나무가 소변을 보는 것에 공감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가!(정작 본인은 그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세월의 아이러니 일까) 오랫동안 보았던 차창밖 풍경은 이제 다르지만 가끔씩 ‘어떤감성’에 젖게 한다. 요즘의 대중교통 차창 안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이제는 익숙한 온통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모습이 있다. 그 안의 세상이 궁금해진다. 힐끗, 넘겨본 그들의 세상에는 대부분 게임 아니면 SNS어플이 열려있다. 참 많은 글과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낯 모르는 대중 속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 작은 기기로 낯모르는 사람으로 통한다. 수 많은 이성으로 만들어진 모바일 기기가 수 많은 감성의 도구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관조하고 평가가 그 안에 있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감성에 공감한다. 감히 감성과 공감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는 행위도 비슷하다. 이성으로 가득찬 차가운 카메라는 그저 작동할 뿐이다. 보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해석이나 읽기의 능동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성과 논리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감성으로 보면 달리 보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찍힌 사진은 더욱 열려있게 된다. 찍는 사람에게 열려있는 사진이 보는 사람에게도 열려있다. 한 장의 사진은 감성으로 읽으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그냥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소년의 시절로 순간 회귀하는 환상을 겪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사진 안에는 공감과 이유가 있다. 고백하자면 아직도 오줌을 누고있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감성이 부족한 걸까하고 반문해 보기도 한다. 요즘을 돌이켜본다. 내가 생각하는 나무의 감성은 무엇일까 자문한다. 여러분의 나무는 무엇으로 어떻게 담길지 궁금하다. 문득, SNS를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동네 중심에 있는 놀이터를 디자인하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를 알아보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를 분석해서 그 결과를 놀이터 디자인에 활용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는데, 의도치 않은 성과를 얻었다. 오늘은 ‘동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 우리가 다루는 놀이터를 중심에 놓고 일반적으로 보행권이라 이야기되는 반경 500m내 놀이터를 표시한 지도를 가운데 두고 ‘어느 놀이터에서 주로 노는지, 어느 놀이터가 좋은지’에 대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처음엔 어린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저는 코뿔소 놀이터가 좋아요”라고 하는데 그 놀이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적어간 공식적인 놀이터 이름과 아이들이 부르는 이름이 달랐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동네 놀이터에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 있었고, 어른인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특성을 파악하게 됐다. 어디는 시설물은 없지만 넓어서 좋다고 했고 어떤 놀이터는 목재 가벽에 싱크대 같은 주방 모습이 표현돼서 소꿉놀이하기에 좋다고 했다. 또 자신들한테는 재미없지만 동생들은 좋아할만한 놀이터라 높이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그날의 일정과 일정에 따른 동선, 시간적 여유, 날씨, 자신의 기분에 따라 놀이터를 선택하고 있었다. 일정이 바쁜 날은 좀 시시한 놀이터라도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놀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은 좀 더 멀더라도 시설물이 크고 넓은 놀이터로 원정을 나가기도 했다. 또 어떤 놀이터는 자신들보다 고학년 언니들이 자주 모이기 때문에 피한다고도 했다. 어린이들이 놀 곳을 찾는 방식은 어른들이 놀 곳을 찾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도 퇴근 후 한 잔 할 곳을 찾을 때, 동선, 시간적 여유, 그날의 기분, 날씨를 고려하지 않던가? 바쁜 날은 좀 시시하더라도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놀고 여유가 있는 날은 좀 멀더라도 크고 넓은 놀이터로 원정을 가며 어떤 놀이터는 고학년 언니들이 자주 모이기 때문에 피한다. 어린이들이 놀 곳을 찾는 방식은 어른들의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어른들도 동선, 시간, 그날의 기분, 날씨를 고려하지 않던가? 동네 단위에서의 놀이 환경 진단 지표 이 워크숍 이후 놀이터에서 동네로 시선을 확장하게 됐다. 놀이터 디자인을 의뢰받으면, 대상지 일대 동네에서의 어린이들의 동선을 검토하고 주변의 놀이터를 조사한다.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동네 놀이터와 동네에서 떨어져 있어 가끔 찾는 놀이터는 구성이 달라야 한다. 어린이들은 동네 놀이터에서는 반복적으로 시설물을 이용하면서 친구들과 놀이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시설물 구성이 단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끔 찾는 놀이터, 특히 부모나 보호자와 찾는 놀이터에서는 친구들과 발전시킨 놀이도 없고, 친구조차도 없을 수 있으므로 시설물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디자인에 반영돼야 한다. 또 대상지 주변 동네 놀이터가 주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놀기에 좋다면, 대상지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성해야 한다. 즉, 주변 놀이터와의 관계 속에서 동네에서 충족되지 않는 놀이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이 워크숍 덕분으로 디자인 접근 방식에 변화가 있었지만, ‘동네 단위의 놀이 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한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 펀드인 C프로그램의 지원으로 2017년 봄부터 1년간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이라는 연구를 진행했고, 세 가지 진단 지표로 ‘바깥놀이장소의 향유’, ‘놀이장소의 질’, ‘연결성’을 도출했다. 세 가지 진단 지표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 연구를 함께 진행했던 최이명 박사(현 두리공간연구소)와 강현미 박사(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그간 발전시켜온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어린이들의 일주일 동안의 동선을 GPS로 기록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 진단 지표의 타당성을 검토하는데 유용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로 드러난 어린이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조건으로는 시간, 공간, 사회적 허용성 등등을 말한다. 그런데 하나의 놀이터를 멋들어지게 만들어준다고 공간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집에서 나와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 놀이공간이 있어야 하고, 집과 학교 가는 도중에 혹은 학교에서 학원 가는 도중에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각각의 놀이공간으로 가는 길도 안전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네 단위로 놀이 환경을 본다는 것은 아동들의 일상을 염두에 두고 놀이 환경을 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이들의 일상에 놀이가 깃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 자료: 김연금, 최이명 외 2인(2018) 동네 놀이환경 진단도구 개발(Playable Neighborhood Index), C 프로그램.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소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최근 미세먼지와 폭염 등의 기상피해는 어린이들이 학교와 학교 밖에서 맘 놓고 숨 쉬지도 뛰어놀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폭염 등에 취약한 학생들을 위해 더욱 풍성한 학교숲이 필요하다. 학교숲은 학교의 자연으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숲은 국민의 30%이상을 차지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생활공간이자 야외교실이다. '가르칠 수 있는 순간(teachable moment)'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교육의 장(場)이다. 이미 1999년부터 생명의숲, 산림청, 서울시, 유한킴벌리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학교숲을 꾸준히 조성하여 3000여 개에 이르는 학교숲이 조성되었으며, 환경적, 교육적, 사회적 성과를 내고 있다. 20년 동안의 학교숲 운동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된 학교숲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강당, 체육관, 식당 등 건물 신축을 위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학교숲도 있다. 조성과정의 주체, 사후 관리, 교육적 활용 등 다양한 개선 과제들이 남아있다. 우리들은 여전히 학교운동장이라는 신화(神話)에 갇혀있다. 학교운동장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호하지만 일제 강점기 군사훈련을 했던 연병장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떠하든 우리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를 상상하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 인조잔디 운동장 광풍이 불기도 했지만 유해하다고 평가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천연잔디 운동장은 관리의 어려움으로 논의만 무성하고 성공사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아직 학교운동장은 맨땅인 마사토 운동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미세먼지와 폭염 등의 환경재난으로 학교숲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새롭게 학교숲 운동의 비전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 학교숲은 학교 내 공간을 중심으로 운동장주변, 학교자투리에 숲을 조성하는 소극적이고 협의적 개념에서 적극적이고 광의적 개념인 '숲속 학교'를 꿈꿔야 한다. '숲속 학교'는 학교운동장을 최대한 숲으로 조성하고, 건물의 벽면, 옥상, 실내에 조성되는 다양한 녹화(벽면녹화, 옥상녹화, 실내녹화 등)를 포괄해야 한다. 특히, 학교공간을 넘어서 건강하고 안전한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를 위한 '통학로 숲'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2018년 경기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도 학생 1인당 학교숲 면적은 2.0㎡이고, 신설학교의 학생 1인당 학교숲 면적은 2.59㎡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제기구(WHO/FAO)가 권장하고 있는 1인당 9㎡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숲속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1인당 6㎡의 학교숲을 돌려주려는 목표가 필요하다. 그래야 학생이 실감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숨쉬기 편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녹색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우선, 기존 학교숲의 훼손녹지를 복구하고 학교운동장 절반을 학교숲으로 조성한다. 학교경계숲, 학교건축물 녹화(벽면, 옥상, 실내)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학생 1인당 3㎡의 학교숲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 온도도 낮추고 미세먼지도 저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출산율 저하로 도시 내 학교는 통폐합과 함께 도시형 폐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개 학교가 1개교로 통폐합되면 남은 학교운동장은 의미있는 알짜배기 땅이다. 학교숲과 마을정원 융합모델도 꿈꿀 수 있고, 공동체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학교운동장 전체를 녹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렇듯, 학교숲에서 '숲속 학교'로 양적인 확대가 진일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숲의 질적인 발전과 개선도 필요하다. 해외 학교숲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사례들을 본다면 시사점은 7가지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학생 중심의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학교구성원과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둘째로 전문성의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가진다. 다양한 조직과 전문가가 네트워크를 이루고, 전문성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일자리와도 연계된다. 셋째로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교숲에서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얻도록 하고 있다. 넷째로 인증제도를 통해 학교숲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다섯째로 지역사회와 학교,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전문가, NGO 등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 연구, 자문, 자금, 자료 등을 지원받는다. 여섯째로 연구와 효과 검증을 통해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의 대학 및 연구소와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홍보와 확산을 위해 SNS, 유튜브 등 시대에 걸맞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나라 학교숲 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미세먼지 저감을 통한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을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세부 추진과제로 학교숲을 조성하겠다고 선포하였다. 학교가 학교숲 조성을 주도하고 외부에서 지원하는 조성 주체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서울시는 올해부터 초록빛 꿈꾸는 통학로 프로젝트를 실시하는데, 학교 안에서 머물던 학교숲이 학교주변으로 확대되는 '숲속 학교'의 좋은 사례이다. 학교숲은 조성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통한 유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학교숲의 복리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앞으로는 관리하지 않아 훼손되고 사리지는 학교숲은 없어야 한다. 학교숲은 다른 어떤 숲보다 교육적인 자산이다. 꿈꾸고 만들고 가꾸는 것이 교육과정과 연계될 수 있고 학생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숲 계획과 조성과정은 참여형 설계, 시공과정과 연계되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투리에 숲을 조성하는 학교숲에서 '숲속 학교'로의 과감한 인식 전환과 실천이 요구된다. 김인호 /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교수
  • 우리 도시의 옥외공간은 이제 수십 년 자란 수목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부는 여름 한낮인데도 가로등 불빛이 필요할 정도로 빽빽한 수관에 시원함과 상쾌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로를 정원으로 삼아 보기 좋은 조경공간들이 민간의 손길로 가득 채워진 거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한국 조경은 그 만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전문업으로 새로운 지평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업계의 현황을 반영하듯 부실한 홍보에도 많은 청중이 참여하여 열띤 관심과 의견을 교류한 자리였다. 개인적 소회보다도 행사 이후의 관심과 격려에 한국 조경의 현실이 여전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것은 도시의 조경은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응하는 업무 환경(전문업)은 고루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조경유지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을 모색했던 계기였던 만큼 여기에 집중해 보자면, 건설의 한 종류로 한정된 채 사회적 서비스로 지속되기에는 새로운 활동 반경이 시급하게 필요한 시기라는 진단으로 요약된다. 개선의 방향이야 다방면으로 많은 논의와 소통이 기본일 터, 관심과 담론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여기에서는 그 동안 제쳐두었던 기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 도시의 조경공간과 조경관리 90년대 이후 현대 조경이 장소의 재활용과 단계적 성장 전략을 보편화하며 신규 조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동안 기존 조경공간은 도시에 누적되며 스스로 성장하고 지속해왔다. 가히 제3의 자연으로 진화하며 이제는 도시인지 자연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그런 세월은 새로 만들고 채우는데 급급한 조경에 마치 되돌아보며 걸어온 길을 살펴달라는 듯 관심과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 조경이 지금여기의 위상을 점검할 때 필수적인 새로운 위치이자 또 하나의 지평이다. 도시재생이라는 큰 흐름에 가려 경제적, 사회적 지속성이 도시의 중요한 활성화 주제로 부각되었다지만, 낡은 아파트 단지에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들은 재생의 대상으로 우선시되지 못하는 현실이 단적이다. 민간 영역이라 치부하기에는 그 역할이 달라져 이제는 생활인프라로서 이런 수목들은 도시적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관리 사무에 있어 골칫거리 취급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개발의 저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한편에서 미세먼지 등으로 공동의 관심사이자 문제가 된 기후변화의 해결사로 조경공간이 주목받는 추세임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새로 만들어 채울 공간과 그에 따르는 예산은 부족하고 제대로 눈길 주지 못해 제멋대로인 나무들 사이에서 조경유지관리의 필요성이 아이러니하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살펴보면 해방 이후 우리 국토의 대부분에는 넉넉한 조경공간들이 산재하며 채워져 왔고 조경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녹지공간과 조경시설이 도시의 활력 그 자체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령이 제법 되어 크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한 나무들이 어렵지 않게 가득하다. 오래된 조경공간을 건물과 경쟁하며 커버린 나무들이 제 역할 다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는 시기가 된 것이다. 커지는 재해 위험과 안전 요청, 재건축과 재개발 등은 대형목들에게는 생사여탈을 조경에 묻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현대 조경에 처음 있는 상황이다. 조경관리인가? 조경유지관리인가? 그에 비해 조경공간에 대한 ‘조경의 관리’는 모호한 편이다. 생태복원, 산림경관, 자연환경, 녹색인프라 등 새로운 조경공간의 조성에 제법 기술을 축적하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지난 세월 동안 조경관리는 그 기술이나 체계를 고도화(체계화)하지 못한 채 여전히 미약한 경험지식에 의존하고 있다. 단적으로 고품격의 조경수목관리는 소수의 최고 전문가들만이 활동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관련 교과서의 부실함은 인적 자원 또는 경험지식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카더라식 조경유지관리는 차치하더라도 신규 조경시공에 적용되는 방법을 그대로 여기저기 활용하는 것은 지금의 조경공간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다변화된 조경시설물로 인해 다양한 재료가 활용된 조경공간들은 제대로 된 유지관리가 흔치 않아 흉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목재를 활용한 시설물은 미관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심각한 우려를 주는 경우가 많다. 관성처럼 신규로 누적되는 조경공간이 고도화되고 보편화된 결과일 것이나, 그 관리가 어떠한지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식재든 시설물이든 ‘조경의 관리’ 문제가 이뿐만이 아님은 조경가라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조경관리와 조경유지관리의 모호함에서 그 첫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념의 부정확과 혼란이 가져오는 결과들은 단순히 이해와 오해라는 인식의 간극을 뛰어넘는다. 한국 조경은 아직 이러한 이해와 오해의 간극에 천착해보지 못하였다. 단언하듯 말할 수 있는 것은 새로 채워 만드는데 치중해온 세월과 거기에 최적화된 업계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필요하다. 7월의 심포지엄은 그런 문제의식의 표출이기도 했다. 조경유지관리는 어떻게? 먼저 중요한 것은 이것이 처음 맞는 상황이고 예상되었던 새로운 지평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무엇에서부터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는 적절한 질문에서 시작한 적합한 해답에서 이끌어낼 수 있다. 자료를 보니 벌써 10여 년도 전에 이러한 논의는 수차례 있었다. 몇 가지 답안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 해답이라기보다는 닥친 현실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한 임시적 해법이라는 인상이다. 각론이 우선이었고 개론이 두루뭉술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잊듯 서론이나 문제의식은 단순히 형식적 도입부가 아니며 전체를 경계 짓고 방향을 지시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지는데, 수십 년의 학생 시절을 거친 대부분의 우리는 교과서의 앞부분에 그리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또는 당연히 잘 안다는 착각을 가지기도 한다. 심포지엄은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본성에서 시작하는 접근이 필요한데 몇 가지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는 조경(造景)을 행위 개념으로 이해하고 정의하지만 그 결과물은 다양하고 그 경계도 불명확하다. 조경의 결과물이 하나로 지칭되거나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동안은 문제가 아니었을지라도 이제는 사용되는 어휘와 빈도, 관련된 개념이 일반어(보통명사)처럼 통용되고 있어 그 전문성이 희석되어 가는 양상이다. 그 대표격이 “조경공간”이라는 전문어이다. 조경설계기준이나 조경공사표준시방서에 흔하게 사용되고 또한 NCS와 같은 표준 교재에서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지만 전문어로서의 정의나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해 조경의 관리, 조경유지관리를 위한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것이 지금까지의 조경관리와 조경유지관리를 어렵게 실행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조경을 고전적으로 폭넓게 광의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라면 더욱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제의 원인 하나로는 충분히 곱씹어볼만 하고 이 글에서도 여러 어휘가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눈치 챈 조경가가 많다면 조경유지관리의 ‘어떻게’가 충분히 조경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조경이 관리의 시대로 넘어왔다는 지적은 이미 이십여 년 전부터 들려왔다. 그 사이 조경은 어떤 변화와 대응을 해왔는지 따져 묻고 되돌아보자는 것이 아니다. 현장과 현실은 언제나 생각과는 달랐고 조경은 그 특성상 눈앞의 문제에 우선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눈앞에 이제 답을 요청하는 새로운 역할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말뿐인 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새로운 조경의 지평이기도 하다. 조경유지관리는 즉 시급히 필요한 현대 조경의 현실이다. ‘아파트 조경’에서는 이미 그 전문성 미지원으로 인한 문제들이 가시화하고 확대되고 있다. 조경의 전문성이 이러한 현장에 하루 빨리 제대로 역할 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못함으로서 나타나는 문제는 단지 관리되지 못하는 대형목, 조경시설물 등의 문제를 벗어나고, 조경유지관리의 기술과 품질 문제를 벗어나, 조경의 전문성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물론 지식을 체계화하는 것은 최우선의 과제일 터. 그리고 조심스럽게 우리는 조경관리업의 설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경의 새로운 공공성은 숨어 있는 고수들의 지식과 지혜에 기반해야 한다. 조경유지관리는 지난 시절처럼 지식을 수입하여 활용하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재적 경험지식에 권위를 부여하고 현대화 된 기술체계로 그것을 해석,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시간이 녹아야 스며나는 현장지식은 조경유지관리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월은 충분히 흘렀고 우리 현실에 적합한 경험도 충분하다. 현대 조경은 그 공과를 부여안고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야 한다. 안명준 조경평론가
  • 올해는 비가 풍년이다. 해가 다르게 날이 다르니 가늠이 잘되지 않는다. 패턴을 파악할만하면 변수가 생겨 촬영 일정을 몇 번 망치고 나니 비가 원망스럽다. 감히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가을에 맞춰 감상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취미 하면서 일하고 좋구먼"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누군가 다가와 처음 내뱉는 말에 무장해제 되어버린다는 것은 어떻게 반응할지도 생각하기도 전에 눈만 껌뻑이는 바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 경험은 유쾌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어떤 감정이다. 마무리가 다 되어가는 현장을 다니다 보면 일꾼들은 한창때보다는 걸음이 길다. 긴 걸음 사이 그들은 하릴없이 주렁주렁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신기한 누군가에게 거침없이 한마디씩 던질 뿐이다. 대답할 쯤 그는 이미 멀리 가버렸다. 처음에는 대답을 듣고 싶어 저런 것인지 아니면 혼잣말에 과민반응한 것인지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해보면 그저 안 보이던 누군가의 행색이 신기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각양각색의 현장 사람들을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닌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게 되는 일종의 각성 시야를 갖게 될 때가 있다. 그들은 짧게는 며칠에서 몇 년에 걸쳐 한 곳에 있었고 심지어 그곳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아왔을 것이다. 단 며칠로 그들보다 그곳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록으로서 사진의 한계가 실제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죽은 나무 찍으러 왔어요? 아니면 뭐를 찍으러 왔데?" 준공이 끝난 현장에서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공간을 단순히 점유하기보다 이용하면서 겪는 누군가의 경험을 듣는 것은 하자에서 시작해 하자로 끝날 때도 있다. 물론 호평 일색의 설명도 있다. 공간의 소유와 소비 혹은 점유하는 누군가의 관점은 감상을 넘어 보고 싶지 않은 것과 그러한 것으로 나뉘기도 한다. ‘저 나무’ 때문에 ‘이 사진’이 싫은 경우도 있다. 이미 사진 미학은 저 너머에 있다. 그들보다 그곳을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떤 대답을 위해 허공에 사진기를 위치하고 있어야 할까. 한 장의 사진은 누군가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기술적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아름다움을 위해 대답해야 한다. 어떤 사진은 모든 사람을 위해, 어떤 사진은 일부에 의해 만들어진다. 수많은 변수 틈에서 한 장의 사진은 기록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록은 수많은 사건의 바탕이 될 상상을 해본다. 무한한 바탕이 되어 사진은 무한한 사건들을 품는다. 이쯤에서 사진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경을 품은 사진에 대해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일어났고 일어날 수많은 일들을 감히 안다고 하지 않겠다. 다만 짐작하며 담아낼 뿐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날 자리를 담아내는 것, 그것이 조경사진의 역할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낱 기억의 파편이 될지라도 말이다. 유청오 / 조경사진가
  •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오픈 자문회의 이후, 어린이 참여에 대한 의심은 옆으로 밀쳐놓고 경험과 함께 축적된 편견은 의심하면서 어린이 참여에 접근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시간을 가지고 어린이 참여디자인을 차근차근 진행해볼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갖게 되었다.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매회 워크숍 계획을 신중하게 짰고,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계획한 대로 워크숍이 진행됐는지, 기대했던 결과물을 얻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토론했다. 또 2018년 가을부터 2019년 봄 사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아동참여 놀이터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는 많은 관련 연구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나나 조경작업소 울 구성원들은 편견을 갖게 된 원인을 파악했고 이는 우리의 노하우가 되었다. ‘연령별로 참여 방식이 달라야 한다. 참여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아이들은 철사 사용을 힘들어 하고 사용 자체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점토는 어느 회사의 00점토이다. 워크숍 진행시 각 팀은 4~5명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각 테이블마다 보조 진행자가 있어야 한다. 보조 진행자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크루아상은 부스러지기 쉬워 간식으로 좋지 않다. 유제품을 못 먹는 어린이들을 미리 확인하고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등등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중 세 가지 노하우를 공유하려 한다.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젠가 한 어린이 관련 시민단체에서 어떻게 어린이 감리단을 운영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문을 구하는 연락을 해왔다. 감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인데 어떻게 어린이들이 할 수 있냐고 역으로 질문했더니 난감해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하고 있어 별 의심 없이 자신들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감리’라는 단어를 사전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어린이들이 공사 과정에 참여한다’라는 의미로 보고 어린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공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어린이들과 공사의 과정을 공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위험요소(hazard)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 속에서 세 번의 워크숍을 기획할 수 있다. 공사 시작 시점에서는 어린이들한테 도면이나 조감도 상의 공간이 어떻게 대상지에 구현되는지를 설명해주면서 디자인의 추상성을 구체화시켜주는 것이다. 공사 중간 단계에서는 현재 어떤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 공정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어린이들과 현장을 돌며 위험요소와 불편 요소를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점검하는 것이다. “점진적 의사 결정을 원칙으로 두고 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만약 어린이들과 총 다섯 번의 워크숍을 한다고 했을 때, 첫날 만나자마자 어린이들한테 “여러분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무엇이에요?”라고 물으면 테마파크에서나 볼 법한 시설물을 그려놓기 쉽다. 말만으로는 우리가 다루어야할 대상지가 동네 놀이터임을 인식시키기가 쉽지 않다. 반면 먼저 동네 놀이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원하는 놀이터를 그리게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동네 놀이터를 대상으로 생각을 펼친다. 이렇게 실행 속에서 어린이들이 프로젝트의 맥락에 들어오고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문제 인식의 공유, 방향성 설정, 디자인 발전이라는 디자인의 점진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아무리 열심히 과정을 디자인해도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과감하게 순서를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즉 순환적인 과정이어야 한다. “연령별로 어린이 참여의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어린이 참여디자인 과정을 디자인하고 워크숍 기법을 선정할 때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한다. 대상지가 어린이집 앞마당인지, 학교 운동장인지 아니면 어린이공원인지도 하나의 변수이고 몇 회의 워크숍이 가능한지도 염두에 둔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연령이다. 일례로 조경작업소 울은 디자이너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디자인 워크숍은 보통 초등학교 4, 5학년과 함께 한다. 저학년과는 상호소통을 통한 디자인 발전이 쉽지 않고 6학년은 이미 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줄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편견인지 아니면 일반화할 수 있는 경험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헌을 찾아보니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연령별로 참여 기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린이 참여 연구의 권위자인 Hart(1997)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7~10세의 어린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점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또 10세 이상이 되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하고 엇갈린 감정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10~12세의 아동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도 인식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러므로 보다 높은 수준의 참여가 가능하다.” 어린이 참여는 쉽지 않다. 할수록 어렵다.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어린이들은 색종이를 잘 사용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거나, 어떤 질문이 어디에서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데 또 어디에서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세운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지속적이고 반성적으로 경험을 축적하는 게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최선일 것이다. 물론 각자가 자신이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고 논하는 자리도 필요하다. 첫날 만나자마자 어린이들한테 “여러분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무엇이에요?”라고 물으면 테마파크에서나 볼 법한 시설물을 그려놓는다.먼저 동네 놀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원하는 놀이터를 그리게 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동네 놀이터를 대상으로 생각을 펼친다. 어린이 참여디자인은 어린이들이 프로젝트의 맥락에 먼저 들어오고 점차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아동참여 놀이터 디자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분은 조경작업소 울([email protected])로 문의하면 된다.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소장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 연재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 우리 사회는 전후 세대의 폭발적 인구 성장시대를 지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1960년 2500만 명이던 인구는 2012년 5000만 명으로 증가하여 불과 50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그리고 2031년 53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성장에 맞춰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택지개발촉진법이 1980년 제정되었다. 이 법은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 해소를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였다. 1989년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5개의 1기 신도시 건설계획으로 1992년 117만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주거타운이 탄생했다. 2003년에는 경기 김포(한강), 화성 동탄1·2 등 수도권 10개 지역을 포함한 12개 2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2014년 국회에서 발의된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법률안은 주택부족 문제가 크게 개선되어 법 실익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공공택지의 안정적 공급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향후 택지 개발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도시계획시설로서 공급되던 도시공원의 양적 성장에 기여를 해온 신도시 시대의 폐막을 의미한다. 현재 전국에 2만 1500개의 도시공원이 조성되어있다. 도시공원 문제와 시민참여 그동안 열악한 도시환경에서 공원은 양적인 확대가 가장 큰 과제였다. 도시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도시공원의 기능은 계획 목적과 다양한 활동 요구에 따라 세분화되어 왔다. 하지만 도시공원은 대부분 시설을 중심으로 설계가 이루어졌고 조성 이후 운영과 관리에 대한 고려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최일홍 박사는 2002년 ‘공원녹지 특성화를 위한 이용프로그램 개발 및 계획지침 작성 연구’에서 기존 공원의 문제점으로 설계자 위주의 계획, 법규적 디자인, 공원의 위계적 규모 및 균등적 배치기준의 문제, 과정적 가치의 부재로 인한 주민참여 미흡을 들었다. 공원은 미술관의 전시품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실제 이용하는 하나의 공공재로서 변화된 사회적 요구와 계층별 이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요소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되어 도시행정에서 시민참여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으며 일부 도시공원에서는 훌륭한 수용체 역할을 하였다. 김인호 신구대 교수는 2011년 한일 도시공원정책 세미나에서 "시민사회로의 성숙과 함께 참여민주주의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도시공원 정책은 환경개선을 의미하는 단선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제반 사회문제들과 연계되어 검토되어야 한다"며, "이미 선진국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성숙한 주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시민참여형 공원관리는 선진 행정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요체"라고 강조했다. 시민참여와 도시공원의 변화 양상 도시공원은 도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도시의 필수시설로서 점차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3만 불 소득, 주 52시간 근무, 평생교육 등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며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녹색복지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해왔다. 이와 같은 도시공원의 역할 다양화와 더불어 도시공원의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변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도시공원의 설계, 조성과 이용에 시민참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도시공원 조성 단계별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참여 프로그램 중심의 공원 이용과 리모델링이 늘어나고 있다. 2013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도시농업공원이 포함되고, 숲유치원, 자연체험 학습장 등 시민들의 활동과 참여 이용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셋째, 공공 주도의 공원 운영에서 기업, 시민단체와의 협업과 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운영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공원의 이용과 운영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시민참여와 파트너십이 나타나고 있고 도시공원의 접근성과 지역자원에 부응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원 운영이 시도되고 있다. 다양한 시민 이용프로그램 제공 도시공원은 도심에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시민 모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도시공원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방문 동기를 높일 수 있는 이용 참여프로그램의 제공이 필요하며 다음의 4가지 프로그램의 유형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환경·생태 프로그램이다. 근린공원에서 많이 시행 중인 환경체험‧교육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환경의 의미와 가치를 경험하고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학습할 수 있다. 둘째,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도시공원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시설은 지역의 문화적인 활력소가 된다. 최근에는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주제공원을 조성하여 도시 정체성을 살리고 있다. 셋째, 건강·체육 프로그램이다. 도시에서 공원녹지는 육체적 활동공간으로서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치유 환경의 기반이다. 넷째, 도시농업 프로그램이다. 공원형 도시농업의 유형은 공원 내 텃밭 조성과 주제공원인 도시농업공원으로 구분된다. 도시농업공원은 농업이 중심이 되어 농업·농촌과 관련한 공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리방식의 다각화와 사업모델의 창출 도시공원의 관리주체인 지자체는 전문 인력의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공원관리와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도시공원의 관리는 주로 공원관리청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관리하는 직영관리나 시설관리공단이나 공원관리공단 등 준정부기관을 통한 간접관리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향후 공원관리는 정부의 팽창을 방지하고 시설투자의 비용 감소, 노무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원의 일부 및 전체 관리를 공기업, 민간업체, 시민단체 등에 위탁하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공기업은 특수성격의 공원을 총괄관리하고 민간업체는 단위시설 경영관리와 녹지 및 조경시설 유지관리, 시민단체는 이용자나 프로그램, 시민참여 관리 등에 참여기회가 증대되고 있다. 그동안 조경분야는 인구성장에 따른 도시의 확장과 신도시 건설시대를 지나며 공동주택 조경이나 도시공원의 계획‧설계와 시공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토는 건설에서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 여건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 조경계는 현실과 미래의 여건 변화를 직시하고 조성 시설의 운영·관리에 대한 관심과 역량 배양을 해야 한다. 특히 도시공원의 질적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집중을 통해 선진 도시공원의 면모를 갖추고 조경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시민사회와의 교류와 교과목 개발을 통한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며 업계는 기존 도시공원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운영·관리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저성장시대에 있으며 인구 성장의 저하와 성장 동력의 부재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 SOC 투자 감소 등 건설 산업의 저조는 해외진출이나 대북사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하지만 현실은 요원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 외연 확장의 기초는 다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도시공원을 기반으로 한 이용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동시에 시설 리모델링을 병행하는 사업모델 창출이 필요하다. 안승홍 /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 안승홍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 2019-08-22
  • 05. 집들이 춤추는 선유도공원 아래의 나무를 먼저 보자. 나무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 모습만으로도 세월의 풍파가 느껴진다. 나무는 이곳에 자리 잡기 전 새로운 개발로 베어 없어질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기회가 있어 이 나무만은 터의 주인공으로 남겨 달라 부탁 아닌 부탁을 했었다. 다행히 나무는 터를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곳에 들러 그 세월의 흔적을 나무와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선유도공원은 본래 공원 전체가 이 나무와 비슷했다. 지워 없애고 진한 화장의 산뜻한 현대 도시공간으로 흔적 없이 변모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다행히 장소는 재활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처음의 낯설면서 새로웠던 ‘문화적 충격’을 소화한 듯 ‘인문학적 공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셜 맥루한이 말했다든가 “구텐베르크가 모든 사람을 독자로 만들었듯”. 선유도공원은 드디어 우리에게 공원을 생활(lifestyle)로 선물하고 있다. 알다시피 선유도공원은 정수시설이었다. 산업시설이자 보안시설이었던 셈이다. 우리에게 예전 그곳 모습이 좋든 싫든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도시에, 저 너머 강 가운데 있지만 가볼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자 너머의 장소였던 것이다. 장소의 기억과 이미지는 그렇게 통제되기도 한다. 시설물의 특성이 그렇듯 활용이 달라지고 마침 2000년대로 들어선 시대와도 맞물려 용도를 바꾸어야 했다. ‘일방적이지 않은 의사결정(bottom-up decision making)’이 보편화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곳이 공모를 통해 ‘작품’인 설계안을 선정하여 공원으로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후 여러 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그 전략이 다른 공원에도 이식되며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이자 대표성(특이점)을 가지게도 된다. 선유도공원은 그렇게 탄생한 우리 역사 최초의 ‘본격 장소 재활용 공원’이다. 공원을 걷다보면 이제는 과하게 느껴질 만큼 장소의 역사와 흔적이 빼곡하게 꽉 차 있다. 시간이 흘러 새로 자리 잡은 자연물이 그 강렬함을 새로운 차원으로,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 간다. 아류보다 진품이 깊이가 있다는 것은 공원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선유도공원은 여전히 시대적 화두처럼 문화의 한 시점(viewpoint)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세기의 5분의 1이 지나는 시점에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만큼의 ‘경험과 생활’(文化)이 쌓였다면 이제 새로운 성찰과 통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선유도공원이 준 문화적 충격은 어떤 의미였고 새로운 논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무엇을 우리에게 남겼는지 생각의 깊이를 더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공원을 살펴보기 보다는 몇 가지를 돌아보면 어떨까 한다. 앞 편에서 얘기했듯 공원이 우리에게 이식된 문화의 하나임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첫 번째로 선유도공원은 조경이 만든 공간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조경이 딱딱하고 무거운 도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경관과 풍경을 다루는 전문가가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세계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공원이기도 하다. 혹자는 건축물로 오해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경공간이다. 조경공간에 건축물과 구조물이 집처럼 뒤섞여 있는 것이다. 공원이 도시기반시설이라고는 하지만 그 전에 조경공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건축물로 착각하는 배경에는 건축이라는 개념의 포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만들고 경계 짓는 것에 익숙한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내외부 풍경이 보이고 보여지며 만들어지는 독특한 공원의 풍경은 기존의 낡은 구조물과 공간들로 인해 은연중 경계가 생기며 다채로우면서도 독립적인 공간 특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당시의 설계는 그것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한 공원은 그런 경계진 공간들이 저마다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들이 도시의 집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는 장소로 성장한 것이다. “공원은 삶을 반영한다. 공원은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 다시 말해 기품과 공간, 선택, 전망을 보여준다… 우리는 변하고 나이 들고 머물렀다 떠나가고 종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공원은 이 모든 것을 견뎌낸다. 언제나 그것에 있을 공원이 슬픈 우리의 영혼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_ 케이티 머론 저, 오현아 역, 『도시의 공원』, 마음산책, 2015. 그런 점에서 선유도공원은 여전히 화두가 된다. 공원이 살아 있는 도시공간으로 성장해갈 것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고려되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공원은 도시의 삶으로 성장하고 진화할 숙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조경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옥외환경에 조성하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조경은 특히 경계 없는 식물 공간을 주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여타 전문분야와 차별되는 독특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조경전문가의 사회문화적 기능과 가치를 획기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국내에서 많지 않다. 여러 면에서 선유도공원은 그 첫 사례로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한국 조경에서의 아방가르드(the vanguard)라 해도 무방하다. 기획, 계획, 설계, 시공, 관리 모든 측면에서 말이다.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한국에서 장소의 역사를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인 곳이 선유도공원이다. 맥주 담금솥 하나로 수줍게 장소를 기억하던 시도(영등포공원)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여기처럼 터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삼은 공원은 우리에게 이전에는 없었다. 환경 재생 공원, 장소 재활용 공원 등의 레토릭은 실은 이를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설명이다. 이곳의 역사와 문화가 외부와 직접 연결된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원에 펼쳐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장소의 특수성이 아니라 시대의 특수성, 시대적 공통감을 먼저 활용했다고 보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는 터에 담긴 이야기를 뽑아 버릴 수 없는 무엇으로 보는 시각을 모두에게 인식시켰다는 성과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잊고 있지만 그렇게 되살아난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성으로 복기되며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유도공원은 한강과 위아래 강 너머 풍경, 산업시설과 최신 문화시설, 생태환경과 자연공원 등이 새로운 감성이자 본성으로 체득되었을 것이다. 공사판 같았던 도시 풍경과 빽빽한 철문 사이의 골목길 풍경의 우리들 낡은 도시 기억이 아니라 그들만의 새로운 도시 풍경이 ‘그리운 옛 기억’으로 이미 자리 잡은 것이다. 선유도공원의 가치는 이런 점에서 심도 있게 재탐구 될 필요가 있다.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세대에게 기억되는 서울을 기성세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공원을 생활의 하나로 즐기며 성장한 그들과 행락을 특별한 무엇으로 여겨야만 했던 우리들의 도시 이미지가 선유도공원을 통해 만나고 겹쳐지며 새로워지기를 꿈꾸어 보자. 세 번째로 선유도공원에는 우리 도시의 본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도시는 집들이 춤추는 터이다. 근대 도시계획은 단단한 공간들로 우리의 일상을 꽉 차게 구축한 바 있다. 그래서 도시는 딱딱하고 무겁고 힘들다. 게다가 생산이 멈춘 도시는 이제 시민들이 뛰노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정보(IT)가 유목민도 못된 채 그 사이를 날아다닌다. 사유의 실로(失路)가 보편화된 시대에 선유도공원은 옛 구축물로 꽉 채워진 산업시설의 바탕 위에 연하고 하늘거리는 생명이 가득 들어차 묘한 대조의 미, 숭고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임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선유도공원을 통해서 서울만의 독특한 ‘단자화 된 사람들, 무리로 사는 인간’을 볼 기회를 가진다. 선유도공원은 그런 점에서 인문(학)적이고 감성적인 공원이자 장소인 것이다. 수많은 집들과 공간들이 시간까지 얽어가며 섞인 이 공원은 그런 점에서 다시 보고 다시 보아야 할 고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시의 모습을 단순히 축소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감성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모든 것을 지을 수 있지만 사는 일을 강요할 수 없다는 아래와 같은 반성은 공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건축가다. 모든 것이 건축이다. All are architects. Everything is architecture.(한스 홀라인, Hans Hollein, 오스트리아 건축가)…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다… 사람의 삶은 건축보다 훨씬 중요하고 또 어려워서,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삶이라 할지라도 건축이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거나 디자인할 수는 없다. 건축가에게는 사는 이의 생활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_ 김광현,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뜨인돌출판사, 2018, pp.68~71. 그런 흔적은 선유도공원에 담겨 있다. 선유정으로 대표되는 본능처럼 작용한 한국성이라는 화두는 그렇게 집들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상징적 전통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지만 이름이든 공간이든, 의도였든 강요였든 이것은 이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지점이다.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처음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특히 공원을 생활로 즐기는 우리에게 어떤 목소리를 내게 하는지 장소의 관점에서 시계열적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에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녹아 있다고 믿는다. 네 번째로 선유도공원은 생활공간의 예술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공공예술의 문제와는 달리 작품으로서의 공원은 전혀 다른 위상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선유도공원은 그 중에서도 아방가르드적이라 할 만큼 커다란 공원미학적 충격을 주었다. 우리 사회는 그러나 그 충격을 재치 있게 소화하였다. 선유정은 그 표징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마크 로스코의 예술관에서 새로운 힌트를 찾아보자. 그는 표현보다 소통에 중점을 둔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고 “소통을 위한 표현성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도 울릴 수 있는 나름의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감정들(human emotions), 즉 비극(tragedy)과 환희(ecstasy), 그리고 숙명(doom)과 같은 감정들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과 직면했을 때 주저앉아 운다는 사실은, 제가 그런 기본적이고 인간적인 감정들을 ‘소통시켰다(communicate).’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기표현(self-expression)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행해지는, 즉 세계에 대한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이러한 소통이 있은 후 세계가 납득된다면, 우리 세계는 변하게 될 것입니다. 피카소나 미로가 있은 후의 이 세계는 결코 과거와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사물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변형시켜 주는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_ 강신주, 『마크 로스코(Mark Rothko)(VOL.2:TEXT)』, 민음사, 2015, pp.85~87. 그런 점에서 선유도공원은 조경을 공공을 위한 예술의 하나라고 할 때 무엇을 남겨주었고 보편화하였나, 형태만 좆는 아류 설계 또는 이전 시대 이름만 커다란 설계에 어떤 성찰을 주었나 돌아보게 한다. 아니다, 이제는 무엇을 남겼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꼭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앙리 마티스의 이야기는 예술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조언이 될 수 있고 선유도공원을 예술로 다룬 모든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시대의 각인이 찍혀 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그러한 각인이 가장 깊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다. 좋아하건 싫어하건 설사 우리가 스스로를 고집스레 유배자라고 부를지라도 시대와 우리는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으며 어떤 작가도 그 끈에서 풀려날 수 없다.” 앙리 마티스, “어느 화가의 노트” 중(이광래, 『미술 철학사』 3권, 미메시스, 2016, p.4) 집들이 들어앉아 이제 제 안방인 양 춤추는 공원의 모습을 우리는 인문(人文)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집들이 여기에 들어앉았는지 체험하고 체현하며 새로움은 언제나 낡음으로부터 진화된 것임을 또 하나의 사례로 되새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할 때 우리에게 이식된 근대 공원은 생활로 소화되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은 인간의 가장 작은 생활의 단위, 진화의 단위이다. 오늘날 새 시대의 선유도공원은 어떤 집들이 춤추고 있는지 직접 보고, 자주 보고, 돌아보며 즐기고 느끼는 인문 공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를 분별하는 새로운 시점이라는 성찰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 Park 04. 집들이 춤추는 공원들, “확장하는 도시와 공원, 그리고 재생” 우리 사회는 이제 좀 인문학 열풍이 수그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사람과 인간에 대한 생각들이 생활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그것이 수평적 보편화가 아니라 수직적 특수화(개성화)로 깊이를 달리할 것이다. 이때는 경제로 치환되지 않는 역사와 문화, 공동체성이 깊게 작용한다. 문명이 나뉜 것도 그 때문이다. 인문의 보편화는 진화의 초석이고 새로운 문명의 시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미 그것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빨리빨리와 모두가 함께 라는 동질화가 작용하고 있다. 유행이라지만 몸에 밴 상호작용이라 낙관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리니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은 얼마든지 인류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선유도공원은 그 트리거였다. 월드컵공원도 그러하였다. 하늘공원,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등 대형공원들도 그러하였다. 우리의 인문(人文)은 그렇게 집들과 공간들 사이를 오가고 있는 셈이다. 공원이 인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원은 언젠가 “도시의 문양”(都市文)으로 기억되고 활용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런 개인적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경공환장’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만 하다. 우리는 집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마련인데 그것에 대한 평소의 생각이 여기에 압축되어 있다. 기술사(史)가 아닌 문화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강연을 통해서 틈틈이 설명해오던 요약 같은 결론만 몇 가지로 도표화하였다. 이는 공원과 조경을 이해하는 좀 더 넓은 시야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앞 편에서 우리는 공원과 산책 사이의 관계를 조경 개념을 매개로 이해해보고자 하였다. 보기에 따라 무리함이 있고 다소 긴 내용이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더라도 한 번의 일별을 권유한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확장되는 우리 도시와 삶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야를 위해서였다. 한 번으로 이해되지 않는 이것을 이번에는 밑그림 식으로 전체를 보고자 하는 것이며, 차차 이것들을 하나씩 심도 있게 살펴보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것은 공원을 통해서이다. 1. 자연(origin)과 파생어들(originality), 본연을 구분짓기 우리 문명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명이 있지만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류가 물리적 공간과 일상적 활동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쉽게 말해 현대 도시는 공간과 삶이 분리된 채 물리적으로 채우는데 급급한 도시로 성장하였다는 것이고 이제는 그렇게 분리된 두 가지가 장소라는 개념을 통해 본능으로 남아 있는 삶터에 대한 욕구를 되살리려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장소성은 그런 맥락을 통틀어 부르는 가벼운 이름일 뿐이다. 여러 사례들이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도시 생활공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본능의 측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 그림은 이런 생각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 학자들이 말하는 혁명적 사건의 발생에 따라 도시공간과 인간활동은 점점 더 거리를 두며 멀어지게 되었다. 거기에 적응하는 인류의 노력은 여러 문화적 현상으로 뒤따르기는 하였으나 그 힘이 결국에는 우리 도시의 미래를 새롭게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본연이라 할 수 있는 자연이 어떻게 이해되고 분해되느냐에 따라 많은 전문분야가 파생되었고, 심지어는 의도적인 구분짓기를 통해 개념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고의 방향성을 발명처럼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그런 모든 것이 공간과 활동의 새로운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우리는 나누고 구분하고 분석하며 보낸 20세기를 그렇게 반성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2. 실천(practice)과 실행들(making), 지식을 구별하기 도시가 복잡해지면서 그에 따르는 행위도 복잡해졌다. 그러나 행위의 표현과 소통은 해당 행위 이전에 만들어진 개념과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다. 쉽게 말해, 말을 통해 행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느끼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면 행위가 의도와는 다르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언어의 세계는 수학이 아니어서 말이 하나의 행위에 하나의 어휘로 대입되지 않기 때문에 말은 저마다 다른 뜻을 내포한 채 새롭게 필요로 하는 행위에 따라 조합되어 사용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자가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같은 어휘라 하더라도 저마다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어는 본성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시는 항상 탈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같은 언어라도 위계를 두고 체계를 두어 곤란해질 수 있는 행위들에 기준을 세워두었다. 대체로 “일상어, 전문어, 법률어”로 나뉘는데 사용하는 문자가 다른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경우에 따라 아주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문어와 법률어를 모두 우리가 알고 구별하며 사용할 수는 없다. 우리는 대부분 일상생활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일상을 살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또는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직업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전문 분야에 몸담고 저마다의 생산활동으로 삶을 영위한다. 이 생활과 저 생활을 오가는 이때 우리의 일상어와 전문어는 뒤섞이곤 한다. 그런 날들이 많아지면 그 경계는 더욱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 대부분은 그 사람의 말투에 따라 그가 어디에 더 방점을 두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일상에서야 이런 상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 분야에서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동일한 어휘를 사용하고 충분히 소통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최종 결과물이 엉뚱한 경우를 대부분 한두 번씩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지속적인 회의와 지난한 협의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래 말들은 그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본 것이다. 특별히 범주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유형으로 보이는 것들은 묶어보았다. 어떤가, 일상적으로는 충분히 이해되고 구별되는 어휘이지 않은가? - 조경, 건축, 도시, 엔지니어링, 경관, 건물, 공간, 환경, 장소, 풍경, 지리, 문화, 유산, 복합, 융합, 통합, 융복합, 생활, 시야, 시선, 시점, 아름다움, 운치, 천연, 인공, 유적, 전원, 조망, 조망점, 진화, 축, 차경 - 토지, 지반, 기반, 대지, 경치, 통경, 풍치, 하천, 마을, 생태, 자연, 시설물, 구조물, 건축물, 문화재, 정원, 공원, 유원지 - 계획, 설계, 구조, 기능, 배치, 설치, 공간구조, 생활권, 주변, 기능, 용도, 도시, 지역, 지방, 지구, 구역, 용도, 기반시설, 공간시설, 공급시설, 교통시설, 광역시설, 공공시설, 공작물, 생활인프라, 생활환경, 자연환경, 야생생물, 습지, 생태계 - 설치, 정비, 개량, 개발, 보수, 제공, 향상, 인가, 허가, 승인, 협의, 의견, 처리, 검사, 지정, 경우, 처분, 행위, 조치, 촉진, 지정, 점용, 분할, 공유, 개발행위, 보전, 활용, 복원, 제공, 공급, 평가, 관리, 변경, 조정, 검사, 안녕, 건전, 양호, 미관, 공동번영, 균형발전, 협력 전문어로서는 그렇다면 어떤가? 그 의미와 용도를 잘 구별할 수 있을까? “개발, 정비, 개량, 보수, 조치, 조정, 변경” 이것들은 각각 무슨 의미이고 어떻게 구분하여 사용해야 할까? 전문성은 거기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전문가라면 최소한 일상어와 전문어는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법률어로 본다면 또 다른 이해가 필요해 진다. 그러나 근래 수십 년간 여러 분야들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전문어로 이해되고 구별되어야 할 개념과 사고가 경계 없이 뒤섞이는 경우는 많이 보아왔다. 혹자는 창의적이라 보았고 혹자는 영역의 확장이라고 보았다. 또는 여러 가지가 혼합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 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가는 전문어에 담긴 역사성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그로 인한 기술적, 문화적 깊이를 지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깊이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이기는 하지만 겉핥기식 개념어 혼합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식으로 말하면 키치(kitsch)의 양산일 뿐이다. 단순히 저속한 작품을 양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본성 또는 전문성을 무시한 채 익숙한(일상적) 겉모양만 베껴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라면 최소한 해당 전문 영역의 개념에 대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인접 분야 전문어에 대해서 최소한의 이해가 필수인 시대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의 그림은 그런 용어들 중에서 중요하게 구별하고 활용해야 하는 것들을 요약해 놓은 것이다. 대상물을 지칭하는 말들과 실천행위를 지칭하는 말들은 결국 분야의 전문성과 깊이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할 때 오해 없는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 최근에는 어린이들의 참여를 통한 놀이터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 참여를 하자고 클라이언트한테 제안하면 “뭐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이다. 그들이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를 질문 형식으로 거칠게 정리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텐데 써 먹을 게 나올까요?” “애들이 뭘 알까요?”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린이 참여를 놀이터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보는 이들이 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어린이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건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이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사 감리까지 해야 하지 않나요?” 어린이 참여 써 먹을 게 나올까요? 회의적인 입장과 어린이 참여를 만능으로 보는 입장, 이러한 극과 극의 입장 사이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초기 어린이들과 했던 워크숍이나 여러 활동은 즐거웠으나 반복될수록 ‘어린이 참여라는 게 필요한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의심이 생겼다.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달라는 요구에 어린이들은 매번 놀이동산에서나 봄직한 놀이터를 그렸고, 설문조사 결과는 진부했다. 또한 설계안을 보여주었을 때 어린이들은 신기해했지만 피드백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나의 의심이 정당한가를 확인하고 싶어서 2017년 6월 22일 ‘오픈 자문’이라는 형태로 어린이 참여에 관심과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정우 EUS+건축 대표, 정수진 서울시정연구원 박사,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가 함께 했었다. 그 때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어린이 참여에 대해 스스로 가졌던 질문, 타인들이 내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았다. 어른이라고 다른가! 자문회의에서 지정우 대표는 이 멋진 말로 ‘어린이들은 미숙하다’는 편견에 뿌리를 두는 나의 의심을 간단히 해결해주었다. Driskell(2001)은 어린이들의 참여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어린이들은 지식적 및 기술적 배경이 없다. 실수를 한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장기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자주 마음을 바꾸고 판단력이 부족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로 정리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핵심은 “어른이라고 다른가”이다. 많은 워크숍에서 만난 어른들도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결정하는 걸 어려워했다. 그런데 나는 이를 잊고 있었다. 창의적 아이디어, 창의적 질문 영국의 놀이터 컨설팅 조직인 ‘PLAYLINK’의 사이트에서는 “어린이들한테 원하는 놀이터를 그리라고 하면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 어른들이 좋아할 것을 그린다”는 어린이 참여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언급하면서 어린이 참여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어린이들의 한계를 탓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의 한계였다. 질문이 뻔했기 때문에 대답도 뻔했던 것이다. 지정우 대표와 정수진 박사는 이를 피하기 위해 추상화와 한계를 두기, 스토리텔링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개발하고 있었다. 받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리는 것 어린이들과 함께 디자인을 했다고 하면, 누군가는 결과물에서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구분해 내기를 원하고 디자이너가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진정한 어린이 참여라고 주장한다. 정수진 박사는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구분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디자이너의 개입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했다. 소통의 과정 속에서 디자이너도 어린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신하 교수는 그러므로 참여하는 디자이너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었다. 참여디자인은 단순히 디자이너가 참여자인 어린이의 의견을 들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협업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잘 디자인해야 한다.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어린이들과 한두번 정도만 만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우리’로 칭하게 되는 관계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이너와 어린이들은 서로의 언어와 사고 체계에 친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 탐색하기’, ‘주어진 이슈의 가장자리를 돌기’,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과정을 평가하기’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되어 앞에서 말한 ‘함께 그리기’가 가능해진다. 결국은 정당성의 문제 어린이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디자이너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짚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 참여의 의의는 결과물보다는 정당성에 있다. 내가 어린이 참여 디자인을 의심했던 건 결국은 ‘결과물’에 대한 집착이었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가 그리 대단하지 않더라도 그 공간의 주인인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차근차근 그들의 바람과 욕구를 끌어내는 것은 어른의 책임인데 말이다. 더불어 참여디자인은 그 자체로 어린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탐색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기도 한데 말이다. 어린이들과의 워크숍이 반복될수록 ‘어린이 참여라는 게 필요한가?’라는 의심이 생겼다.어린이들은 매번 놀이동산에서나 봄직한 놀이터를 그렸고, 설문조사 결과는 진부했다.그런데 한 자문회의에서 지정우 대표는 어린이 참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핵심은 “어른이라고 다른가”이다,많은 워크숍에서 만난 어른들도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결정하는 걸 어려워했다. 나는 이를 잊고 있었다. 김연금 / 조경작업소 울 소장
  • 수많은 것들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이 있고 배경이 되는 것이 있다. 어느 것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대상에 대한 관찰과 솎아내는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다. 마치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는 기분이랄까. 대지 위에 깔리고 솟아있는 대상을 찍는 작업은 보이는 것에서 숨어있는 것까지 긁어내야 한다. 때로는 관찰자가 되고 때로는 경험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비평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소박한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다만 한가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날씨가 그렇다. 하늘을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니 요즘 같은 흐림의 연속에는 무심하게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사계절 뚜렷한 한국에서 사진가를 택한 나의 숙명이라 하면 거창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장마를 보내는 사진가는 이렇게 만감이 교차한다. 하늘만 볼 수는 없다. 여전히 대상을 관찰하고 인입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의 작업, 하지만 결국 손가락 하나에 종결되는 작업은 일어날 일이다. 조경 사진은 결국 ‘누군가’의 작품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된다. 대상의 크기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그들이 그것을 만들게 했는가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바람이 되는 ’이쁘게 찍기'를 늘 한 켠에 담아둔다. 사진은 선택의 작업이다. 대상을, 일정을, 장비를, 날씨를, 대상지를, 클라이언트의 욕구를, 나의 욕구를, 프레임을, 데이터를, 결과물을 미리 선택한다. 그리고는 결과물 중에서 골라 디지털 현상을 한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오로지 한순간, 현장에서 꿈틀거리는 하나의 손가락만이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다. 그것이 다른 선택으로 선순환하니 타노스의 핑거 스냅과 맞먹는 것일지도. 장마가 끝나간다. 긴 더위가 시작하면 잎들을 위해 한낮은 비워두어야 한다. 배롱을 위해 이른 아침은 담아두어야 한다. 이슬을 위해 새벽을 남겨두어야 한다. 쉬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일몰 시간은 서성일 것이다. 늦은 일몰에 날벌레가 렌즈에 등장하는지 노심초사할 것이다. 장마가 끝나면 또 다른 선택을 위해 바닥을 끌고 다닐 것이다. 유청오 조경사진가
“청년 응시료 50% 지원, 조경기사·조경산업기사 응시 늘었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정부가국가기술자격청년응시료절반을지원한결과조경기사·조경산업기사도청년응시가늘어난것으로나타났다. 최근고용노동부에따르면,올해1분기동안청년국가기술자격응시료지원사업을통해청년38만9473명이응시료42억4000만원을감면받았다. 청년국가기술자격응시료지원사업은만34세이하청년이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시행하는439개국가기술자격시험에응시하면서응시료지원을신청하는경우,정부가응시료의50%를선지원하는사업으로올해처음시행됐다.1인당최대3회까지지원받을수있다. 이러한응시료지원사업이청년의직업능력개발과취업을위한국가기술자격취득에긍정적인영향을미치고있는것으로분석되고있다. 올해1분기국가기술자격접수인원은전년동기대비3만2433명증가했다.이는비청년층접수자가전년동기대비1만2477명감소했음에도청년층접수자가4만4880명증가했기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관계자에따르면조경분야는전년동기대비청년층이2554명에서2805명으로251명증가한것으로나타났다. 조경기사는전년동기대비2104명에서2350명으로,조경산업기사는450명에서455명으로청년층이늘었난것으로확인됐다. 또한정보처리기사,위험물산업기사,건축기사등기사시험에응시하는대학생등취업준비청년층이큰폭으로증가했으며,2024년제1회기사실기시험청년접수자가지난해에비해2만5650명늘었다. 아울러응시료가상대적으로높은시험에응시하는청년층이크게증가했다.응시료가높은기술사및기능장시험에응시하는청년층이크게증가했으며,실기시험청년층접수자도필기시험에비해크게증가했다. 이는응시료지원이청년1인당3회로제한되기때문에상대적으로경제적부담이큰시험에청년층이많이응시한것으로보여응시료지원사업이국가기술자격을취득하고자하는청년층의경제적부담완화에크게기여하고있는것으로분석되고있다. 한편청년국가기술자격응시료지원사업에대한이용방법및자세한내용은국가자격정보홈페이지에서확인할수있다.
아파트 조경 관심도 1위는 “삼성”…현대·대우·롯데건설 순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내주요건설사가운데최근1년간온라인에서‘조경’관련정보량이가장많은것은‘삼성물산건설부문’인것으로나타났다.이어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순으로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데이터앤리서치는아파트조경및디자인관심도를알아보기위해2023년5월부터2024년4월까지주요커뮤니티를대상으로빅데이터를분석한결과를지난8일공개했다. 이번조사는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X(옛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단체·정부/공공등12개채널23만개사이트를대상으로이뤄졌으며,2023년7월31일국토교통부가발표한2023국내시공능력평가상위12개건설사로한정해조사됐다. 조사키워드는‘건설사이름’+‘조경’및‘디자인’이며한글기준15자이내인경우만결과값으로도출하도록했기때문에실제정보량은달라질수도있다는설명이다. 삼성물산의경우‘건설부문’으로국한해조사했으며,포스코이앤씨의경우옛사명인포스코건설도함께조사했다. 조사결과에따르면,정보량순위에서▲삼성물산건설부문이1위로나타났다.이어▲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GS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한화건설부문▲호반건설▲SK에코플랜트순으로나타났다. 특이할점은각건설사의주요조경상품이세계3대디자인시상식으로일컬어지는미국‘IDEA디자인어워드’과독일‘iF디자인어워드’,‘레드닷어워드’를비롯해국내시상식인‘2023굿디자인어워드’등에서수상하거나호평을받았다는내용이공통적으로확인된것이다. 1위를한삼성물산은5274건의정보량을기록했다. 4월카카오스토리의한유저는“영산홍과철쭉이한창인길을따라걷다가베일리아트라운지(BaileyArtLounge)까지왔다”면서“원베일리아트는삼성물산이국제대회‘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AsiaDesignPrize2024)’에출품해대상을수상한정원”이라며수상소식을소개했다. 또한문정동에위치한래미안브랜드체험관의외부조경공간인‘네이처갤러리’가세계조경가협회(IFLA)가주관하는‘2023년IFLA아시아태평양지역어워즈’에서문화도시경관부문최고상을수상했다는내용과이문·휘경재정비촉진지구‘래미안라그란데’의조경면적이5만3586㎡(조경률46.7%)에달한다는내용의포스팅도발견됐다. 이어현대건설은관련게시물수4534건으로2위를차지했다. 현대건설의경우,‘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조경작품‘티하우스’와‘작가정원’이‘레드닷디자인어워드2024’에서모두‘위너’에선정됐다는소식이전해졌으며,‘2023IFLA아시아태평양지역어워즈’에서공동주택부문우수상을수상한‘디에이치자이개포’단지조경과놀이터디자인부문장려상을수상한힐스테이트홍은포레스트‘토끼놀이터’사례가소개되기도했다. 일부채널에서는미국건축전문웹진‘아키타이저’주최‘2023아키타이저에이플러스비전어워드’에서현대건설의출품작‘스카이가든위드미러폰드앤미디어아트(SkyGardenwithMirrorPond&MediaArt)’가조경사진부문최고상인‘스튜디오위너’를수상했다는내용도포스팅됐다. 대우건설은3064건의정보량이집계되며3위에자리했다. 대우건설이시공한현장출품작▲대치푸르지오써밋‘아티스틱플레이그라운드’▲하남감일‘아클라우드’▲대구달성파크푸르지오힐스테이트‘숲과빛의풍경’등3개작품이독일‘레드닷디자인어워드2024’에서모두본상을차지했다는소식이비중있게다뤄졌다.또한‘2023굿디자인어워드’에서대우건설의주요주택브랜드응모작이굿디자인(GD)마크를얻었다는소식이전해졌다. 4위롯데건설은2541건으로확인됐다. 롯데는‘신반포르엘’과‘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에서조경·외관·문주디자인·주방등4개상품이‘2023굿디자인어워드’에서우수디자인으로선정됐다는소식이전해졌다. 이외에도포스코이앤씨는1905건,GS건설은1818건,DL이앤씨는1397건,현대엔지니어링은1037건,HDC현대산업개발은933건,한화건설부문은725건,호반건설433건,K에코플랜트249건으로확인됐다. 데이터앤리서치관계자는“건설사별조경·디자인관련총정보량은2만3910건으로직전연도같은기간1만9393건과비교하면23.29%나증가했다”면서“건설사들이최근친환경적조경과다양한감각의디자인을반영한단지를적극선보이고있어조경에대한빅데이터정보량은더욱늘어날것으로보인다”고전했다.
정원도시포럼, “산이정원 형태의 사립식물원이 가장 이상적”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정원도시포럼콘퍼런스가지난3일전라남도해남군산이정원가든뮤지엄2층에서열렸다.2022년이후2년만에갖는자리다.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이주최하고정원도시포럼이주관한이번콘퍼런스는산이정원개원기념으로마련됐다. 이날콘퍼런스는주제발표와정원토크로나눠진행됐다.정원도시에관한구체적제안과정원정책의방향,현재정원법이규정하는정원의형태등에관해그려보는자리였다. 정원도시기본모델‘산이정원’통해정원정책기조변환필요 주제발표는▲김인호한국환경보전원국가환경보전센터센터장의‘탄소중립사회를위한정원도시미래전략’▲황승흠국민대법학과교수의‘국가정원정책의의제와방향’▲배준규국립수목원정원식물과과장의‘정원정책과수목원’▲이병철산이정원대표의‘미래와함께하는산이정원’등으로구성됐다. 김인호센터장은“지구의2%가안되는도시가에너지78%,탄소배출량60%를생산하는상황에서정원도시를통해생태문명으로의전환이가능하다고생각한다”며“최근국립수목원전문가들이정원도시유형과문화를개발하고,지자체가‘정원’이들어간과를신설하는등관심을갖고적극적인정원산업활성화에참여하는것에고무적이라생각된다”라고밝혔다.그는정원도시를통해기후위기에대응하고,태양광이나풍력등재생에너지가정원도시에어떻게안착할수있는지기능적요소로서도입필요성을제시했다. 정원도시를구성하기위한법적인관점에서황승흠교수는수목원과정원이목적과특성이달라생기는법적문제를지적했다.정원법은2015년에만들어졌지만,당시수목원식물원법에포함되는것에그쳤다.“수목원을위한정책에정원이끼어든상태”라고황교수는말했다.황교수에따르면수목원은식물전시와유전자원보존이라는특정목적이있다.정원은수목원보다범위가넓다는사실이다.즉,정원은식물을전시하고지속해서가꾸고관리하는공간으로포괄적인목적을가졌다.이런차이에도법에는거의동일하게규정되어있어작은문제들이발생한다. 또한,황교수는국가·지방정원의지정기한도문제삼았다.“현재중앙정부와지자체에서운영하는국가·지방정원은지정기한이없는상태로언젠가문제점이드러날수있는한계를갖고있다.이런면에서김인호센터가제안하는‘정원도시’에공감한다”고말했다. 그는민간정원활성화를위한국가정원정책의필요성도강조했다.‘산이정원’을예로들어“전세계유명정원은모두민간정원이다.사립식물원이면서규모가가장큰민간정원인산이정원이정원본연의모습을찾아가는형태다”라고했다.또한“민간정원은법인,단체,개인조성이가능한것으로규정되어산이정원도주식회사정원조성자로규정할수있다.국가·지방정원처럼국가가정부예산으로직접조성하는것이아닌,외국의‘공공토지임차정원’형태가지속가능한정원정책으로여겨진다”고했다. 아울러“민간정원이활성화되려면조세특례를통해여러세금을감면할수있도록법제개편이필요하다”며“민간에게저렴하게장기간임대해서민간이자본을들여정원을개발하고,지역주민과향유하는형태”를제시했다. 산림청에소속된배준규과장도주제발표에서민간정원의활성화가가장이상적인국가정원정책이라는점에공감했다.배과장은국내외정원산업시장이커지면서세계에서한국의정원산업의위치를전하고지역사회와지자체의연결에고심하는산림청의노력을설명했다.배과장은지자체특수한식물을산림청과연결해자원을복원하는사업을꺼내면서“민간이정원정책에함께해야한다.남양주시,수원시,진주시등과MOU를하고있고,최근한국토지주택공사와도협약을준비중”이라고했다. 산이정원개원기념콘퍼런스인만큼정원을직접조성한이병철대표가산이정원개원과정을사진과영상을프리젠테이션으로참석자들과공유했다.이대표는초기산이정원을둘러싼4개섬을재현한맞이정원부터노리정원,물이정원,동화정원,흐름원등12개의테마정원과시설을자세히설명하며“솔라시도는정원도시,햇빛정원도시라는비전과콘셉트로만들어지고있는새로운미래도시다”라며“해남의첫작품이태양의정원이다.50만평규모의태양광발전이밀집한해남에10분의1인5만평규모의정원을만들었다”고했다. 이대표는“저는나무를심는사람이다.태양의정원이들어서면서산업경관이생태경관으로바뀌어태양의정원이가져온열매들이부수적으로생겼다”고했다.해남에태양의정원조성후환경부는국내최대탄소중립교육기관을유치하고,유기농산업복합서비스지원단지등이들어설예정이다.이대표는“내손주들이살아갈미래를생각을하니아찔하다.미래세대를위한환경을조성해보자라는생각에솔라시도를진행했고,그모델하우스가‘산이정원’이라고보면된다”라고했다. 정원예찬,“치유·공존·자연을담는그릇” 이번정원도시포럼의다양한분야포럼위원이모여정원토크를가졌다.서영애기술사사무소이수소장의사회로▲김선미동아일보기자▲김창섭가천대IT융합대학전기공학과교수▲이규인아주대건축학과교수▲이지윤숨프로젝트큐레이터가패널로참여했다. 언론인대표로나온김선미기자는‘정원도시포럼’이종합계획을갖고한팀으로활동하는부분이인상적이라며“국내정원정책이수요자보다는공급자위주인측면이있다”고했다.기업이제품출시에앞서소비자의수요예측을미리해본다는점이다.김기자는“정원도시는생태계와정원이세상을바라보는틀이돼전체적인생명체들과함께연결되는사회인데결과적으로요즘정원에는돌봄이라는키워드가많다.문화예술과접목해비인간생명체와함께연결됐으면좋겠다”고말했다. 에너지와전기,기후변화전문가인김창섭교수는에너지와탄소중립관점에서정원을설명했다.김교수는“알다시피석유나전기는사랑하기어려운물질”이라며“정원은환경기반,기술기반,문화기반솔루션을담기에가장좋은공간으로마치‘합동전진기지’같은느낌이다.이점에서솔라시도는좋은사례”라고설명했다.그는정원사들의역할을과학과연결해“정원사가기르는식물잎사귀는태양광전지판이다.그런면에서정원사는가장오래된‘에너지맥’”이라며결국탄소중립방법은정원이라는사실을확인됐다”고말했다. 이규인교수는정원도시개념에관해정의를내려보자는문제제기를시작으로“정원도시개념을인류를위기에서구할대안으로생각하고싶다”고했다.이교수는인류에게가장큰위협으로기후위기와AI를꼽았다.이교수는“AI가인간을멸망시킬것으로전망하지만,저는AI가인간을노동에서해방해줄것으로생각한다.일하지않고먹고사는시대로바뀌는시점에정원도시가큰역할을할수있다”고말했다.“기후위기나모든문제해결은생태사회로의전환밖에없다.최근자동차도로를최소화하고,보행자전거나퍼스널모빌리티자율차로바꾸고있는등기계와자동차를배제하는방향으로도시가진행되고있다”며정원도시로의방향성을설명했다.또한“솔라시도와같은도시를만드는의지와그런여론을모으고의식을높이는게필요하다”라고제안했다. 이지윤큐레이터는산이정원에개관하는박물관인가든뮤지엄을높이평가했다.이큐레이터는“박물관하면사람들은건물장소를생각하지만,사실생태공원·공원·가든·정원도시등새로운개념의질문에관한연구를할수있는시작과아카이브가만들어질기초가될수있다”며“산이정원의박물관은좋은사례이며시작”이라고했다.그는영국을예시로“영국은정원의국가로정신치료부분을고등학교부터정원과함께시작한다.정신치료가중요한만큼정원도시,생태도시와탄소중립도시에대한고민이정원박물관에서진지하게세계의석학들이모여연구주제가되기를바란다”고말했다. 정원도시포럼은정원도시의가치와비전을밝히고이에관한사회적담론을형성하기위해2019년에15명이모여결성됐다.2021년에정원도시정신과가치를담은정원도시선언문이발표됐고,이듬해기후위기와포스트팬데믹이라는새로운도전에맞서도시패러다임으로서의정원도시를살펴봤다.올해3회차로정원‘미래가되다’라는주제로산이정원에서열게됐다. 콘퍼런스시작에앞서조경진정원도시포럼위원장은개회사를통해“그동안위원들이많은답사와회의를통해우리국토가하나의정원이라는생각을확인했다.정원정책도있는자원을잘보존하고겸허한방식으로개입을해야한다고본다”며“앞으로포럼이이런생각들을공유하고확산하고자노력하겠다”고말했다. 또한,채정섭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대표는환영사를통해“2018년부터솔라시도도시조성을6년째하고있지만,속도가더딘상황이다.산이정원개원을시작으로사업속도를높이겠다”고밝혔다. 한편,이날먼거리에도40여명이참석해정원도시포럼에높은관심을내비쳤다.이번콘퍼런스는유튜브채널‘정원도시포럼’에서다시보기가가능하다.
[조경논단] 시인과 전사, 그리고 광대
벚꽃의짧은계절이지고봄꽃들이여기저기터져나오는미풍의계절이다.이계절에국립현대미술관에서정영선선생님의전시가열리고있다.그리고극장에는정영선선생님의영화가상영중이다.지난주에는전시를보았다.작지도,크지도않은전시실에한국조경의거의모든것이압축적으로담겨있어정영선이라는거인에압도되었다가,아직절정에이르지않은검박한정원에서는정영선이주는소소하며편안한위안을받았다.이번주에는영화를보았다.영화는정영선이라는사람과그가만든공간에관한이야기였는데,정영선이작은중정에숲을닮은정원같았고,포항의바위와바다와어우러진해국의경관이정영선같았다.벚꽃이내리는봄의후원과눈이내리는겨울이후원의모습이교차하는장면은황홀했다가,풀과꽃에게말을걸며쪼그려정원을어루만지는선생님의모습은모두의마음에있는할머니의모습처럼그리웠다. ‘땅에쓰는시’라는영화의제목은정영선선생님이직접정하셨다고한다.“하늘보다더높은하늘이,바다보다더깊은바다가,내앞에고개를숙였다.”영화에서선생님은본인쓴백합이라는시를읊으신다.감독님이전하기를선생님은조경은시처럼아름다워야하고,그아름다움은직접적으로표현되는것이아니라고생각하셨다고한다.국립현대미술관전시를준비하는사전회의에서선생님을잘아시는건축가는선생님의조경을다음과같이평가하셨다.선생님의조경은자기의목소리를내세우지않으며모든것을어울리게만드는배경을제공하는자연의겸손함닮았다.나는그말이선생님의조경에대한가장모범적인평가이면서도가장큰오해라고생각했다.큰목소리를내지않는다고하여,울림의공명이작은것이아니다.첫눈에시선을사로잡지않아도지워지지않는선명한기억의각인을세길수있다.시인이약하고여리다는것은편견이다. 선생님은시인이면서전사였다.아직조경의영역이제대로자리잡지못했던개발시기의건설판에서첫조경기술사로서선생님은전사였을수밖에없었다.정치가들과행정가들을설득해여의도샛강을자연으로돌리기위한과정은투쟁의연속이었을것이다.선생님의겸손은양보와낮춤의결과가아니다.오히려투쟁의결과이다.혼자우뚝서고싶고가장화려하고싶은의지들과맞서땅에시로쓴조경을하기위해선생님은강렬히온힘을다해싸워왔고지금도싸우고있다는사실을기억해야한다.시인이선생님의지향이었다면전사는시대가선생님에게던진소명의결과였을것이다.영화가끝나고나는감독님께영화를찍으면서우리조경에대해어떤생각이들었냐고,혹시아쉬운점이없냐고물어보았다.감독님은조경이늘내세우는겸양의미덕을추켜세우시면서재치있는답을해주셨다. “글쎄요.아쉬웠다기보다의외였던것이있기는했어요.영화를만드는중간에정영선선생님께서젤리코어워드를받으셨잖아요.하늘이이영화를돕는구나싶었어요.이상이조경가에게주는최고의상,노벨상이나건축의프리츠커상과같은영예잖아요.그래서저는조경계가나서서많은홍보도하고,신문이나뉴스에도크게나올줄알았어요.그런데너무조용한거예요.이번국립현대미술관전시도사실엄청난일이잖아요.세계적인상도받고,영화도나오는데이렇게조경하시는분들이본인들의이야기에조용한것이의외이기는해요.아마조경하시는분들자연을닮아겸손하시고말을아끼시는경향이있나봐요.” 50년이걸렸다.조경가가국현에서전시를하고,조경가에대한영화가나오기까지50년이걸렸다.한국조경가가세계최고의조경가에게주는상을받기까지50년이걸렸다.그런데한국조경은별말이없다.할말이없는것인지,겸손한것인지,다른일에바빠서관심이없는것인지조용하다.조경관련매체에서도,조경학계에서도정영선과서안의작품을재조명하는기획은보지못했다.건축과예술분야의사람들이오히려나에게묻는다.정영선선생님의전시와영화를보았냐고.그런좋은전시와영화가나왔는데도왜너희는아무런말이없냐고.전시회에걸린작품의리스트를보았다.나는앞으로그정도위상과규모의프로젝트를몇개나할수있겠느냐고자문해보았다.아마도그어떤조경가도그정도의일은할수없을것이다.지금조경가들의능력이부족하다는이야기는아니다.이제는과거정영선과서안에주어진그런큰프로젝트의기회는다시오지않을것이다.정영선선생님을통해마련된이축복과같은기회와시기를그냥지나쳐버리면앞으로한국조경에대한이런뜨겁고애정어린관심받게될계기는영영오지않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과조바심이생겼다. 이전시와영화는그끝에서우리조경의다음이야기는무엇인지우리에게되묻는다.정영선의조경이아무리아름답고감동적이어도그것은정영선의길이지우리조경에대한정답지도아니고종착지도아니다.우리는정영선과다른자신의시를써야하고,정영선이마주한현실과는다른현실에맞서투쟁해야한다.정영선의조경을자양분으로삼아각기다른꽃을피우고열매를맺으려할것이며그렇게될것이다.그리고이제나는그이야기를우리가줄기차게떠들어야한다고생각한다.겸양의미덕은잠시치워두고아무리작은의미라도부풀려우리의조경이야기를여기저기퍼트려야한다고생각한다.광대가되어야한다.광대,딴따라,연예인,인플루언서가되어스스로풍악을울리며조경을팔아야한다.누군가전시를기획해주고초청해주기를기다리기보다이제우리가스스로의전시를만들고,영화를만들어줬으면소망하기보다사람들이볼만한영상콘텐츠라도만들고민을해야한다. 전시의한영상에는정영선선생님이국립현대미술관의중정에정원을만들기위해미술관을설계한건축가에게허락을얻고조언을구하는장면이나온다.광화문광장을같이설계했던소장과함께한저녁자리에서지인이우리에게물어보았다.광화문광장에팬지꽃밭이조성되었는데원설계자인우리가허락한일이냐고.우리는둘다금시초문이었고조경에서는그런것이관행이라고얼버무렸다.최근골프장을설계한조경설계사들이무단으로골프장설계에대한저작권침해에대한소송을진행하였는데,법원은골프코스설계는창작성을인정할수없으므로저작권보호대상이아니라는판결을하면서패소하였다.건축가의권리와너무나도상반되는조경의문제를보며나는담당공무원에게화를내고또다른소송을준비하는것보다지금열리고있는전시와상영중인영화가많은이들에게보여지고알려지는것이더필요한일인지도모른다.앞으로조경에이런전시와영화가몇번더나와조경에대한사람들과사회의이해가높아졌을때,조경은스스로권리를인정받고자애를쓰지않아도될까?범죄도시4가개봉4일만에300만명을돌파했다는뉴스를보면서나는다시마음이초조해졌다.‘땅에쓰는시’를본관객수는6,500명인데,이아름다운조경에관한이야기가조금만더오래상영관에걸려,조금만더많은이들이이야기를공유했으면좋겠다는마음이었다. 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교수
서울 유일 마을정원 축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 들으세요”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색별로다양하게심으면돼요.” 언덕을오르는수레에는팬지,마가렛,임파첸스,가자니아등봄을담았다.정원축제까지남은기간은보름남짓.마을곳곳담장을따라긴방부목으로만든화분은정원축제의동선을가리킨다.만만하게볼길이아니다.경사도가어림잡아30도다. 마을주민들은골목화단을정리하는데익숙한듯겨우내살아남은여러해살이초화류사이사이로꽃을심는다.그렇게두어시간여마을을돌면서심고,물주기를반복하니골목이금세봄색으로변했다.단지는10년전서울시가주관하는‘꽃피는서울상’콘테스트에서최우수상을받은곳이기도하다. 정릉교수단지는매년단이틀만정원축제를연다.준비에비하면축제기간이짧다.하지만개인주택주인이직접가꾼정원10여곳을볼수있는유일한날이다.정원공개를위해대문을48시간열어놓는건요즘시대,그것도서울에서큰모험이다.올해13번째다. 교수단지에서정릉까지는걸어서5분이채안걸린다.정릉은조선왕릉중한곳.태조가총애하던신덕왕후가숨지자태종은4대문내에있던무덤을정동으로강제이장시켜동네이름이‘정릉’이됐다. 1960년대에는서울대교수들이다수거주했다.교수들이살던근현대식단독주택들로모여살았다.현재교수들은거의살지않지만,‘교수’라는이름이동네명으로남았다. 차가운회색빛보다계절감느끼는정원마을의시작 몇해전유명예능방송프로그램‘유퀴즈’에서도촬영해입소문이나기도했다.하지만그전부터이곳은개발과마을보존이라는문제로언론에주목을받았다. 재건축바람이불던2000년대건설업자들이강남의주거지개발이비싸다보니성북구로눈을돌렸다.그중정릉주변교수단지도포함됐다.재건축동의를구하기위해조합이설립되면서갈등을빚었다.경관이주요한정릉주변을개발한다는것은상식상맞지않았다. 김경숙정릉마실대표와마을주민들은동네골목마다꽃을심고봄에정원축제를열었다.축제기간몇몇집이정원을공개했다.개인정원개방은서울에서최초였다.김대표는“이렇게예쁜곳을재건축하지않아도충분히아름다운동네라는사실을알리기위해서정원을가꾸고축제를열었다”며당시를회상했다.정원가꾸기가주가되는비영리단체‘정릉마실’은이후에만들어졌다. 2009년정릉이유네스코에등록된후2012년과2021년에정릉동6구역은정비구역지정이공식해제됐다.순천시를비롯해전국지자체에서소문을듣고마을을찾았다.주민자치로마을정원이유지되는곳을선진사례로삼기위해서다.첼시플라워쇼황지해가든디자이너도정릉단지를방문해식물선정과정원가꾸기에도움을주며응원을보탰다. 한결같이생동감넘치는정릉교수단지‘가든페스티벌’ 여전히정릉마을주민들에게정원축제는또하나의명절과같다.코로나가심했던2020년을제외하곤행사를거른적이없다. 그렇다고축제준비에미온적인주민에게참여를강요하지않는다.김대표는“참여못하는그마음그대로받아들인다.동네정원가꾸기도자율적으로신청받지만,자기집앞담장에화분을설치하는것도스스로관리할수있는의지가있어야한다”고했다.변화도많다.교수단지주변연립빌라에사는사람들도축제에방문해정원삶을동경한다는이야기를전해듣기도했다. 13번째정원축제에공개될정원은하나같이개성넘친다.고급스럽게휜30년수령의사철나무가터줏대감인‘쌈지정원’,다양한크기의자연석과야생화로정원을꾸민‘돌멩이들의수다’,자연주의식재가일품인‘도도화’,금낭화로계단한구석을근사하게조성한‘행복한뜰’등올해16곳이정원을개방한다.전문적인식재설계가아닌식물을다년간키워본‘경험설계’가비법이다. 올해도정원을개방하는이미정씨는“다른멋진정원사진을보면누가만들어준느낌인반면에이곳은아마추어가가꾼듯한순수함이있다”며“해마다봐도질리지않는그런느낌의정원”이라고했다.마을주민의노력으로소소하게시작했던때와비교하면현재방문객수는가늠할수없을정도로늘었다.축제‘시그니처’라불리는꽃비빔밥이만드는족족동이날정도다. 이번축제는오전11시에정원을가꿔보는정원가드닝과오후2시부터정원해설사와함께거니는마을투어가진행된다.오후4시부터는인형극과공연이있을예정이다. 또,매년축제를지원해온성북구사회적경제센터는올해도성북구사회적기업들과마을축제를연결한다.먹다남은굴껍질로비누를만드는블루랩스,생활패션용품을만드는결혼이주여성들의알록달록협동조합,시니어를대상으로프로그램을운영하는더이음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등이이번행사에참여한다.이들은각정원에서코끼리똥수첩만들기,꽃비단부채만들기등체험활동과플리마켓을연다. 특히,올해는마을어린이집돌봄교실엄마들과어린이들이직접정원에서방문객들을반길예정이다.“축제를준비하는마을주민들나이가평균70세다.젊은엄마들과아이들이함께참여하는축제가벌써기대된다.” 정릉교수단지정원축제는‘정원이들려주는소리’를주제로오는10일부터11일까지정릉동북악산로5길정릉교수단지에서개최한다.시간은오전11시부터오후5시까지다.
공원 BF 인증제도, 인식전환 필요… “모두를 위한 설계해야”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모두를위한설계를하기위해서는공원BF인증제도인식을제고할필요가있다는의견이나왔다. 한국조경협회와한국건설기술인협회조경기술인회는지난달29일한국과학기술회관중회의실5에서‘공원BF인증제도에대한이해와대응방안’세미나를개최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BarrierFree)’제도는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뿐만아니라일시적장애인등이개별시설물·지역을접근·이용·이동함에있어불편을느끼지않도록계획·설계·시공·관리를평가하는제도다. 이날행사는1부주제발표,2부토론회순으로진행됐다. 안세헌한국조경협회회장은인사말을통해“조경협회에서는조경인들과다양한주제를통해앞으로나아갈방향을논의하기위해노력하고있다.앞으로진행될세미나에도많은관심부탁드린다”고말했다. 김형선한국건설기술인협회조경기술인회장은“100만명이넘는건설기술인전체회원수중에서조경기술인은약5만5000명정도된다.앞으로도세미나외행사등다양한협업을통해힘을합쳐나갔으면좋겠다”고말했다. 세미나는▲이기영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부사장(BarrierFreeDesign및BF인증저자)이‘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제해설과장애인교통약자의행동특성에대해’▲김연금조경작업소울대표가‘통합놀이터조성사례와기본가이드라인’▲김성은네드지사장이‘공원BF인증사례와문제점,개선방안제시’를주제로각각발표했다. 발표가끝난후토론에는김기천그룹한어소시에이트소장,서은실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부사장,김인순한국장애인개발원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부장이패널로참여했다. 이기영부사장은“BF설계를할때는장애인위주의개념이아닌,안전성,접근성,편리성,쾌적성,비차별성을중심으로디자인해야한다.2023년말기준우리나라인구중5%가장애인이고,장애인의54%가노인이다.출산율도점점떨어지고있는이시점에서는나를위한설계를해야한다.BF설계시장애인에국한된디자인이아닌,유니버설디자인과인크루시브디자인등모든개념이통합된디자인을추진해야한다”는의견을밝혔다. 더불어“‘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에관한규칙’등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관련법령들을잘살펴봐야한다”고강조했다. 김연금대표는외국국내·외통합놀이터사례를설명하며“전세계적으로통합놀이터와관련된다양한사례들을통해디자인가이드가만들어지고있다.유니버설디자인과BF디자인의개념은공공성과사회적책임이라는관점에서차이가있으나,사회적약자가존엄과평등을실현할수있도록물리적,심리적장벽을제거한다는점은공통적이다”고말했다. 이어“통합놀이터는‘접근성’과‘놀이성’을어떻게균형있게맞출것인가에대해많은고민이필요한것같다.영역별로장애유형과장애정도가다른데,이들이갖고있는활동특성을어떻게고려해시설을이용하게할것인가를다같이고민해야한다”고강조했다. 김성은지사장은BF인증의개요부터관계법령,공원및공원내건축물적용사례에대해설명했다. 발표가끝난후토론에서김인순부장은“보편적으로BF인증은장애인을위한제도,유니버설디자인은모두를위한제도라고생각하고있는데,그인식부터바꿔야한다.내가노인이됐을때공원에서어떤편안함느끼고,어떤불편함을느낄수있는지생각만해도답은나온다고생각한다.장애인에초점을두는것이아닌,공원이용자모두를위한설계를해야한다.공원BF인증에많은관심과적극적인반영이절실히필요한시점이다”고말했다. 김기천소장은“‘BF인증과정’은서류를제출하고의견을받아서보완하고다시제출하는과정의반복으로이뤄진다.조경설계심의를마쳤음에도불구하고BF인증심의에서심의위원이바뀌면도면전체를바꿔야한다.현재대기기간만3개월이필요하고,이후심의까지모두마치는기간이길게소요된다”는어려움을토로했다. 김인순부장은심사과정과관련해“2021년공원BF인증이의무화되면서설계회사도심의위원들도이해가부족한상황인것같다.위원들도심화교육을통해공원BF인증지표교육을받고있지만,전체적인교육이아니기때문에혼란을일으킬수있을것같다”고말했다. 김성은지사장은“현재인증기관업무과중으로서류제출후약3개월후에심사가진행되며,심사결과에대한조치계획제출및심의요청후에또약1개월대기후에인증심의가이뤄진다.BF인증으로어려움을겪고있는설계사무소가많아지면서인증기관의인력보충및효율화를위한대책이필요한것같다”고지적했다.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유퀴즈’ 출연… “국토 자체가 하나의 정원입니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이tvN‘유퀴즈온더블럭’(이하유퀴즈)에출연한다. 오는5월1일오후8시45분에방송되는‘유퀴즈’는▲여행유튜버빠니보틀▲한국최초여성조경가정영선▲배우박성훈이출연한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가유재석,조세호를만나어떤이야기를나눌지기대가되고있다. 한편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가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등에서상영중이며,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하고있다.
안산 정원 단지에 ‘경기가든역’ 만들어질까?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안산시가최근경기도지방정원조성사업과관련해‘경기가든역’신설필요성을강조했다. 지난26일김동규경기도의원(보건복지위원회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안산1)이제374회임시회제2차본회의‘5분발언’을통해‘경기도지방정원조성사업’의성공을위한신안산선안산·화성연장안그랑시티자이역반영과경기가든역지선신설이필요하다고주장했다. 안산시는신안산선개통에앞서이용수요가높은사동지역으로노선연장을위해타당성조사용역을진행하고중앙정부에건의해왔다.올해경기도가안산선대부도연장해한양대역에서화성을거쳐대부도연결을포함한경기서부도로·철도망구축계획을발표해안산시로서는역신설에희망을갖게됐다. 이날김동규의원은“안산·시화쓰레기매립지는안산,수원,안양,광명,과천,시흥,의왕,군포8개시의생활쓰레기를처리하면서안정화기간을포함해약30년동안지역주민들에게고통을선사한곳”이라며“올해해당매립지에경기도지방정원조성사업이시작되며안산시에경기도정원문화와정원산업의선도적역할을수행할경기정원이조성될예정이다”라고말했다. 그는“만약계획대로준공된다면안산시에는연200만명의관광객이찾는관광명소이자,안산갈대습지공원과비봉습지공원을합친다면순천만국가정원을넘어서는약38만평의국내최대규모의정원단지가조성될것”이라고했다. 이어서“경기정원사업조성지의교통수단부족이문제가될가능성이클것을예상돼본의원을비롯한안산시에서는경기정원의성공적인추진을위해가칭‘그랑시티자이역’과‘경기가든역’의신설이필요하다”고주장했다. 그는“지난2월발표된‘경기서부도로·철도망구축계획’에는경기도역점사업중하나인경기정원에대한고려가없었고,경기정원을지나지않고바로화성으로연장되는듯한안이제시됐다”며,이부분을관계공무원에게질의하자“국토교통부‘제5차국가철도망신규사업건의가이드라인’에따라기초지자체의의견수렴절차및이견이있는노선에대한중재안마련을통한단일노선건의를진행하겠다는답변을들었다”고했다. 아울러,김의원은해당지선을경기정원초입에서끝나는것이아닌현재공사가진행중인인천발KTX노선및수인분당선과연결을제안했다.그는“경기정원초입에서인천발KTX노선과수인분당선철로는직선으로약600미터정도의거리만있을뿐이다.만약제안하는지선이철도계획에반영된다면안산,화성을비롯한경기서남부도민들께서KTX이용편의와전국타시도의시민들께서경기정원에더쉽게접근해경기정원의성공적인운영에큰보탬이될것이다”라고했다. 한편‘(가칭)세계정원경기가든’은옛안산시화쓰레기매립장부지위에약45만㎡규모로2026년에조성될예정이다.특히,인근에40만㎡면적의안산갈대습지공원,47㎡규모의화성비봉습지공원이인접해있어이들을연계해개발한다면111만㎡규모의순천만정원을넘어서는132만㎡의국내최대규모정원·에코벨트가탄생될것으로전망하고있다.
창작 활동에 나쁜 선례 우려…“조경가 창작·저작권 위해 적극 행동”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한국조경가협회는24일골프장창작성부적판결(본지관련기사3월11일자‘골프코스설계,창작성없다?!’)에대한입장을밝혔다. 안계동한국조경가협회회장은입장문을통해“이번판결에서‘지형,식생,조경시설등자연물의조합인골프장에는창작성이없다’는판결은골프코스설계와조경에대한무지에서나온판결”이라고강한유감을표명했다. 안회장은“조경분야가설계및시공에관여하여만들어진대표적시설”이라며“골프경기를위한코스와지형변화,연못배치,식재등아름다운경관을조성하는창조성적산물이며골프장마다개성이다른경관이연출됐다”고했다. 또한,“조경은인간과환경의조화를통한환경의질향상을목적으로환경에대한생태적·기술적이해와심미적·정서적접근을통해인간에게휴식과안정,아름다움을제공하는전문분야다”라면서“공원이나골프장은지형,식생,조경시설등을단순히기능적나열이아닌전문조경가의구체적의도와목적에따라새롭게배치,조합,배열된창조적공간”이라고강조했다. 안회장은“2심법원판결은조경의순기능과역할에대한이해부족으로기인한것”이라며“조경을넘어건설,문화등창작활동이필요한분야전반에매우부정적이고나쁜선례를남길수있다.이는미래사회가치인‘환경’과‘문화’라는시대적사명과도배치되며세계적으로주목을받는K컬쳐발전에도걸림돌이될수있다”고우려를나타냈다. 마지막으로“우리협회는이순간에도창작활동을위해시간과노력을기울이는조경가의창작활동과저작권이보호받아한국조경문화발전과인간삶의질향상에이바지할수있도록적극행동할것”이라고밝혔다. 이번사건은스크린골프업체인골프존에서국내골프장을그대로재현한시뮬레이션영상을제작해사용하면서저작권비용을지불하지않은데서시작됐다. 지난2월1일서울고법민사5부는골프코스설계업체인오렌지엔지니어링등이골프존을상대로낸저작권침해금지와손해배상청구소송2심에서원고일부승소판결한1심을파기하고패소판결했다. 골프장의창작성부정판결에대한한국조경가협회입장문 2024.2.1.서울고등법원은원고골프코스설계사와피고스크린골프업체간의저작권침해손해배상항소심판결에서1심판결을완전히뒤집고,골프장이저작물의대상이긴하나창작성이없는기능적저작물에해당하므로저작권침해가해당하지않는다고판결하였다. 특히이번판결중‘지형,식생,조경시설등자연물의조합인골프장에는창작성이없다’라는내용은골프코스설계뿐만아니라조경에대한무지에서나온판결로서한국조경가협회는이에대해매우엄중한유감의뜻을밝힌다. 골프장은조경분야가설계및시공에관여하여만들어진대표적시설로서,골프경기의전략적목적을위한다양한코스형태와지형변화,연못배치뿐만아니라식재를통한아름답고인상적인경관조성을위해심혈을기울여만들어진창조적산물이다. 그리하여골프장마다각각다른개성있고매력적인경관이연출되어있다. 조경은인간과환경의조화를통한환경의질향상을목적으로하며궁극적으로삶의질향상을도모한다.환경에대한생태적·기술적이해뿐만아니라심미적·정서적접근을통하여인간에게휴식과안정,아름다움을제공하는전문분야이다. 그러므로조경이땅위에만드는공간인공원이나골프장은지형,식생,조경시설등을단순히기능적으로나열하는것이아니라전문조경가의구체적의도와목적에따라새롭게배치,조합,배열된창조적공간이다. 2심법원의이번판결은이러한조경의순기능과역할에대한이해가부족한데기인한것으로서,조경뿐만아니라나아가건설,문화등창작활동이필요한분야전반에매우부정적이고나쁜선례를남길수있다. 이는미래사회의가장중요한가치인‘환경’과‘문화’라는시대적사명과도배치되며세계적으로주목을받는K컬쳐발전에도걸림돌이될수있다. 우리협회는지금,이순간에도창작활동을위해시간과노력을기울이고있는조경가의창작활동과저작권이보호받아한국조경문화발전과인간삶의질향상에이바지할수있도록적극행동할것이다.끝. 한국조경가협회회장안계동
정영선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 오늘 개봉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국내1세대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가오늘개봉한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한편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은지난5일부터정조경가의작품세계를돌아보는전시‘정영선: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9월22일까지)를열고있다.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서 ‘정원도시국’으로 ‘졸속’ 추진…4일간 입법예고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울시가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명칭변경을추진하면서관련분야의충분한의견을수렴하지않아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이제기됐다. 서울시는이달5일시정추진력강화를위한조직개편을위해‘서울특별시행정기구설치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시의회에상정했다. 개정안의주요내용은▲기구개편및소관사무조정▲주요실국의통솔범위조정▲자율신설기구일반기구화▲한시기구정비및존속기한연장▲기구명칭변경등이다. 이에따르면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고,올해7월까지한시적으로운영할예정이었던한강사업추진단을3년더연장해존속시키는내용이포함됐다. 이중‘푸른도시여가국(이하푸도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는것에대해기존업무를포괄하는이름으로적합하지않다는지적이일고있다. 현재푸도국은▲공원정책▲공원조성▲조경▲정원▲자연환경▲생태계▲산림▲동물보호▲공원여가▲산사태사방사업등을담당하고있다. 게다가이번개정안은지난달29일부터이달2일까지단4일동안의견을수렴해부랴부랴추진하는모양새여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까지받고있다. 보통입법예고는40일,지자체법규는20일로정하고있으며,서울시의경우에도“입법예고기간을20일미만으로하려는경우에는법무담당관과미리협의하여야한다”고정해놓았다. 하지만이번개정안은입법예고가충분히되지못해시민들은물론관련학계등전문가들도알지도못한사이에‘정원도시국’으로바뀔수있는상황이다. 개칭부정적,“기후변화등다양한패러다임고려”“조직위상축소”등 안승홍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는“서울시가정원도시기조에맞춰서조직명칭을변경하는상황”으로생각되지만,“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은기존푸른도시여가국에비해똑같은기능을하더라도조직이협소해지는느낌이든다”고말했다. 그는“정원에서발달된개념이공원이다.공원은정원에비해공간적으로크고,이용자측면에서도공공공간으로훨씬범위가넓은데,산림청에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한시기를거치고있다”며특히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아래공원관련부서가위치한다는것은“배보다배꼽이더큰상황”이라고말했다. 하지만경기도에정원산업과가신설되는등지자체조직에정원이라는이름이들어가는것은최근추세라고진단했다.또한정부부처에서공원업무를담당하는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는법·정책만관리하고있지만,산림청은국가정원이나지방정원조성등을통해직접사업에관여하고지자체에매칭예산을주고있어서앞으로지자체부서이름에‘정원’을사용하는비율이더늘어날것이라고전망했다. 실제2022년말경기도에서도‘산림과’와‘공원녹지과’를각각‘산림녹지과’와‘정원산업과’로명칭을변경한바있다.하지만당시‘정원산업과’신설은산림공원정원을포괄하는상위부서의명칭이아니라,부서간업무조정성격이강했다. 오순환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푸른도시여가국이더좋은것같다”며“기후변화,리질리언스등현재여러가지패러다임이존재하는데,정원으로만접근하는게맞는건지논의가필요하다”고말했다. 또한오본부장은“기존공원녹지관리사업소를공원여가센터로친근감있게바꾼건좋은데,일반사람들에게‘정원도시’가더친근한가?‘푸른도시’는안그런가?”라며정원도시국이더친근감이있는이름은확실하냐고반문했다. 무엇보다정원은가장작은단위의조경이므로,생태공원산림자연등을총괄하는부서이름으로는축소되는느낌이든다며“푸른도시여가국에서많은정원을조성하면되는데,여러불편과행정비용까지감수하면서이름까지바꿀타당성이있는지모르겠다”고말했다. 특히4일밖에입법예고가안된것은“왜4일만했는지이해할수없다”며“좀더논의의장을마련할필요가있다”고말했다. 개칭긍정적,“공원녹지포함한큰개념”“구체화”등 ‘푸른도시국’보다‘정원도시국’이더낫다는의견도있다. 안명준조경시공연구소느티대표는오히려“기존푸른도시국은지향점이상당히모호했다”며“정원도시국은정원이라는구체적인대상이지칭되니까개인적으로훨씬낫다고생각한다”고말했다. 그는이번논란에대해“정원을어디까지로보느냐에따라달라질것”이라며,‘정원도시국’을가드닝개념의좁은의미의정원으로사용한것이라면논란이있겠지만,공원녹지를포함한큰개념의정원으로보는것이기때문에“서울시가정원도시정책을펼치고있는상황에서정원도시국으로가도문제가없을것”이라고말했다.다만“아직까지정원이도시적인차원에서이해되지않으니까조금이른감이있다”며일반시민들이가진정원에대한편견을극복하기위해“홍보가필요하다”고말했다. ‘졸속추진’논란에대해서는,이번개정안이입법예고를짧게거쳐도될사안은아니라는입장을보였다.“국단위명칭이바뀌는이유가제대로설명이안되고있는것같다”며,국의명칭이변경되면서하위부서에대한세심한계획안이공고되지않은것은시정철학이반영되지않은채“일단명칭부터질러놓고보자”는것에불과하다며,숙의할기간이필요하다고말했다. 한갑수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은“‘푸른도시’가워낙넓은개념인데반해‘정원도시’가좀더구체적이라는점에서좋은것같다”고말했다.하지만“이름을정원으로하면업무범위가축소될것이라는염려도있을것같다”며조경내에서도다양한분야가있어서논란의여지가있을수있으므로“관련분야의견을참조했다면더좋겠다”며졸속추진논란에“아쉬운점”이라고평가했다. 한편서울시는이외에도“경제정책실,복지정책실,도시교통실”을“경제실,복지실,교통실”로,“시민건강국”을“시민건강국,민생노동국,디지털도시국”으로,“재난안전관리실,주택정책실”을“민생사법경찰국,재난안전실,주택실”로변경한다는방침을개정안에담았다.
[조경논단] 요즘 공원
은퇴하신회사선배들과이야기나눌기회가있었는데,‘건강,돈,친구’가제일중요하다고반복해강조하셨다.‘돈’이야어렵겠으나,‘건강’과‘친구’라면그래도공원이제법커버할수있겠다싶었다.기실공원의발단이1832년영국런던의콜레라대유행과연관이클정도로공원과건강은한몸이나다름없다.공원에서산책과달리기등운동을통한시민의건강뿐아니라,맑은공기와생태계조절등도시의건강까지연관되기때문이다.이런건강측면으로요즘공원에서유의미한움직임이라면‘맨발걷기붐’과‘야외체육시설의진화’가손꼽힌다. 점점흙이없는도시가되니외려흙길을찾는것인지,맨발걷기는현재공원에서가장핫한이슈다.어찌보면건강의영역을벗어나신화의영역에다다를정도.거친산길을맨발로걷는건기행에가까웠는데,2006년대전계족산황톳길(14㎞)을시작으로2020년서울양천구안양천황톳길(570m)과강남구양재천황톳길(600m)조성등을통해맨발걷기용흙길이공원제도권으로진입했다.물론맨발공원으로불리던지압보도도있었다.밀레니엄전후로주요공원마다자갈,사고석등의재질로지압로가조성돼선풍적인기를끌었고현재도일부남아있지만,이젠이용률이극히저조해지며사라져간다.영원히변하지않을것같은공원도개별시설마다끊임없이경쟁하고흥망성쇠를겪는걸보여주는대표적사례다. 공원으로진출한황톳길에서수년간경험이쌓이고민간단체가태동하고몇몇언론보도를통해맨발걷기의장점이증폭되는과정을거치며,2022년부터는공원내흙길조성요구가본격적으로대두됐다.작년부터양천구는현황조사를거쳐총20개소3.7㎞의맨발흙길기본계획을수립·추진중이고,전국주요공원마다황톳길등맨발흙길조성이쇄도한다.신규조성뿐아니라자연발생적으로활성화된공원내흙길을정비하는방식도활발하고,시설측면에서도황톳길과마사토길,건식흙길과습식흙길로의분화와배수를위한황토배합비조절,이용편의를위한세족장,신발장,비닐하우스,방수포설치등다방면으로진화중이다. 건강측면에서요즘공원의또다른이슈는야외체육시설의진화다.2000년대초반공원에처음도입된야외체육시설은종목확대와내구성·디자인개선수준에머무르다,팬데믹을거치며폭발적으로진화했다.초기집합금지와거리두기로인해인기를끌며공스장(공원+헬스장),산스장(산+헬스장)같은유행어를만들더니,팬데믹이지속되며높아진수요는난이도높은근력운동과맨손복합운동기구로는물론,난이도낮은어르신을위한감각운동기구로까지확대시켰다.비가림시설과조합해일상성도높였고에너지생성까지스마트하게뻗어나가면서,상대적으로배제되었던청년과여성까지폭넓게포용하는중이다. 두번째주제인‘친구’로넘어가기전에소개하고픈중첩된사례가도심공원과거리에서자주만나는러닝크루(RunningCrew)다.주로평일이나일요일저녁,젊은직장인이나학생그룹이깔끔한복장으로줄지어달린다.건강을챙기면서도느슨한팀워크를구축해안전성과참여도를높이는데,볼때마다흐뭇하다.이런낮은단계의관계망은‘혼자’를강조했던팬데믹을거친이후도시에서자주볼수있는트렌드이기도하다. ‘친구’라표현했지만‘관계’로해석하는것이조금더정확할것이다.공원은혼자찾는사람도많고또그만큼다양한관계망이동반되기도한다.가족이나연인과피크닉을위해찾는경우도,친구와함께운동을즐기는경우도,반려견등반려동물과동반하는경우도있다.특히전국에600만명(命)정도로추산되는반려견은요즘공원의주이용객으로서큰변화를이끈다. 2004년최초로서울능동어린이대공원에반려견놀이터가생긴후,여러노력에도불구하고번번이지역주민들의완강한반대를넘어서지못한경우가많았다.하나인구4명에1명꼴,약1300만명까지반려인구가늘면서상황은역전됐다.특히팬데믹을지나며반려동물입양률이연간20%가까이증가하니,반대목소리를드높이시던어르신들의데시벨이크게낮아졌다.현재서울시공원내에만반려견놀이터23개가운영중이며,그중양천구도7개로30%를차지한다.특히,내달양천구목동IC남측녹지대에개장하는‘목동반려숲’은녹지공간전체를반려견테마로꾸몄다.앞으로모든공원에다양한형식의반려견놀이터가도입될뿐아니라,교육기관,보호소,보건소,캠핑장등반려동물테마시설도확대될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팬데믹은반려식물에대한관심도키웠다.즉각적반응이특징인반려견과스마트폰에대응하는‘느린관계맺기’다.집에서의반려식물은공원에서의텃밭과정원으로확장되는데,모두가드닝의영역이다.요즘공원에서식물관련최대이슈는‘정원’으로,전국적인정원도시트렌드와맞물리며도시의공원과거리를다채로운정원으로바꾸는중이다.서울시는작년5월정원도시선언에이어올해봄에만1000개의매력정원을조성한다고발표했다.양천구도도시곳곳에25개의매력정원을일구는상황.우리는왜이렇게공원과거리에정원을만들려노력할까?정원이갖는아름다움과계절감과색과향기와질감의매력도그이유겠지만,근본적으로는복잡한도시속에서인간이자연과더밀착된관계를맺고싶은욕망일것이다.그런측면에선모두‘반려’식물인셈.집에서의반려식물도공원내정원의확산도불안하고외로운도시의삶에대한대응이며,이노력들로인해공원과거리는더많은가드너들이함께가드닝하는정원도시로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확장된생태적관계망또한중요하다.기후위기의신호로받아들이는꿀벌의실종등작은곤충류의생멸(生滅)부터숲에서마주치는너구리,강에서살아가는새와물고기와수달까지서로연결되며큰위기에함께대응한다.공원에서생물다양성에진력해야하는이유다.최근몇년새시민과학자들의노력으로안양천철새보호구역에새들이조금씩늘어나는결과를얻었다.지속적인조사데이터를바탕으로겨울철공사자제나갈대군락지관리등에목소리를내주신덕분이다.올해부턴양천구에서활동하는자원봉사자‘에코친구’도함께참여한다.결국공원을중심으로사람과사람뿐아니라도시와자연까지서로함께‘관계’맺음으로써우리도도시도지구도더안전해진다. 해방과한국전쟁이후70여년간경제발전과민주주의라는목표를향해모든분야마다부지런히달려왔지만,세계최고의자살률과세계최저의출산율을성적표로받았다.물론괄목할만한경제성장을거뒀고민주주의도지속적으로향상시켜왔지만,결국우리사회는자식을가지길거부하는또스스로삶을소거하는마음이가장강한나라가된셈이다.출산율의추락은젊은세대가불암감에휩싸여미래를비관하는것이고자살률의상승은어르신세대가외로움에휩싸여현재를비관하는것으로분석할수도있겠지만,결국생명의관점에선가장본능적욕구인생존과번식을선택적으로포기하는‘불임사회’에돌입했고또돌진해갈태세인셈이다. 도시는더심각하다.2023년우리나라합계출산율0.72명에비해서울은0.55명수준이다.도시에사는젊은세대들이도시에서의삶을,도시의미래를더비관적으로본다는얘기다.불안감과외로움이지배하는불임사회의이엄중한현실에대해도시와공원과시민은어떻게대응해야할까?큰틀에서는포용도시일것이고자연에대해서는생태도시일것이며공공공간과개인의영역에선정원도시일것이다.건강하게서로관계맺고진화를통해위기에대응하는것이요즘공원에요구되는핵심과제다. 온수진양천구청공원녹지과장/공원주의자저자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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