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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김정은 편집팀장] 한강변에 자리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대림산업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의 첫 번째 단지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수준 높은 아파트 조경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설계와 시공 모두에 각별한 공을 들인 고급 주거 브랜드다. 그 결과 입주민들의 호응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상태. 대림산업에서 각각 설계와 시공을 담당했던 이순지 차장과 김영민 부장(현재 국립세종수목원 공사 부장), 두 파트너를 현장에서 만나 그 성공 비결을 들어 보았다. 설계대로 시공한다 이순지 차장은 남다른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 ‘설계대로 시공한다’는 원칙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계를 그대로 구현하기보다는 시공하기 편한 디테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 또 놀이터나 수생ㆍ육생 비오톱과 같이 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설들이 똑같은 디자인으로 귀결되고, 식재는 늘 심는 하자 적은 수목을 택하다보니 어딜 가든 비슷비슷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획일적인 아파트 조경을 벗어나기 위해 CA조경과 함께 철저하게 특화 설계를 하면서 그간 보아왔던 선진 사례 못지않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단다. 관행을 뛰어넘는 일은 의지만 있다고 되지 않는다. 김영민 부장은 설계사무소에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해, 여러 협력사들이 시공 전에 설계의 개념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식재, 시설물 등 여러 파트의 소장들이 각자 나름의 생각이 있었겠지만, 설계 의도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진 덕택에 정확한 시공을 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밀도 있는 관목 식재를 꼽았다. “국내 아파트 단지에서 이렇게 관목을 많 이 심은 경우는 드물다.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초화류를 쓰거나 잔디를 까는데, 사실 유지 관리가 어렵다. 반포 현장에서는 초화류는 주요 정원에만 사용하고, 단지 전반적으로 내구성이 우수한 관목을 다량 식재했다. 모던한 건축물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유지 관리도 수월하다.” 각 테마 정원에는 콘셉트에 따라 수종과 수형을 고려해 세심하게 식재했다. 예를들어 “일본식인 선의정원에는 솟아나는 느낌의 소나무로 위요감을 준 반면, 한국 전통 정원을 표방하는 화담정원에는 아담한 소나무와 산수유를 배치”하는 식이다. 김 부장은 적절한 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수목 검수만 50번 넘게 했다며, 공간 분위기에 어울리는 수목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반포 현장에서 주력한 것 중 하나가 놀이터다. 이곳의 놀이터는 기성 제품을 쓰는 대신 제각각 다른 콘셉트를 설정하고 설계사와 놀이 시설물 회사가 함께 디자인해 시공했다. 사실 고급 주거를 지향하는 이 단지에는 놀이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있는 젊은 세대가 드문데, 그래서 더욱 어른들도 걸어보고 싶은, 정원과 같은 놀이터가 되기를 바랐다. 이 차장은 ‘조형물인줄 알았는데 놀이 기능도 있네!’라는 주민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조각처럼 보이는 놀이 시설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진화 대림산업은 앞으로 반포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크로리버파크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더욱 차별화할 계획이다. 설계 면에서는 길, 커뮤니티 마당, 정원, 놀이터 등 공간별 스타일을 다양화한다. 이 차장은 “국내의 아름다운 길들을 재현하는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집으로 가는길’ 혹은 ‘산보하는 길’을 차별화하고, 세계의 아름다운 정원을 재현하거나 예술가와 협업해 테마가 있는 정원을 만드는 시도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커뮤니티 마당’의 실제 이용률을 높이는 것도 특화의 한 방안이다. 예술성과 창의성이 높은 놀이터를 만드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재료와 시공 면에서는, 더 많은 신수종을 발굴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단지의 수목 풍경을 바꾸는 것이 주요 목표다. 또한 최근 시공 현장에서 전문 기술자를 쓰는 경우가 적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관목과 교목 식재 방법이 다르고, 초화 식재는 가드닝이라는 또 다른 분야다. 한국 전통 정원을 만든다면 노련한 석공이 필요하다. 분야별로 전문 장인을 참여시켜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지 관리 면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급 유지 관리는 나무의 모양을 하나하나 잡아나가는 것, 즉 단순히 기능적 차원이 아니라 미적인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다.” 높은 설계비가 좋은 공간을 만든다 이 차장이 마지막으로 꼽은 목표는 “설계비를 제대로 주자”다. 설계비가 높아야 좋은 설계가 나오고, 그래야 시공도 잘 되기 때문. 이러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대림산업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조경 설계를 건축 설계와 분리하여 발주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시스템과 여건을 만드는 노력부터 하는 셈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아크로리버파크의 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 박성혜·민병은 Landscape Outline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지난 5월 프랑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전세계의 정원트랜드를 리드하는 정원박람회 중 하나인 ‘쇼몽가든페스티벌’에서 박성혜, 민병은 작가의 정원인 ‘마녀의 힘’이 프랑스 현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황혜정 작가(2014), 안지성 작가(2016)가 쇼몽가든페스티벌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그 중 황혜정 작가는 쇼몽가든페스티벌을 교두보로 첼시플라워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정원박람회 참가를 타진하는 정원디자이너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있는 박성혜, 민병은 작가는 “한국의 정원디자이너가 국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서면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첫 눈에 반한 쇼몽, 3주만에 디자인 완성박성혜 작가가 쇼몽가든페스티벌과 연을 맺은 것은 2016년 10월이다. 관광차 방문했던 이곳에서 감동을 받아 참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2016년 주제는 ‘다가올 세기의 정원(Gardens in the coming century)’이었다.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자연 재해, 난민 등 현재 국제사회가 처한 문제에 대한 메시지와 제안들이 시의적절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돼 감동을 받았다. 성의 곳곳에 설치된 현대 미술작품, 영구 정원을 설치한 구알룹 공원(Parc de Goualoupe)도 ‘자연’과 ‘예술’을 키워드로 한 쇼몽성과 가든 페스티벌에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었다.”쇼몽에 푹 빠져서 파리로 돌아온 그는 참가를 결심하였고, 친구인 민병은 작가와 팀을 짰다. 작품 제출 마감일이 3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주제 스터디부터 디자인 제출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나갔다. 권위에 저항하는'마녀의 힘'2017년 쇼몽가든페스티벌의 주제는 ‘꽃의 힘(Flower Power, Le pouvoir des fleurs)’이다. ‘Flower Power’는 1967년 베트남전 반전 시위대 중 한 명이 총을 겨눈 군인의 총구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유명한 사진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후 꽃은 평화 시위의 상징이 됐다.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두 작가는 ‘Flower Power’를 ‘기존의 질서와 권위에 대항하는, 작지만 상징적이고 아름다운 힘’으로 해석했다. ‘생명, 생산, 여성’과 같은 꽃의 상징성도 고민의 대상이었다.유럽의 중세시대에 ‘치료’의 영역은 남성의 점유물이었다. 그 영역에 여성 치유사가 발을 들여놓으면 이를 침범으로 생각하고 마녀로 간주했다. 두 작가는 이 사실에 주목해 ‘마녀의 정원’이란 콘셉트를 정하고, 배식을 통해 주제를 밀도 있게 접근하고자 했다.정원의 중심인 연못 부근에는 의학적 효능이 있는 식물들을 배치하고, 입구에서부터 양 옆의 메인 가든에는 정원의 주조색인 빨강, 자주, 검정과 ‘정열’, ‘피’, ‘위험’, ‘열기’를 표현하는 색깔의 식물들을 배치했다.제일 안쪽인 ‘마녀의 집’ 부분에 이르러서는 방문객이 아늑하고 편안하게 안겨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정원 입구의 지반 높이를 높이고 ‘집’쪽으로 점증적으로 기울어지게 했다. 정원 중앙에는 프랑스의 오래된 숲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인간이 만들어 놓은 라본느(Lavogne)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만들어 생명이 있는 누구든 환대받고 보호받도록 했다. ‘마녀의 힘’에서 박성혜, 민병은 작가가 꼽은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재활용’이다. “공모에서 선정되자마자 주최 측에게 제일 먼저 요구한 것이 ‘지난해 쇼몽에서 남은 자재와 식물이 있으면 얻거나 구입을 해서라도 사용하겠다’였다. 지금도 우리 정원에는 식물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물건이 없다. 식물도 전체 3분의 1은 쇼몽 정원사팀이 사용을 안하는 것을 헐값에 구입한 것이다.”단순히 비용을 적게 투입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마녀라는 대상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마녀는 낭비가 없었고, 사치도 없었으며, 자연 속에서나 주위에 보이고 남는 재료로 더 많은 가치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마녀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낡았지만 가치가 있는 소재, 마녀의 정원에 부합되는 소재 찾기'에 집중했다. 오래된 가구와 소품은 중고시장에서 찾았다. 프랑스에는 온·오프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발품만 팔면 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마녀의 시약처럼 보이는 약재들은 박성혜 작가가 프랑스로 오기 전 살았던 싱가포르에 있는 차이나타운 약재상에서 공수해왔다. 조성과정에선 특히 팀 빌더로 협업한 에르베 당디니에(Hervé d’Andingné) 씨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우리 정원에는 숲에서 바로 나온 듯한 자연 재료가 많은데 에르베 당디니에(Hervé d’Andingné)가 디자인 콘셉트를 정확히 이해하여 처음 디자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적합한 재료들을 구해왔고, 세밀한 디테일로 시공해 주었다. 그가 소유한 개인숲에서 나무들을 베어오거나 집 마당에 있던 오래된 소품들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박성혜 작가는 축제 정원사팀, 관리팀, 케이터링팀 등과 작업하며, 언어라는 높은 장벽을 체험했지만, 정원에 대한 열정, 식물에 대한 깊은 배려, 쇼몽의 자연환경과 유적지의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이 연결되어 협력하고 격려하는 모습에 크게 힘을 얻었다고 했다. “축제 위원장이 직접 정원 사진을 찍고 매일 정원을 둘러보며 참가자들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주었다. 이런 가족적인 지원 덕분에 어려운 난관을 여러 번 넘길 수 있었다.” 5월 12일 쇼몽가든페스티벌 개막 이후 ‘마녀의 힘’은 관람객과 현지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됐다. 개장한 첫 주말에는 한 중년 여성이 다가와 박성혜, 민병은 작가의 얼굴을 알아보며 “마녀의 힘 작가들이지요?”라고 물으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박 작가는 쇼몽가든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얼굴을 찾아보고 알아볼 정도로 열성적인 프랑스 ‘정원문화’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개막식 후 인근 도시 블루아(Blois) 시내 광장에 잠깐 들렀는데, 멀리서 젊은 여성이 우리쪽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페스티벌 그룹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20여 개의 설치정원 중에 우리 정원에 들어서면 팀 버튼 영화의 한 장면을 찍는 것 같다며 가장 마음에 드는 정원이라고 인사를 했다. 다른 설치 정원의 작가는 우리 정원 안에 ‘발을 딛는 순간 복잡한 바깥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분 좋은 생추어리(안식처)같은 묘한 마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방문객이나 스탭이 ‘마녀의 정원이 제일 마음에 든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주저하지 말고 쇼몽으로 오라 두 사람은 3주라는 짧은 시간에 디자인을 만들어 쇼몽에 출전했다. 갑작스러운 참가결정이었지만, 3주를 보내며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거주하여 현지 사정에 밝은 민병은 작가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면서 참가로 이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쇼몽의 참가 문턱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재능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국제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을 기꺼이 맡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노하우인 주제를 접근하는 방식, 아이디어 구상과 구성, 제출,예산운용, 완공 후 홍보방법 등을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쇼몽가든페스티벌의 본질을 파악했고 이 축제가 어떻게 자리잡아왔고 얼마나 지역 발전에 기여했는지도 알고 있다. 재능 있는 한국의 디자이너가 국제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정원디자이너로 나아가기 위한 팁도 전해주었다. 먼저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첫째였다. 인접 분야인 건축은 물론, 미술, 음악, 무용, 문학, 역사 등 예술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것’과 그것이 ‘왜 아름다운지’ 규명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융합’이다. 이번에 두 사람은 쇼몽 페스티벌에 단 둘이서 참가해서 모든 일을 처리했지만, 다른 팀들은 거의 모두 조경가, 건축가, 조각가, 무대미술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팀원들의 협력체였다고 했다. 이런 다양한 구성을 아우르는 것도 정원디자이너의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자신보다 더 나은 누군가와 협업할 것을 조언했다. 이 밖에 식물에 대한 호기심과 감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과 혼자 해외 여행을 즐길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식견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슈즈트리 논란은 아쉬워 최근 개장한 서울로 7017과 슈즈트리를 접하면서 느꼈던 소감도 전해왔다. “환경과조경 등 한국 매체를 통해 접한 황지해 작가의 ‘슈즈트리’ 사진을 우연히 보고 감탄했다. 거대한 스케일의 재활용 아트에 도전한 황지해 작가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민병은 작가는 “낡은 신발 하나하나에서 지난 반세기동안 민주주의를 향해 걸어온 대한민국 국민의 발자국이 보였다”며 우리나라 광장문화의 태동이 오버랩 됐다고 전했다. “보기 흉하고 냄새 나는 신발 하나 하나가 핍박 받은 운동가와 노동자, 시민들이 남긴 흔적으로 보였고, 독립운동가 강유구 지사의 동상은 수많은 민중들을 이끄는 선구자로, 그 뒤의 서울로 7017은 한국의 산업사회를 개조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됐다. 재탄생된 서울역고가가 좀 더 예쁘고 보기 좋게 마감됐더라면 황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까지 비판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슈즈트리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던 한국의 보도를 접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조경과 정원은 도시의 구성요소로서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건축, 도시농업, 설치미술’ 등과 자유롭게 융합해왔던 분야이고, 현대 예술에서도 낡은 것과 새 것을 병치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베르사이유 정원 내 철물 조형물(Anish Kapoor)과 궁전 내 형광분홍색 초대형 강아지 풍선(Jeff Koons), 파리 주변 소도시 라 로쉬-기용(La Roche-Guyon)의 중세 성곽에 딸린 중심 채소원 가운데 폐기물 H빔 조각(Vincent Lacoste), 생-끌루성 정원 내 낡은 폐침목으로 제작한 군중들 등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이번 논란을 보며, 깨끗한 미술관 내에 전시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의 이름이 붙지 않는 한 현대 미술에 대한 해석이 불가능해지는 우리나라 현대 조형 예술의 한계를 실감했다. 현대 미술도 ‘유명 브랜드’가 찍히지 않으면 인정받기 힘든 국내 사정이 표면화된 사례로, 황지해 작가가 희생당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정원문화를 꿈꾸다 박성혜 작가가 설립한 Landscape Outline은 쇼몽가든페스티벌 출전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두 작가는 쇼몽 참가를 시작으로 프랑스 주택 정원부터 싱가포르와 중동의 도시개발, 축제와 관광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주관하는 동탄2신도시 작가정원에도 선정돼 올 가을쯤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Landscape Outline은 궁극적으로는 친환경적이고 융합적이면서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우리는 환경주의자이고 다양한 분야를 항상 공부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한국의녹색문화 확산을 위해바라는 점으로 ‘지속적인 정원문화 확산’과 ‘공정경쟁’을 꼽았다. “한국에서도 많은 돈을 들여 잠깐 설치했다 철거하는 보여주기식 정원 축제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정원문화의 확산에 기여하며, 지역의 발전에 오랫동안 기여하는, 특징적인 정원 축제가 자리잡길 바란다. 또한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하던 사람이라서, 그 분야의 전공자라서, 아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누구든지 결과물을 잘 뽑아내는 사람이 일을 맡는 공정경쟁이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관련분야가 발전하게 되고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환경과조경 김모아 기자]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9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용산공원의 청사진을 그리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1.0(이하 라운드테이블)’의 첫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5월부터 11월까지 총 여덟 차례의 공개 세미나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프렌즈 그룹으로 성장할 청년 프로그래머도 양성할 계획이다. 그간에도 용산공원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공청회, 세미나, 포럼, 설문 조사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했다. 과연 라운드테이블은 그동안의 시도와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라운드테이블 진행을 맡고 있는 박영석 플레이스온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터운 논의를 얇고 밀도 있게 올해 초, 베트남에 머물고 있던 박영석 대표는 국토부 관계자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토부가 용산공원 기본설계와 조성 과정의 다양한 이슈를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고 국민에게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박 대표가 ‘플레이스온(Place_On)’과 도시 공간 연구 집단 ‘빅바이스몰(Big by small)’을 통해 수행한 노들꿈섬 공모, 마을만들기 사업 등에서 쌓은 노하우가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라운드테이블의 실무를 부탁했다. 부랴부랴 한국으로 돌아와 참석한 라운드테이블 준비 모임에서 박 대표와 연구진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그간 용산공원에 대해 나눈 논의의 양이 너무 방대해, 국민에게 용산공원의 조성 과정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할 자료를 추리는 일이 어려웠던 것이다. “1990년대 초반 그리고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수많은 정치적, 행정적 논의가 다양한 층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논의 과정과 내용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려면 1박 2일도 모자랄 텐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며 세미나를 열어놓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내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용산공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그간 이루어진 논의의 핵심을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라운드테이블이 “앞으로 용산공원에 대해 나눌 이야기를 담고 이슈를 정리하는 과정”이 되도록 했다. 청년 프로그래머, 용산공원 프렌즈 그룹의 씨앗 박 대표는 라운드테이블을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과정에 비유했다. “용산공원에 대한 기사나 자료 등을 읽으며 ‘공원을 모색’하다가, 용산공원에 방문해 ‘공원을 산책’합니다. 걷다가 지치면 잠시 멈춰 전문가가 들려주는 공공 예술과 문화 콘텐츠, 공원 운영과 관리, 역사 문화 유산, 도시 구조 개편, 생태 등 용산공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공원을 탐독’합니다. 탐독을 마치면 각자 느낀 점을 ‘서평’을 남기듯 기록하고 발표하는 거죠.” 박 대표는 특히 라운드테이블의 대미인 ‘공원서평’을 진행하게 될 청년 프로그래머가 라운드테이블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청년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는 A4 용지에 글이든 콜라주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용산공원은 ◯◯이다’를 표현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 평가 후 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아홉 명의 청년 프로그래머가 선발된다. 이들은 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해 글, 사진, 조각,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용산공원을 재해석하는데, 이를 ‘공원서평’에서 전시·발표하며 각자가 그린 용산공원의 미래상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청년 프로그래머에게 쌓인 지식과 관심이 “용산공원 프렌즈 그룹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라운드테이블 연구진에게 청년 프로그래머 양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용산공원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십 년, 길게는 이십 년 뒤 청년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친구들은 사회에 진출해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때 용산공원이 조성되는 중이라면, 이 친구들이 용산공원 프렌즈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겠지요.”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첫 발걸음 마지막으로 그는 라운드테이블 뒤에 붙은 숫자 ‘1.0’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라운드테이블은 국토부가 용산공원을 생태 자연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한 뒤 진행하는 첫 번째 행사입니다. 11월 마지막 행사가 끝난 뒤, 또 다시 우리가 나눠야 할 이슈를 찾아 ‘라운드테이블2.0’을 진행할 수도 있겠지요. 라운드테이블은 시민과 용산공원에 대한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첫 발걸음입니다."
  • 황지해 가든디자이너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슈즈트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긍정과 부정이 반반씩 섞여있다. 하지만 며칠 전만 해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시민이 대다수였다.” 서울로 7017의 개장에 맞춰 설치 중인 슈즈트리가 논란에 휩싸였다. 슈즈트리는 높이 17m, 길이 100m의 설치예술 작품으로 황지해 작가는 거대한 나무 형태의 ‘서울로 7017’에서 뻗어나오는 줄기를 폐신발로 표현했다. 언론과 시민들은 이 작품을 두고 예술이냐 흉물이냐 설전을 벌이고 있다. 황 작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완성까지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이 완성되는 20일까지는 작가가 작업을 하는 과정의 시간이다. 지금은 마치 목욕을 마치기 전 헝클어진 모습을 들킨 것 같다.” 첼시플라워쇼 등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던 그로서는 작품을 만드는 중간에 과도한 취재로 작가의 프라이버시를 손상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작가의 고유영역으로 인정해 완성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경우 방대한 규모에 비해 조성기간이 짧기 때문에 집중과 몰입이 그 어느 작업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작품에 대한 판단은 완성된 이후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17일 현재, 대부분 윤곽이 드러난 슈즈트리는 논란이 촉발된 시점의 모습과 느낌이 달랐다. 특히 식물 배치 등 디테일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슈즈트리 앞에서 만난 인천의 50대 여성은 “뉴스에서 보던 걸 실제 눈 앞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작품을 보며, 왜 신발이었을까를 생각해보니, 그 속에 삶의 애환이 들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마다 기쁨도 있을 것이고 슬픔도 있을 텐데...” 황지해 작가가 프로젝트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것은 단지 서울로 7017에 담긴 의미가 좋았고, 여기에 개념미술적 측면을 가미하면 부족한 이야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설계자 비니 마스는 큰 나무가 도시 곳곳에 뻗어나간다는 개념을 서울로 7017에 적용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념미술 측면에서 서울로 7017의 의미를 구체화시켜 설명하는 전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일부에서 ‘냄새가 날 것 같다’, ‘흉물스럽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가 ‘버려진 신발’을 선택한 이유는 ‘신발이 가진 이야기’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신발은 이동을 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이다. 그리고 신발에는 누군가의 시간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비록 버려질 신발이지만 그것 하나하나를 꽃으로 보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폐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소비라는 테마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대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신발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일상적인 도구이지만, 이것을 편집해 변형을 가하면 낯설지만 재미있는 미적체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작품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에 대한 생각도 꺼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선 설치미술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다. 특히 이번 작품의 경우 설치미술과 정원의 중간형태인 ‘정원예술’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낯선 광경일 수 밖에 없다”며 낯설음에서 오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작품에 사용된 신발은 오랜시간 일광 소독을 하였고 작품이 완성된 이후에는 별도의 처리를 통해 위생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 사이사이 허브와 방향식물을 설치해 꽃내음이 나도록 했다. 예산문제에 대해선 “이 작품을 만드는데 1억 원이 소요됐다. 하지만 그것이 갖는 무형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라며 서울로 7017의 개념을 발전시킨 공공미술 작품으로 보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황지해 작가는 "비판도 관심"이라며,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정원예술, 공공미술이 새롭게 관심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반반씩 섞여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것으로 비평적인 관점에서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공공미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야이고 그것을 만드는 작가들도 배가 고프다. 앞으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슈즈트리가 완성되는 5월 20일 직접 이곳에 와서 봐주길 바란다.”
  • 노재현 한국전통조경학회 차기 회장, 우석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전통조경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간 경과와 함께 문화적 속성이 배어나고 사람과의 교감, 향유를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공간들이 무지와 무관심으로 사라지고 있다. 전통조경의 인프라를 확장하려면 정원유적을 찾아서 훼손되지 않도록 콘텐츠화해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정원유적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을 오롯이 지키기 위해 힘을 쏟고자 한다.” 지난 12일 한국전통조경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노재현 교수는 훼손되거나 묻힌 정원유적의 발굴과 이에 대한 의미 부여를 통해 전통정원의 영역 확대 및 정원문화의 콘텐츠 확장과 활용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왜소화되는 전통조경의 본원적인 가치를 실현해 분야의 위치를 공고히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노재현 교수에 따르면 정원유적은 사료와 바위글씨를 통해 그 흔적을 알 수 있다. 특히 바위글씨가 있는 곳은 정원을 향유했던 명확한 증거로서 가치가 크다. 우리나라는 돌이 많아 이런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통해 정원유적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노 교수는 차기 학회가 우리 정원유적의 흔적에서 문화재적 의의를 찾고 보전 및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데 보다 역량을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다. 선조들이 정원을 향유했던 흔적들을 전파함으로써 정원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학회 발전과 사회적 공헌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노 교수의 전략이다. 노재현 교수가 연구한 자료를 근거로 조사, 용역 등을 추진하며 정원유적 활용의 밑그림을 그리는 지자체도 있다. 학회 소속의 교수들도 각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정원유적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연구 중인 북한산 자락에도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거쳐 간 기문이 많이 남아 있는데, 발굴은커녕 이러한 흔적들을 찾으려는 노력도 거의 없다. 우리가 아는 유적은 대부분 사가별서인데 이곳은 인조가 허락해서 만든 왕가별서로서 가치가 있다. 정원유적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현재의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관광명소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대한 가치를 발굴하고 자료로 만들어 지자체와 문화재청에 제공함으로써 훼손을 방지하고 콘텐츠로서 발전시킬 수 있다.” 개발 압력에 대항하는 것도 전통조경 분야의 역할이다. 그에 따르면 함평의 백화정 원림은 대표적인 별서정원인데 자동차 산단으로 인해 방지 석축이 매몰되고 중앙의 원로가 변형되며 훼손된 상태다. 개발에 밀려 정원유적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노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는 훌륭한 정원유적이 50여 개소에 달한다. 그중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단 1기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더 많았지만 개발로 인해 훼손되거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그는 이러한 개발 압력에 의한 정원유적 훼손을 방지하는 연구와 문화재 지정 등에도 힘을 보탤 작정이다. 노재현 교수는 전략들을 성공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의 학회 참여를 유도하고, 조경은 물론 인접 분야 전공자도 학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등 회원 배가운동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전통조경 분야의 후학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도 매진한다. 올해 학회가 추진하는 명사특강에 이어 명승, 명찰탐방 등으로 교육사업을 지속 확대할 예정으로, 교육에는 전통조경과 인접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연계시키고, 자연스럽게 전통조경에 대한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일깨우는 데 일조할 생각이다.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려면 우리와 같은 곳을 지향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길을 가는 사람들이 함께 가야 한다. 재미있고 유익한 학회활동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조경 전공자뿐만 아니라 주변 문화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흥미 있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전통조경 및 정원문화 의식이 고양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 인력의 저변을 넓히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 이를 발판으로 전통조경과 그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후진교육 사업을 개척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
  • 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이사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기획조경’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전국의 주요 축제에 꽃과 나무로 이야기를 만들어온 안인숙 안스그린월드 대표. 차분한 말투와 온화한 미소로 항상 주변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이지만, 일에서 만큼은 뜨거운 열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기획조경’ 분야를 리드해가고 있다. 안 대표는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가장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은 ‘향기의 여신’을 제작했다. 향기의 여신은 높이 9m의 조형물이 있는 정원으로 고양시의 가와지 볍씨를 한 손에 쥔 여신상과 자연을 담은 날개, 형형색색의 화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꽃과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관람객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주로 조형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정원이라는 형태에서 모든 사람과 함께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화단과 날개의 연결로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정원’이란 또 다른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향기의 여신’ 주변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항상 모여 있었고 심지어 사진사가 관람객에게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의 백미는 날개다. 자연스러운 곡선의 거대한 철제 프레임 안에는 자연 소재의 재료가 깃털을 대신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뭇가지를 손으로 엮어서 작업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박람회 전시를 위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기간은 2주가 채 안됐다. 사전에 기초 작업을 하더라도 설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촉박한 일정이다. “기획조경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원을 조성하고 유지 하는 것은 발주처와 관람객과의 약속이다. 시행사로 선정되면서부터 대형작품에 대한 제작을 미리 진행했기 때문에 조성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 다만 모든 작품이 수작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제작기간 많은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어렵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난해와 다른 전시’를 원한다. 기획조경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어려운 길도 즐거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뿐만 아니라 그가 제작한 모든 작품에서는 다양한 것과 접목하기 위해 기획단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고,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부터 제작과 시공까지 쉽게 이뤄진 일은 없었다고 했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그가 전시에 연출한 정원은 ‘향기의 여신 정원’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주제가 담긴 ‘고양 꽃향기 평화 정원’ 전체가 안스그린월드의 작품이다. ‘고양 꽃향기 평화 정원’은 고양시의 과거와 미래를 담은 핵심 공간으로 ▲고양시의 시작을 알리는 태동 ▲고양시 600년의 역사를 담은 정착 ▲신한류와 고양 스마트 시티를 표현한 오늘 ▲통일수도 고양과 플라워 미래도시를 표현한 내일을 각각 조형물과 정원으로 연출했다. “짧은 시간, 방대한 작업이라 혼자는 해내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스그린월드의 전문가 조직이 든든하게 받혀줬기 때문에 보다 쉽게 일을 풀어갈 수 있었다.” 안스그린월드의 회사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40대 초반이고, 특히 설계와 디자인 파트는 30대 초반이다. 그래서 회사 전체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지가 강하고 그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안 대표는 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기획조경을 개척해 가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안인숙 대표는 앞으로 기획조경을 해외에서 인정받는 분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도시 속 생활에서 힐링을 찾는 현대인에게 생활 속 자연은 동경의 대상이자 일부분이다. 이러한 니즈는 여가생활과 함께 하나의 시대흐름으로 작용하여 차별화된 기획조경 분야는 그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민들도 놀이동산, 해수욕장과 같이 한가지 목적을 위한 관광이 아닌 보고 느끼고 맛보고 체험하고 추억을 담을 공간을 찾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최적화된 조직과 아이디어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인정받는 기획조경 분야로 성장시키고 싶다.”
  • 김현 소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센터장,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교수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실시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대부분 가로 등 공공공간을 대상으로 하고 주민과의 소통, 문화·예술·경제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종합적인 환경 개선사업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도 조경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우리 조경계는 이제 도시재생에 눈을 떠야 한다.” 김현 센터장은 도시재생 분야가 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역주민들이 살기 좋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지만 실제 거주지역에 국비가 투입되지 못하는 한계에 따라 공공건축물 리모델링 등의 정비사업 이외에는 대부분 조경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특히 작고 큰 그린 패치를 만들고 관리하면서 주민들은 지역이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빨리 실감하고 있으며 실제 만족도도 가장 높다. 하지만 조경분야는 도시재생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률 제정과 정책사업 발굴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지만 도시계획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다소 부족하고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센터장은 “2020년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도시공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도시재생과정에서 어떻게 녹색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제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은 공원을 벗어나면 어려워한다. 국토·도시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녹색인프라가 도시재생에서 어떻게 맥락을 잡아야 하는지 연구해야 하며 실제 사업 영역을 공원 이외에도 공공공지, 광장, 하천 등 다양한 패치로 넓혀가야 한다. 또한 도시재생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도시재생이 기존의 마을만들기와 다른 것은 도시계획과 연동되는 진짜 계획이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도시재생의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이를 외면하고 기존의 사업에 얽매여서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조경이 후발주자로서 도시재생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조경만의 장점과 특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경가가 가지고 있는 조경 계획, 설계, 시공과 관리 능력은 물론 실제 도시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계획과의 정합성,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등과의 연동성 등을 검토하고 리드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에 대한 이해력을 가지고 건축·예술·문화·복지·아동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협력과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 교수는 소사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의 총괄코디네이터이자 현장지원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장지원센터에는 김현 센터장과 연구원 2인과 마을활동가 1인 등 총 4인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원 1인은 도시설계, 1인은 조경으로 석사를 마친 재원이며 2인 모두 학부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소사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은 2020년까지 총 18개 사업(100억)이 전개되는데, 그중 2017년 5월 현재 ▲특화가로 계획 및 설계사업 ▲담장없는 주거경관 개선사업 ▲주민공모사업 ▲도시재생아카데미 ▲소사문화아카이빙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특화가로 계획 및 설계사업은 지역의 중심가로인 호연로와 중심녹지 공간인 성주산, 안심가로의 세 개 사업구역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개선사업이다. ‘소사 도시재생활성화지역 테마가로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약 3억 원)’로 발주할 본 사업에서는 조경회사의 많은 참여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도시재생 관련 사업에서는 도시계획 분야가 위주로 진행돼 조경의 참여가 한정적이거나 어려웠으나 본 사업의 경우 조경회사가 메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조경이 차별화된 도시재생 성공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조경에 대한 시각이 바로 설 것이다. 조경회사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 윤복모 미주강화 대표(한국조경사회 부회장)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과거 많은 조경업체는 불황의 원인을 ‘건설경기 여파’와 ‘인접분야의 침범’에서 찾았다. 그러나 최근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밖보단 안에서 문제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윤복모 미주강화 대표도 조경분야의 경쟁력 강화로 '변화의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주강화는 인조암을 이용한 인공폭포, 인공암벽, 조형물, 워터파크 시설의 경관 디자인, 설계, 제작,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서 윤 대표는 1985년 회사설립 이후 우리나라 인조암 시장을 개척하고 새 기준을 만들어온 장본인이다. 그는 조경산업의 포화상태를 극복할 방법은이종과의 융합에 있다며 조경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조경산업은 심각하다. 세계적 불황의 여파가 원인이겠지만, 조경 법규와 정책도 미비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시장이 위축에 의해 제품과 업체가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는 조경시설물 분야의 시장 축소를 예측하며 이에 대한 대비를 주장해왔다. 윤 대표는 신규 개발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에서 조경시설물 산업도 유지관리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 트럼프 정부에서도 신설보다는 유지관리에 예산을 더 크게 잡으며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차세대 먹거리로 유지관리 사업이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중심의 조경산업도 조경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해외 진출로 시장을 확대하자는 것인데, 그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선결과제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대, 조경시설 및 자재분야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첫 번째다.”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먼저‘융합’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조경 안에서 맞춰졌던 포커스를 인접분야 기술, IT기술로 돌리고 이들과 섞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의 거대한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IoT) 활용에 대해 조경분야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사업체가 이를 응용한 기술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무관심하거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른분야에서는 이미4차 산업혁명을 착실히 대비해 가고 있지만, 조경분야는그러질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융합’이라고 했을 때, 조경분야 역시 다양한 영역과의 혼합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18일 한국조경사회에서 개최하는 ‘조경과 IoT의 만남 세미나’의 기획의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한국조경사회부회장을 맡고 있는 윤복모 대표는 조경사회의 이동석 식물생태위원장(대지개발 대표), 이형철 자재개발위원장(디자인파크개발 상무)와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 모색을 위해 IoT 세미나'를 대한민국 조경정원박람회와 연계 행사로 기획했다. 윤 대표는 “사물인터넷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기술을 조경과 융합을 통해 시장 확장을 시도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게 됐다”며, “조경의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이란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과 환경을 의미한다. 그는 “IoT야 말로 조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높은 신기술 분야”라며, “특히 설계, 시공, 유지관리 측면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아 주목해야할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미나 구성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18일 코엑스 3층 E홀에서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스마트 스페이스, 조경단지토목 BIM, VR-드론 수목유지관리, 태양광 IoT 시설’ 등을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한 참석자 네트워킹 시간도 별도로 마련해 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세한 조경업체들로서는 아직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건축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하는 BIM과 같은 3D모델 시장, 산업계에서 강조되는 IoT 시장은 진입이 늦어지면 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5년 이후 조경은 이러한 4차 산업시대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힘을 하나로 합쳐서 준비를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참여와 결집을 동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복모 대표와 이동석 위원장, 이형철 위원장은 이번 세미나가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고 시설물과 자재 회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공론화 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주제는 ▲도급사와 시설물‧자재 회사와의 상생방안 모색을 비롯해 ▲업계 내 공정한 공모제도 정착 ▲신기술 개발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 증진 방안 등이 거론되었다. 이 중에서도윤 대표는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을 강조하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질적인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며, 산학 연계의 활성화와 공공기관 분리발주 부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토목과 건축 분야와 경쟁하다보니 조경분야가 밀리지 않는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차이는 분야 안에서의 결집과 조직력이었다. 조경분야가 힘을 합친다면 인접분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조경인의 활발한 참여가 이뤄졌을 때대계를 그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조경산업의 발전을 고민하는 한국조경사회 회장단과 집행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전하며, 조경인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 황지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환경과조경 김모아 기자]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대개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 구성 요소의 형태가 복잡할수록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하루 만에 당신이 원하는 집이 뚝딱 완성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 기법 덕분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총칭하는 말로, 현재 캐드(CAD)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 도면을 입력해 입체적인 물체를 만들어내는 3D 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건물 구성 요소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조립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건물 자체를 3D 프린터가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세운상가에 이 같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시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조성된 개방형 디지털 제작소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3D 프린터, 레이저 컷, 대형 CNC 장비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과연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조경, 도시, 건축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세운상가 개방형 디지털 제작소에서 각종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황지은 교수(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디자이너와 제작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 말한다. 어떤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아주 뾰족한 벽돌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뾰족한 형태의 벽돌은 기존에 없는 제품이라 주문 제작(customize)을 해야 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대체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법을 적용하면 소량이더라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물품을 만드는 이에게 생산 공정 자체를 제안할 수도 있다. “뾰족한 벽돌이 필요해요”라 말하는 것과 “로봇(기계)에게 이렇게 명령하면 이렇게 뾰족한 벽돌을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공정을 담은 정보 시스템을 제안하면 제조 공장에서도 디자이너의 의견을 수용하기 쉬워진다. 구축 방법에 디자이너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고, 의견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발달은 3D 데이터 작성 기술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공간 정보를 디지털화해 저장하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황 교수는 “조달청에서 2015년부터 모든 건물 발주에 BIM(건설정보모델링) 설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구 단위로 관리한다면 정책 방향을 결정하거나 도시를 계획할 때 유용할 것이다.” 개개의 건물 정보는 도시 차원의 프로젝트에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때, 그 지역의 에너지 효율이 좋은지 나쁜지 따져보려면 건물의 연식, 보일러의 유무, 단열 구조 등을 파악해야 한다. 건물 정보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모든 정보를 일일이 조사할 필요가 없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항공 사진, 로드뷰 등 필지 단위까지 면밀히 살필 수 있는 도시 정보를 체계를 갖춘 상태다. 건축 정보까지 더해진다면 “지도를 확대·축소하며 대상지를 광역적으로 살피는 동시에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가 보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설계 논리를 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발적으로 개인의 건물 정보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좀 더 빠르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이 건물 정보를 공유하게 만들 설득력 있는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연구자 입장에서 작은 지역을 테스트베드 삼아 실험을 계속해 그 근거를 찾아나갈 생각 이다”. 마침 올해 9월 전 세계의 전문가, 예술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도시의 문제와 비전을 논의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린다. 그 일환으로 마련된 참여형 워크숍이 세운상가에서 계속 열릴 예정이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과 도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세운상가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 황동규 마을숲수목생태연구소 대표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4차 산업이 조경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황동규 마을숲수목생태연구소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최근 조경계도 IoT, 가상현실(VR), 드론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 적용 가능성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4차 산업의 연관 키워드로 꼽히는 드론과 VR(가상현실)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식생조사, 문화재조사, 농촌자원조사를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만 80여 개소에 달한다. 이 기법은 기존 위성사진, 항공사진과 차별된다. 단순히 한 곳에서 한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를 달리한 360도 촬영으로 입체적인 대상지 기록이 가능하다. “가치있는 우리 마을숲을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드론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각 지역 마을숲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드론 촬영만으로는 대상지 전체를 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가상현실이었다.” VR을 사용하면 하늘에서도 360도 촬영이 가능하고, 지표면까지 입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실제 확인결과 고도에 따라 대상지와 주변 지형의 맥락부터 식물 군락까지 볼 수 있었다. 기록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현장 조사에 유용할 것 같았다. 황 대표도 이 둘의 결합으로 “대상지의 속살을 확실하게 기록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러한 공간을 하나의 지도 속에 담는 맵핑 프로그램까지 개발된 상태이다. 최근 그는 드론-VR을 활용한 하천식생조사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김동엽 성균관대학교 교수와 함께 진행 중인 이 연구는 기존의 항공촬영, 3D기법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식생조사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을 하거나 항공 사진을 통해 진행됐다. 하지만 드론-VR 기법을 활용하면, 고도에 따라 대상지의 맥락부터 세부 식생까지 파악할 수 있어 공간정보 활용 측면에서 유용하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박사논문 주제이기도 한 마을숲은 특히 그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다. “마을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노거수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역사가 담겨있는 자연 식생의 표본이다. 마을숲처럼 우리는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기록화 작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기법은 마을숲뿐만 아니라 농촌경관과 마을, 문화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들의 변화상과 변천사를 계절별, 시계열별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복원시 활용도가 높다. 그는 “개발에 의해 변화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는 보존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자원도 상당하다”며 “이들의 현재 모습을 남기는 작업을 통해 경관자원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도 이 기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시흥시에서 열리는 도시농업박람회를 도와 드론과 VR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경작지 및 가설물을 찾을 때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드론과 VR 기술의 결합은 조경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커니즘은 복잡하다. 황 대표는 드론에서의 촬영기법이나 촬영된 것을 자료화하는 프로그램 사용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드론과 VR을 접목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새로운 영역에서 1년 동안 공부했다. 하지만 앞으로 조경과 연계해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만한 분야라고 생각했다.” 황 대표는 그가 겪은 시행착오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공유하는 교육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향후 그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는 오픈 소스로 공유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 정부 예산에서도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처음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지금 바라는 것은 한가지다. 바로 이 기술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알아주고 함께하는 것이다.” 드론과 VR은 첨단의 기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술을 통해 지키고자 한 것은 전통과 자연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모두의 공감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권혁문 가든디자인 뜰 대표 노민영 디자인휴먼 대표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설렜던 일탈이었다” 권혁문 가든디자인 뜰 대표에게 2017상하이국제꽃박람회 전시참가는 오랜만의 일탈이었다. 게다가 실내 전시 부문에서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권 대표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은 제1회 코리아가든쇼에서 대상을 받고부터다. 경연대회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이지만, 지금은 초청을 제외한 국내 정원 경연대회 참가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정원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벽 앞에서 가든쇼 참가를 하지 않고 있지만 “고양시가 제2의 고향같다”는 권 대표의 말에서 마음 한 구석의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하이국제꽃박람회 참가는 고양국제꽃박람회의 ‘가벼운’ 제안에서 시작됐다. 상하이식물원과 교류를 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초청정원 조성을 권 대표에게 제안했고,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냈다. 이후 플랜팅 디자인 전문가인 노민영 디자인휴먼 대표에게 동행을 제안 한 후 본격적인 작품 구상에 들어갔다. 초기의 고민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정원의 재해석, 고양시를 표현하는 정원 사이에서의 코드 잡기였다. 스터디를 하던 중 고양시에 밤가시 초가라는 전통 가옥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밤가시 초가의 독특한 구조를 정원에 들여놓았다. 특징 있는 지붕과 못이 있는 마당을 모티브로 정원을 그려갔다.” 한국 정원의 서정성과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정원을 둘러싼 ‘담장’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담은 정원과 외부를 나누는 장치이자, 지역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친숙하게 사용하는 숯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담장을 구성해 전문가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50개 참가작 가운데 플랜팅 디자인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노민영 디자인 휴먼대표는 눈에 띄는 화려함보다는 한국만의 서정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 노 대표는 “심사위원과 많은 관객이 ‘매우 독창적이고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정원처럼 너무 편안하고 감동적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관객 반응을 설명했다. 특히 ‘자연과 가까운 정원’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정원은 자연을 내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정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을 왜곡해서는 안 되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도 서먹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원에 대한 내 생각이다.” 이번 정원을 통해서도 색채, 소재, 플랜팅 기법, 디테일 등을 통해 자연 본연의 모습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이끼 연출이었다. 노 대표는 “작지만 강한 이끼의 생명력에서 자연의 큰 가치를 보여주고자 과감히 정원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 한 겨울에 많은 생물이 겨울잠을 자는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섭리는 감히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며 정원 소재 선정 배경을 말했다. 권 대표는 “자연도 나라마다 다르다. 말로는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이끼만 하더라도 한국의 것과 중국, 일본의 모습이 차이를 보인다. 큰 부분이 아닐 수 있겠지만, 우리 정원에서는 노민영 대표가 그 디테일을 완벽하게 연출해 주었다”고말했다. 두 작가는 자연의 신비감을 살리기 위해 색감과 질감이 다른 이끼를 공간마다 광도, 수분의 체류 가능성을 고려했다. 작품에 사용된 이끼도 100판이 넘었다. 정원 소재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권 대표는 한국에서 구상했던 수종을 상하이에서 구하지 못해 고양시 관계자와 현지의 협조를 얻어유사한 형태의 수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포인트 식재로 진달래를 심어야 하는데 현지에선 분재 형태의 고가의 수종밖에 없었다. 결국 많은 비용을 지불한 후에야 진달래를 넣을 수 있었다. “해외의 정원박람회 참가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현지의 식물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해외에는 우리의 식물 반입이 어려우므로 현지 식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곳의 전문가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자연스러운 정원 연출을 위해 썩은 나무기둥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슴벌레 유충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자연을 닮은 정원을 만드는 가든디자이너가 사슴벌레 유충을 보고 놀라는 모습에 주변의 사람들이 한바탕 웃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두 작가는 한목소리로 가든디자이너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말했다. 권 대표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입적인 부분이었다. “해외에서 상을 받으면 가든디자이너로서는 영광되고 기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활약을 하더라도 가든디자이너는 작가로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원 조성을 공사로 보고 조경 면허와 실적을 평가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국내 각종 정원박람회에서 수상한 많은 가든디자이너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가든디자이너의 가치와 전문성을 보듬어 줄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노 대표는 “각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한국 대표선수들이국제무대에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여,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 9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세계플라워디자인쇼’ 한국 대표 선수로 출전하는 노 대표는 가든디자이너이자 플로리스트라는 두 개의 직업군을 아우르며 역량을 쌓아갈 예정이다. 현재 광주에서 운영하는 화훼·정원·색채전문 아카데미에서도 후학 양성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오는 4월에 일산 호수공원에서 열리는 2017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옹기종기정원’을 만들고 있는 권 대표는 앞으로 제주마사회와 웨딩 쇼가든, 교회 후정 조성 등 사업적 부문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대표는 “앞으로 권혁문이라는 이름보다는 가든디자인 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든디자이너로서의 욕심도 있지만,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상하이국제꽃박람회 참가가 ‘설렜던 일탈’이라는 권혁문 대표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 서주환 한국조경학회 회장(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총재,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제23대 한국조경학회를 이끌어 가는 서주환 회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한국조경학회장은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을 겸임해야 하는데, 올해 조경 관련 20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초대 총재까지 맡아 조경분야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 문제까지 도맡아 최전선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서 회장에게 최근 또 하나의 미션이 주어졌다. 지난달 24일 서울시립대학교 배봉관에서 열린 ‘전국조경학과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는 조경 관련 자격증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현재 조경기사(산업기사) 자격증은 합격률이 20~30% 미만을 밑돌고 있는데, 전공자들이 조경분야 취업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대로 둘 경우 학계 자체를 위협할 수준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경학과협의회 교수들은 졸업생들이 잠재산업인력으로 남아있으려면 조경기사 자격증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경기사 자격증이 조경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취업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출제문제 개정 ▲배정 인원수 증원 ▲통합된 교재 마련 등을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날 협의한 내용은 전국조경학과협의회의 공식 안건으로 한국조경학회장에게 전달된다. 서주환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학회 총회를 계기로 전국조경학과협의회를 모집했다. 전국 각 대학의 조경학과들이 처한 내·외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의 사회참여를 끌어내고, 학회와 총연합과 함께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격증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문제 해결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원인을 찾고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다. 여러 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조경학과 교수들의 의지와 학회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단체의 힘을 모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학과협의회에서 안건이 정식으로 전달되면 본격적으로 TF팀을 가동해서 해결방안을 찾겠다. 안건을 검토해서 학계 자체적으로 해결할 내부적 문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정부 차원의 문제를 구분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 지난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서주환 회장은 당선 직후 계획했던 활동들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중이다. 선거 당시 제시한 주요 공약 6가지를 수첩에 써놓고 매일 확인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중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조경계의 혁신적 민주거버넌스 구축이다. 많은 조경인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조직하고, 총연합을 통해서 조경계의 발전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조경진흥법을 실효성이 있는 법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 회장은 가장 먼저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조경진흥센터 설치에 대한 사안을 담판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국가가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역시나 어려운 문제다. 센터 조성을 위한 기금 마련을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조성 후 장기적으로 기금만 가지고 단체 운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그는 재정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국토부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경진흥단지 지정사업도 긴밀하게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지방자치단체와 단지 조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실행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서 회장은 “진흥단지를 묘목 재배지, 시설물 생산 공장 등 조경과 관련된 산업체가 모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사회에 기여할 있는 공간으로서 보다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조경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흥단지에 대한 실행계획이 구체화되면 단지의 정의부터 관련 내용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침체된 조경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경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뭉쳤을 때 발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쌓여 있는 난제들을 임기동안 최대한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짧은 시기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시급한 과제들은 먼저 해결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일들은 다음 그리고 그 다음 회장 대에는 보다 쉽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 놓겠다.”
  •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교수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에게 ‘최초’는 친숙한 말이다. 그는 정원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한 2014년 한국정원디자인학회(이하 학회)의 초대 회장에 취임했고,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지난해에는 에스토니아에 제1호 K-Garden을 조성했다. “처음은 항상 어렵다. 학회를 처음 설립할 때는 물론이고, 서울정원박람회의 기초를 세우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해외에 K-Garden을 조성할 때 겪은 시행착오도 많았다.” 한국정원, 상상력을 입혀라 특히 홍 회장은 지난해 K-Garden 조성 전반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 학회 추계학술대회나 최근 정기총회에서 K-Garden을 주제로 삼게 된 이유도 그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고자 했던 바람이 섞여 있다. 홍광표 회장이 생각하는 K-Garden의 지향점은 ‘진화된 한국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전통정원의 재현을 넘어서, 현시대 한국성을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뜻이다. “전통정원인 소쇄원, 부용동은 조상들이 생각했던 사상과 철학을 그 당시 언어로 표현해 만든 장소이다. 결국 해외에 조성하는 한국정원에 우리의 정신을 어떤 형식으로 담아내느냐로 귀결된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다른 설계언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고, 그것이 전통의 창조적 계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비록 똑같은 사상과 철학이 배경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자와 방지원도 등과 같이 정형화된 패턴에 얽매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첫 K-Garden인 ‘무우원’은 대상지의 마당을 못으로 설정해 그 안에 삼신산을 쌓았다. 물이 있는 못 안에 삼신산을 쌓는 전통 작법을 재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홍 회장이 한 정원디자인은 창조적 설계보다는 현실적인 설계라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한국정원이 일정한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요소(정자, 방지원도)를 생각 없이 적용하면, 크기와 비용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추상적 설계언어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우리의 생각과 사상을 정원으로 만들기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정원 소재와 적용 가능한 공법이 각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정원을 표현하는 언어 역시 굳어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원의 생활화, 가든볼이 시작이다 학회의 중심기조 중 하나가 정원의 대중화다. 홍광표 회장은 “정원문화와 정원산업은 별개의 것이 아닌 연동하는 것”이라며, 이 둘의 확장을 통해 정원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원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문화가 형성돼 정원을 가꿀 공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학회에서 개발 중인 ‘가든볼’은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서 정원 대중화를 끌어낼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든볼은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실내 개인정원으로, 실내에 정원을 도입하여 자연을 만나게 함으로써 치유, 휴식, 관상효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정원이다. 홍 회장에 따르면, 가든볼을 통해 대중들이 정원과 가까워지면서 정원문화도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가든볼은 아파트, 회사, 상업시설 등 실내 다양한 곳에 적용시킬 수 있어서 확장성도 높다. 가든볼 이외도 올해 학회는 정원 대중화를 위한 가든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여행사, 여행잡지와 1년에 4회에 걸쳐 기획 중인 가든투어는 정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전문 여행 프로그램으로, 일본, 유럽 등지의 정원을 답사할 예정이다. 그는 “정원이 생활화되지 않으면 정원은 일어날 수 없다”며 이를 위한 정원문화 융성을 위한 정원산업 활성화를 강조했다. "바쁘지만, 행복하다" 올해 홍광표 회장은 연구년이다. 하지만 그의 스케줄을 들여다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먼저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정원박람회를 섭렵할 예정이다. 첫 번째 목적은 2017서울정원박람회와 관계있다. 그는 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들과 만나 서울정원박람회에 참여할 해외 작가 모집을 거들겠다고 했다. 서울정원박람회의 첫 조직위원장으로서 서울정원박람회에 대한 그의 애착도 남다르다. 두 번째는 해외 정원박람회 가든센터를 방문해 세계 정원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는 "아직 한국에 깊숙하게 뿌리내리지 않은 정원산업의 방향성을 모색할 기회"라고 말했다. 올 10월과 11월 사이에는 K-Garden 관련 국회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다. 윤후덕 의원과 함께 추진하는 국회 심포지엄은 K-Garden 관련 정부지원 활성화를 위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 밖에 중국 무위와 미국 어바인에 추진 중인 K-Garden 사업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홍 회장은 “조경학과 학생의 표정이 우울하다. 취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경 관련 예산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취업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며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학회를 설립하고, K-Garden, 서울정원박람회에 뛰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정원을 조경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만들고자 했던 바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후학들을 위해 선배 조경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은 힘들다. 그래도 우리 후학들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가 정원의 1번 타자로 나서서 방망이를 쥐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폐지를 과감히 밀어붙이겠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제정된 지 10년째 되는 내년을 목표로 법률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힘을 실어 말했다. 그동안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안전관리법)은 어린이의 상해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해 왔다. 반면 최근 모험과 통합을 강조하는 다양한 유형의 창의적 놀이터 조성에서는 걸림돌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이학영 의원이 주최한 어린이놀이터 토론회에서 많은 전문가가 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냈다. 노 이사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률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물론 대안도 있다. “어린이놀이시설을 강제로 법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놀이시설 기준을 민간 영역으로 이양시키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민간단체가 안전기준을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단체에서도 지난 10년간 훈련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왔다.” 어린이놀이시설을 경직된 법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놀이시설 단체표준과 안전인증기준으로 대체하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만 어린이 건강에 환경적 영향을 미치는 유해성 검사는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2009년부터 이사장으로 8년간 조합을 이끌어왔던 그는 침체한 공원시설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조합놀이대, 퍼걸러 등 공원시설의 단체표준 제정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였으며, 우수조달 공동상표인 ‘공원지기’를 통해 조달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어린이의 놀 권리와 아동복지 차원에서 어린이놀이시설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와 함께 추진하는 통합놀이터 입법도 현재 조합이 집중하는 사업 중 하나이다.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모두 어울려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만들자고 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해 준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을 놀이시설로 실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전문가의 경험을 반영시켜야 한다. 우리 조합이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합놀이터 입법은 오는 4월과 5월 사이 국회의원 발의를 통해 이뤄질 전망으로, 조합에서는 오순환 위원장을 주축으로 워크숍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 사업의 또 다른 핵심축은 바로 전통정자 표준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공원시설 외연을 넓히는 사업을 안에서 찾자’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공원시설 분야에서 방관했던 ‘전통정자’를 다시 공원시설 안에서 끌어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현재 전통형 정자가 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MAS)을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디자인에서 전통 고유의 형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전통형 정자를 조경이 아닌 다른 분야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노 이사장에게 충격이었다. “당연히 우리의 것으로 생각했던 전통정자였지만, 방치하는 사이 다른 분야에서 이를 제작해 유통시키고 있다. 디자인도 전통‘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본연의 것과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전통정자를 표준화해 조달에 등록하는 것을 추진하게 됐다.” 조합은 전통정자 단체표준을 목표로 한국정원디자인학회에 연구를 의뢰해 연구를 완료한 상태다. 전통정자 외에도, 목교, 목재펜스 등 현재 타업종에서 점유해가고 있는 조경의 영역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 이사장은 “조경이 놓치는 부분을 재검토하고, 이를 개량하여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블루오션을 발굴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시야는 공원시설 안에 멈춰있지 않다. 사회라는 시스템과 연동하는 공원시설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그 구상은 구체적이면서 실천적이라는 점에서 피부에 와 닿는다. “어린이놀이시설은 ‘복지’이다. 놀권리, 교육,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보더라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국회, 지자체, 시민사회에서도 그러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놀이터, 특히 통합놀이터를 만든다고 한다면 그 예산을 어디서 책정해야 할까? 현재 조경분야가 집중하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아니다. 바로 보건복지부다. 결국 우리 조합이 하려는 사업들은 기존의 사업적 틀 안에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그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환경부가 생태놀이터를 만드는 것처럼, 통합놀이터도 보건복지부의 흩어진 복지예산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복안이다. 마지막으로 노영일 이사장은 조경분야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고시, 규칙, 조례 등과 같은 세부 기준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경진흥법과 같은 굵직한 법률 제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작 조경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게 보이는 기준 하나라는 것이다. 3월 새롭게 출범한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에 바라는 점도 마찬가지, 큰 것에만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시선을 요구했다. 노 이사장은 “올해 대선을 전후해 조합에서는 놀이시설안전관리법 폐지, 통합놀이터 제도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조경분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변화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정정수 살래 환경예술조경연구원 원장 [환경과조경 나창호 기자]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인터뷰이의 호칭 때문이다. 그는 서양화가이면서 예술조경가고, 대학 교단에도 섰던 인물이다. 지금은 환경예술조경연구원을 운영하는 공동대표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땅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결국 고민 끝에 작가라는 호칭을 쓰기로 했지만, 그 고민 가운데 인터뷰이가 찍어놓은 여러 개의 발자국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정정수 작가이다. 하지만 이름 뒤에 붙는 여러 호칭과 달리, 그의 철학은 심플하다.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이다.’ 이 말은 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물론 조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새싹들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시작하는 3월, 정정수 작가의 살래 조경스쿨도 오는 15일부터 4기와 함께 개강한다. 분주히 개강 준비를 하는 그와 만나 조경과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계를 없애자 처음 그는 조경의 경계를 화두로 던졌다. 지명이나 국경에는 경계가 있지만, 자연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조경도 경계를 없애자는 것이다. 땅과 강 사이를 예로 들었다. “강과 땅 사이에는 사실 경계가 없다. 강과 습지가 있고, 그 습지는 땅으로 연결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과 습지 사이, 습지와 땅 사이에도 무수한 연결을 찾을 수 있다.” 정 작가에 따르면 많은 경계를 다룰수록 폭이 협소해지는데도 조경은 오히려 경계짓기를 하고 있다. 수목원의 식물 표찰도 ‘없어도 되는 경계’ 중 하나다. 식물 앞에 명찰을 달아두어도 그 식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식물에 관한 리플렛을 만들어 배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3월과 4월 사이, 4월과 5월 사이, 이런 방식으로 식물을 설명하는 자료를 배부하여 사람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찾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식물원을 하나의 경관으로 바라본다면 표찰은 경관을 훼손하는 요소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식물에 대해 가르치고자 한다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가 핵심이다. 경계가 단순히 에지나 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식물을 가르치지 말고, 사랑하게 하라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교육으로 전환됐다. 특히 근래의 자연체험학습에 대해서 쓴소리를 뱉었다. “과히 체험공화국이라 할 만큼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자연체험프로그램의 면면을 보면, 결과를 정해놓고 아이들이 따라오게 하는 유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체험인가?” 그는 체험자마다 생각이 다른데, 획일적인 결과를 강요하는 자연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놀이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정 작가는 “놀이시설도 위험할 수 있다. 적어도 25%는 모험적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놀이를 하며 당한 작은 상처가 미래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접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만든 벽초지 수목원의 수면 데크도 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조심해서 걷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작가는 밖에서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스스로 고민하도록 해서 꺼내놓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영하는 살래(Sallé)에도 정정수 작가의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살래라는 이름에는 ‘행복하게 살래’라는 근본적인 바람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정 작가의 고민이 들어있다. 정 작가는 “사람이 자연을 더 사랑하게 하는 것이 조경 교육의 출발이다. 자연을 위해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방향만 알려주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며 “식물을 사랑하는 것만큼 좋은 방향제시는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대학 강단에서도 미술과 조경을 가르쳤던 그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없이 강의하는 교수로 알려졌다. 교실마다 학생들의 개성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속도도 달라 일률적인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장점을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정 작가가 학생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남이 해놓은 것을 가지고 교과서로 삼지 말아라. 너희 안에서 찾아라. 공부하고 싶으면 다른 책을 찾아라. 미술에 교과서가 없다”였다. 조경의 일제 잔재 청산해야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한국적인 조경’에 관한 것이다. 특히 돌쌓기와 전정에서의 일제 잔재가 한국다운 경관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전통 돌쌓기만으로도 한국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가져온 들여쌓기 방식이 지금도 만연하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우리 국토에서 집을 짓고, 정원도 만들었는데, 그 당시 정원을 만들었던 사람이 기술을 전수해서 지금까지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나무의 개성을 무시하고 둥글게 전정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과거 향나무가 유행하던 시절 둥글게 전정하던 것을, 소나무에도 그대로 적용시켜 소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없애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전통의 석축조성 방식과 나무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전정 기술만 개선된다면 우리 조경의 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조경의 일제청산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사까지 피력했다. 그와 한 모든 대화 안에는 ‘아름다움은 자기다움이다’이라는 정정수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는 방법을 묻자, ‘상대방과 끊임없이 대화하라’고 답했다. “하루는 전깃줄 위에 갈매기를 보았는데 앉아있는 간격이 거의 같았다. 그래서 갈매기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갈매기는 ‘위험에 처했을 때 동시에 날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해줬다.” 내가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이고, 그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다움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임상규 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7%로 인구는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빈집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장기 저성장시대에 진입했다. 그에 따라 각 분야들은 위기관리와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생태복원협회 제10대 회장단을 이끌어갈 임상규 회장은 이러한 저성장시대에 ‘자연환경보전업’이 조경분야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연환경보전업은 새로운 사업을 발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존 하천 사업의 나눠먹기 혹은 조경예산 일부를 가로챈다는 의혹은 오해다. 보전업은 새로운 시장이다. 조경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업역 확대를 위해서는 기필코 보전업을 신설해야 한다. 조경분야가 공감하는 의견이 모일 때까지 계속 설득하고 또 설득해 나가겠다.” 임상규 회장에 따르면 자연환경보전업은 훼손된 생태계 복원, 대체서식지 조성, 생태축 연결 등의 업무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전업 신설은 생태계 보전 및 복원분야를 대기, 수질, 소음·진동과 같이 환경산업의 한 분야로 정착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자연환경보전사업은 현재 약 300억 원에 못 미치는 규모지만 향후 자연환경보전업이 신설돼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면 ▲훼손된 국토환경의 생태적 복원과 생태계서비스 확대 ▲생태휴식공간 조성 ▲생물종 서식처를 고려한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설치사업 ▲개발사업과 연계한 대체서식지 조성 등으로 사업 영역과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제4차 국가환경종합계획, 제3차 자연환경보전기본계획에 따라 도심 속 훼손지 복원을 통해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휴식공간 확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며, 정부는 2025년까지 생태휴식공간 면적을 10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자연환경보전업이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전업 신설에 대한 조경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임상규 회장은 보전업을 반대하는 것은 ‘오해’로 인한 것이라며 충분한 대화와 끊임없는 설득으로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크게 ‘예산’과 ‘직능’ 두 가지 측면에서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환경부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의 예산은 일반 조경사업 예산과는 다른 분야의 별개 예산이란 점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환경부가 현재 대행자를 통해 수행하고 있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이하 생보금)은 전 국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대형사업장에서 부담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을 세입으로 환경개선특별회계에 편입해 생태복원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국토부가 시행하는 공원이나 녹지 조성 등 일반 조경 예산과는 출처와 용도가 다르다. 이 사업은 대행자들이 생보금 납부자를 찾아 납부동의서를 받고 방치되거나 훼손된 공유지를 발굴해 원지형 복원, 습지복원, 식생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 증진과 영속성을 가진 동·식물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사업을 발굴하지 않으면 이미 징수된 생보금이라 할지라도 타 분야 환경개선사업 예산으로 사용돼 조경분야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사업에 집행된다. 조경예산을 가로채거나 조경공사업과 중복된다는 의견은 오해라는 설명이다. 직능과 관련해서는 생태복원사업에 투입된 기술자 대부분이 조경인이고 조경회사라는 점을 들어 해명했다. 현재 환경부 생태복원사업을 추진하는 대행자 등록업체 38개 회사는 모두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다. 기술자는 생태복원기사, 조경기사, 산림기사로 조경학과 졸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임 회장은 “보전업 신설을 통해 조경업역이 확대되는 효과와 동시에 조경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조경시장은 조경학과 졸업자는 늘어나고 조경 관련 예산 및 사업은 줄고 있어 관련 학과 출신의 진로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보전업이 조경분야의 어려움을 타계할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조경 업역을 지켜온 분들이 조경을 아끼는 마음에서 보전업 신설로 인해 환경복원사업이 조경과 분업화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조경과 환경이 힘을 합해 타 분야의 반대를 이해시키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오해를 풀고 기술적 협업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가장 중요하다. 생태복원과 관련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 강수덕·이인열 아이디엘엔씨 공동대표 [환경과조경 박광윤 뉴스팀장] 가족이나 부부 다음 가는 인연이 아닐까. 전생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사연을 품었으리라. 건설업이 한창 잘나가던 2000년대 중반에 처음 만나서 10여 년이 지난 후 더 깊은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됐으니 결코 보통의 인연은 아니다. 바로 올해 초 조경시공 분야를 이끄는 최선두 기업이 되겠다며 공동창업자로 명함을 내민 아이디엘엔씨의 강수덕·이인열 두 대표의 이야기다. 두 대표가 처음 만난 것은 가야랜드라는 조경회사다. “수도권에서는 10위권에 들었던 조경회사였죠” 가야랜드는 2000년대 중반 급성장해 한 때 이름 꽤나 알렸던 시공회사로, 2013년 분야 내 굴지의 회사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때 정리가 되면서 조경계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옛날 직원들은 아직도 당시의 자부심이 남아 있어서 종종 만남을 갖고 있단다. 두 대표가 지금까지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열정과 자부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늦깍이 시공인, “조경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 강수덕 대표는 사실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조경계에 발을 들여놓은 늦깍이 시공인이다. 그의 전공은 농업이며, 조경은 나무와 꽃 등 식물을 너무 좋하해서 오래 전부터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경은 자격증이 없으면 넘보기가 만만치 않은 분야였단다. 게다가 조경 자격증 시험에는 설계가 있어서 비전공자에게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큰 맘을 먹고 시험 공부를 시작했고 1년만인 2004년에 드디어 조경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됐다. 당시 그가 그 자격증을 밑천 삼아 지원한 회사가 바로 ‘가야랜드’였다. “어떻게 농업을 전공한 사람이 건설업계에 들어왔느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조경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농업하고도 관련이 많았다.” 그는 가야랜드에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입사하자마자 마산 하늘채 2차 시설물 공사에 현장 소장으로 발령난 것을 시작으로 여러 현장에서 공사를 잘 마무리하면서 회사로부터 신뢰도 쌓았고 경력도 쌓았다. 특히 나무에 강한 면모를 인정받았는데, 당시는 대형목이 많이 사용되던 때여서 수목이 매우 중요했다. 현장에 맞는 좋은 수형의 수목을 좋은 가격에 확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맡으면서 수목 구매 쪽에서도 큰 노하우를 얻게 됐다. 뼛속까지 시공인, “내가 조경을 하는 이유는 시공” 이인열 대표는 “시공을 하기 위해 설계사무소를 다녔다”고 말하는 뼛속까지 시공인이다. 그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곳은 대표적인 조경설계 회사인 ‘서안’이었으며, 이후 설계 경력을 바탕으로 시공회사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의 현장에 대한 꿈에 현실은 쉽게 부응하지 않았다. 처음 들어간 시공회사에서는 이인열 대표가 설계를 잘하니까 현장보다는 설계변경 업무를 맡겼다. 오히려 설계 경력이 발목을 잡은 셈이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하는 일을 시키더라” 그래서 그곳을 뛰쳐나와 새로 들어간 곳이 가야랜드였다. 그는 현장에 곧장 투입됐고, 현장에서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설계자의 의도를 잘 반영한 고품질 시공은 그의 장점이었다. 또한 설계 오류를 사전에 발견하는 감각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제 잘못된 설계를 미리 발견해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설계 변경한 사례가 많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점차 설계 오류가 눈에 잘 들어오더라” 설계 경력이 현장에서 큰 무기가 된 것이다. 새로운 꿈, 미래에 답하다 아이디엘엔씨에는 두 대표를 포함해 시공 경험이 다양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뭉쳤다. 그래서 공공기관 청사, 고급주택, 아파트, 택지 조경 등 모든 분야를 사업 범위로 하고 있다. 하지만 더 솔깃한 이야기는 그들의 앞으로의 포부와 새로운 꿈에 관한 것이다. 이인열 대표는 조경이 PM인 프로젝트로서 ‘경량목구조 형태의 전원주택’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이미 많이 구체화된 단계다. 그는 “건축회사가 전원주택을 짓는 경우는 봤는데, 조경회사가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못 봤다”며 “지금까지 모든 포커스를 건축에 맞춰 왔는데 조경가가 만들면 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조경을 하는 사람이 주택을 지으면 건축도 조경도 같이 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수덕 대표는 “공장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시설물 공사를 하다보면 기성품을 쓰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공장을 짓는 데 투자를 할 생각이다. 거기에 더해 특허도 보유하고 작지만 브랜드를 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이디엘엔씨를 돈을 많이 버는 최고의 회사로 만드는 것은 두 대표에게 당연한 목표다. 하지만 그들은 사업적인 성공만큼 중요한 것은 인간적이고 정직한 회사, 투명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로 잘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생각하는 게 같다” 왜 의기투합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 이상 더 좋은 대답은 없어 보였다.
  • [환경과조경 김모아 기자]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환경과조경 공식 메일함에 새로운 폴더가 생긴다. ‘통신원 ◯◯기 모집.’ 매년 새롭게 선발되는 환경과조경 통신원의 지원 서류가 쌓이는 곳이다. 올해에는 ◯◯에 숫자 33이 채워졌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포부를 담은 지원서가 속속 도착하는 중이다. 그리고 지난 일 년 동안 각 대학과 지역의 조경 관련 정보를 발 빠르게 취재해온 32기 통신원은 어느덧 활동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에 이끌려 통신원에 지원하게 됐고, 또 어떤 활동을 펼쳐왔을까? 전국기장으로서 32기 통신원을 이끌어온 설윤환 단국대학교 통신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서운 고용 한파가 계속되는 중, 대학교 졸업반의 화두 중 하나는 역시 취업이다. 2016년 대학교 4학년이 된 설윤환 통신원에게도 취업은 피해갈 수 없는 숙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준비를 시작하기도 전에 멈춰 서야 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던 것이다. 게다가 조경 분야에 설계, 시공 외에 어떤 진로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막막함에 서성이던 중 같은 학교에서 환경과조경 통신원으로 활동하던 동기의 기사를 접했다. 교내 행사를 다룬 기사에 흥미를 느낀 그는 바로 동기를 찾아가 통신원 활동에 관해 물었고, 환경과조경 통신원 지원서를 작성했다. 다양한 활동에 관심도 있었고, 1985년부터 운영되어 980명이 거쳐간 통신원 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성에 대한 고민도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활동하고 싶어 통신원 기장에도 지원하게 됐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조경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국 36개의 조경학과 친구들과 만나 부족한 부분을 간접적으로나마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경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선배님을 만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통신원을 이끄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는 통신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SNS나 문자 메시지로 이야기를 전하는 대신 각 지역을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고자 했다. 작은 행사를 기획하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왜 이런 행사를 기획해야 하는지, 또 이것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통신원 모두와 친해지겠다고 다짐했고, 이를 실천하고자 전국 순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광주와 대구, 부산에 가 보았습니다. 학기 중에 여러 지역을 다니는 게 힘들긴 했지만, 조경이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통신원 친구들과 행사 준비 이야기로 즐겁게 밤을 지새울 수 있었습니다. 통신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었기에 활동을 무리 없이 끌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1년간의 통신원 활동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하나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플레이버후드 국민디자인단과 함께하는 공동체의 숲 만들기’를 꼽았다. 이 사업은 행정자치부에서 주최하는 국민디자인 특화 공모 사업 중 하나로, 환경과조경 32기 통신원은 6월부터 12월까지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세월호 피해 지역 단지의 놀이터에 공동체 숲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마을 만들기 전문가와 함께 놀이터를 직접 설계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세월호를 생각하면 어두운 이미지만을 떠올리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정답게 맞아주시는 주민들과 완공된 놀이터를 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와 어머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내가 조경을 배우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이외에도 젊은 조경학도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토크콘서트, 서울정원박람회의 그린핑거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학생들로 구성된 집단이지만 열정만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얻게 됐다. 현재 그는 디자인하는 것이 좋아 조경설계 서안에 입사해 신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통신원 활동 경험이 좋아하는 일과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 그의 새로운 목표는 먼 미래에 시골에 그만의 독특한 농장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신원 활동은 대학 생활 중 가장 인상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기억입니다. 꿈을 찾아주었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33기 통신원들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길 바랍니다”라며 미래의 통신원들을 격려했다. 지금도 ‘통신원 33기 모집’ 폴더에는 다양한 꿈을 가진 학생들의 지원서가 도착하고 있다. 통신원은 조경 관련 학과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3월 10일까지 지원서를 받아 학교당 1명의 통신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환경과조경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예비 33기 통신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환경과조경 김정은 편집팀장] 최근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관심이 뜨겁다. 관심의 열기만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고민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다. 최근 광화문포럼이라는 커다란 논의의 장을 펼치고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 수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역사도심재생과의 양병현 과장을 만났다.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리면서 광화문광장을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의 역사도심재생과 직원들은 바빠졌다.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원도 늘었고, 집회 허가 과정에서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도 많아졌다. 집회 후 광장 바닥에 위험하게 떨어진 촛농을 제거하는 일까지. “실무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지만, 선배님들이 광화문광장을 만들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성 당시에는 거대한 중앙 분리대라는 비난도 있었고 한동안 국가 행사 중심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1월 25일 서울시는 광화문포럼을 통해 광화문광장의 미래를 새로 그리겠다는 계획을 밝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도시계획, 역사, 건축·조경, 교통, 시민 소통 등 7개 분야 전문가 49인과 100명의 시민위원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을 가동 중이며, 7월까지 마스터플랜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포럼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생각은 시민부터 전문가 내에서도 분야에 따라, 또 사람마다 다릅니다. 광장을 조성한 지 7년 밖에 안 되었으니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더 넓히거나 한쪽으로 붙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동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논란이 워낙 많기 때문에 대규모 토론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의견을 끌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현재 서울시는 ‘걷는 도시, 서울’이라는 큰 캐치프레이즈 아래, 특히 사대문 안을 보행 중심 공간으로 개선하려고 노력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이고 보행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곳이 광화문광장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보행’과 ‘역사’를 키워드로 논의를 시작했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역사적으로 조선의 중심 공간이었고, 현재까지도 국가의 중심 공간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처음에는 그 안의 역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또 다른 사회적 변화가 생기면서 광장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보행이나 도시계획적 논의, 혹은 역사 복원을 넘어 미래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나 아고라적 공간과 같은 화두가 던져져야겠죠. 이제는 ‘과연 광장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논의해서, 광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광화문포럼에서는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현재의 사건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앞으로 물리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해석하기에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7월까지 마스터플랜을 그리겠다는 계획은 너무 빠르지 않은가 물었다. “7월이면, 논의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흐른 시점입니다. 또 광장의 의미가 전격적으로 변화하는 순간, 즉 국민들의 관심이 몰려있고, 경험이 생생할 때 빠르게 대응해야 추동력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스터플랜을 그린다는 것이 확정적인 계획이나 멋진 그림을 그려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광장의 의미와 미래의 방향을 내놓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샹젤리제와 같은 거리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워싱턴 D.C.의 역사적이고 엄숙하지만 사람들이 놀 거리가 없는 광장으로 만들 것인지, 혹은 대로인지 광장인지 그러한 개념적이고 근본적인 논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스터플랜의 공간적 범위는 광화문광장과 한 켜 정도의 건물군이 될 것입니다. 당장 실현할 수 없는 일도 많겠지만 장기적인 비전까지 담을 예정입니다. 광장과 주변에 어떤 공간적 변형이 필요한지 포럼을 통해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겠지요.” 광화문광장,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징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광화문광장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했다. “이전 광화문광장은 조경의 공간이었고, 여러 지자체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이제야 광화문광장을 인지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시민들이 시청 앞에 모였지요. 그런데 시민들의 흐름이 점점 더 국가의 중심으로 향해 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시민 스스로 국가의 주인이라고 자각하며 국가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광화문광장이 중심 공간이란 사실은 변함없지만, 그 중심에 국가 대신 시민이 서게 된 것입니다. 이전의 광화문광장이 과거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가 펼쳐지는 곳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에 제가 광화문광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 [환경과조경 이형주 기자] 조경을 총괄하는 부서가 통폐합된 지 1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지난해 LH 도시경관처는 본사 조직 슬림화와 경영 여건 등으로 통폐합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직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1년 만에 다시 부활하는 성과를 냈다. 부활한 조경 총괄부서의 장을 맡게 된 이강문 단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에 다시 도전하고 조경 조직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액션플랜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통페합 당시 조경직 선배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조경 총괄부서가 다시 부활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보탬이 돼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없도록 과거보다 더욱 강한 조경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 새롭게 구성된 도시경관단은 2부, 5개과로 구성됐으며 인원은 13명이다. 조경 총괄부서가 부활했지만 본사 조직의 슬림화로 인해 정원 축소는 불가피했다. 현재 LH 내 조경직 인원은 총 171명인데, LH 장기플랜에 따르면 조경직 인원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 단장은 처로 승격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먼저 ‘LH 내 조경 조직 확대’란 큰 그림 아래 도시경관단을 처로 만드는 것과 지역본부에 조경전담부서를 만들겠다는 세부 계획을 세웠다. 현재 LH 조경직은 주택과 단지로 구분해 별도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각각 맡은 업무에 따라 여러 현장을 전전하며 일을 처리해야 해 업무가 과중된다는 것이 이 단장의 설명이다. 전담부서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인원이 유연성 있게 활용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감리 일부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조경감리는 현행법상 1500세대 이상인 경우만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돼 있는데, 업계에 따르면 최근 8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짓는 일은 많지 않다. 이 단장은 감리기준을 500세대로 줄이자는 업계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하는데, 발주처 입장에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선 협회와 학회를 필두로 조경계가 적극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이 단장은 올해 LH 발주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해 LH는 총 121건 5602억 원 규모의 조경공사를 발주할 계획으로 동탄신도시 등 단지분야에서 25건 3597억 원, 행복주택 등 주택 분야에서 96건 2005억 원의 조경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발주한 규모(8213억 원)에 비해 2611억 원가량이나 물량이 줄었다. 이 단장에 따르면 이는 LH 전체 사업 구조조정에 의한 결과다. 모든 분야가 기존 사업 외 신규사업 발주 물량이 줄어들었고, 조경물량도 함께 축소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주택보급률 달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체 사업이 줄었다. 과거에는 대규모 신도시나 택지 개발 사업이 많았지만 앞으로 소규모 맞춤형으로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게 됐다. 개발 물량은 줄고 복지나 재생으로 사업이 확대될 것이다.” 이에 도시경관단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특례사업’ 참여와 장묘공원 조성 등 신사업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대부분의 특례사업이 사업성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몰제 이후 대책 마련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국공유지에 대한 민간 개발이 구체화되기 전에 조경의 참여기회를 확대할 아이템을 발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단에서는 정부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조경이 사업을 하기 편리하게끔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시경관단이 주목하는 과제 중 하나는 바로 ‘하자제로화’ 추진이다. 최근 이상기후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으로 수목 고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조경분야로 모든 책임이 넘어가는 일이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 단장은 설계-시공-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 하자진단을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단장에 따르면 수목 고사 원인에는 아파트 토심이나 배수, 토양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른 직종에서 조경시공의 잘못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현재 LH 토심기준을 600㎜에서 700㎜로 낮췄는데, 이 또한 턱없이 부족한 깊이다. 이 단장은 “토심을 더 낮추려면 공사원가가 들어간 지하주차장이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는 부담이 있어 다른 공종에서 토심을 확보해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수목이 고사하면 조경시공 하자로 몰고 간다”며 부당한 점을 분명하게 바로잡겠다는 결의를 굳혔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다. 그러던 중 조경분야의 최대 발주처 중 하나인 LH에서 조경을 총괄하는 부서마저 통폐합되는 시기를 겪게 된 조경인들의 피로도는 더 높아졌다. 어렵게 다시 살아난 도시경관단이 ‘처’로 승격하기 위해선 품질 확보는 물론,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대외 인식 향상이란 복합적인 과제가 산재해 있다. 도시경관단의 도전은 조경계 내·외부 협력 없이는 힘든 일이다. “어려운 시기의 대한민국 조경 발전을 위해 LH는 조경계와 줄탁동기(啐啄同機)의 마음으로 상생의 노력을 다 하겠다.” 그의 약속에 상생의 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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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에서 ‘정원도시국’으로 ‘졸속’ 추진…4일간 입법예고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서울시가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명칭변경을추진하면서관련분야의충분한의견을수렴하지않아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이제기됐다. 서울시는이달5일시정추진력강화를위한조직개편을위해‘서울특별시행정기구설치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시의회에상정했다. 개정안의주요내용은▲기구개편및소관사무조정▲주요실국의통솔범위조정▲자율신설기구일반기구화▲한시기구정비및존속기한연장▲기구명칭변경등이다. 이에따르면푸른도시여가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고,올해7월까지한시적으로운영할예정이었던한강사업추진단을3년더연장해존속시키는내용이포함됐다. 이중‘푸른도시여가국(이하푸도국)’을‘정원도시국’으로변경하는것에대해기존업무를포괄하는이름으로적합하지않다는지적이일고있다. 현재푸도국은▲공원정책▲공원조성▲조경▲정원▲자연환경▲생태계▲산림▲동물보호▲공원여가▲산사태사방사업등을담당하고있다. 게다가이번개정안은지난달29일부터이달2일까지단4일동안의견을수렴해부랴부랴추진하는모양새여서졸속추진이라는비판까지받고있다. 보통입법예고는40일,지자체법규는20일로정하고있으며,서울시의경우에도“입법예고기간을20일미만으로하려는경우에는법무담당관과미리협의하여야한다”고정해놓았다. 하지만이번개정안은입법예고가충분히되지못해시민들은물론관련학계등전문가들도알지도못한사이에‘정원도시국’으로바뀔수있는상황이다. 개칭부정적,“기후변화등다양한패러다임고려”“조직위상축소”등 안승홍한경대학교조경학과교수는“서울시가정원도시기조에맞춰서조직명칭을변경하는상황”으로생각되지만,“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은기존푸른도시여가국에비해똑같은기능을하더라도조직이협소해지는느낌이든다”고말했다. 그는“정원에서발달된개념이공원이다.공원은정원에비해공간적으로크고,이용자측면에서도공공공간으로훨씬범위가넓은데,산림청에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한시기를거치고있다”며특히정원도시국이라는이름아래공원관련부서가위치한다는것은“배보다배꼽이더큰상황”이라고말했다. 하지만경기도에정원산업과가신설되는등지자체조직에정원이라는이름이들어가는것은최근추세라고진단했다.또한정부부처에서공원업무를담당하는국토교통부녹색도시과는법·정책만관리하고있지만,산림청은국가정원이나지방정원조성등을통해직접사업에관여하고지자체에매칭예산을주고있어서앞으로지자체부서이름에‘정원’을사용하는비율이더늘어날것이라고전망했다. 실제2022년말경기도에서도‘산림과’와‘공원녹지과’를각각‘산림녹지과’와‘정원산업과’로명칭을변경한바있다.하지만당시‘정원산업과’신설은산림공원정원을포괄하는상위부서의명칭이아니라,부서간업무조정성격이강했다. 오순환조경지원센터본부장은“푸른도시여가국이더좋은것같다”며“기후변화,리질리언스등현재여러가지패러다임이존재하는데,정원으로만접근하는게맞는건지논의가필요하다”고말했다. 또한오본부장은“기존공원녹지관리사업소를공원여가센터로친근감있게바꾼건좋은데,일반사람들에게‘정원도시’가더친근한가?‘푸른도시’는안그런가?”라며정원도시국이더친근감이있는이름은확실하냐고반문했다. 무엇보다정원은가장작은단위의조경이므로,생태공원산림자연등을총괄하는부서이름으로는축소되는느낌이든다며“푸른도시여가국에서많은정원을조성하면되는데,여러불편과행정비용까지감수하면서이름까지바꿀타당성이있는지모르겠다”고말했다. 특히4일밖에입법예고가안된것은“왜4일만했는지이해할수없다”며“좀더논의의장을마련할필요가있다”고말했다. 개칭긍정적,“공원녹지포함한큰개념”“구체화”등 ‘푸른도시국’보다‘정원도시국’이더낫다는의견도있다. 안명준조경시공연구소느티대표는오히려“기존푸른도시국은지향점이상당히모호했다”며“정원도시국은정원이라는구체적인대상이지칭되니까개인적으로훨씬낫다고생각한다”고말했다. 그는이번논란에대해“정원을어디까지로보느냐에따라달라질것”이라며,‘정원도시국’을가드닝개념의좁은의미의정원으로사용한것이라면논란이있겠지만,공원녹지를포함한큰개념의정원으로보는것이기때문에“서울시가정원도시정책을펼치고있는상황에서정원도시국으로가도문제가없을것”이라고말했다.다만“아직까지정원이도시적인차원에서이해되지않으니까조금이른감이있다”며일반시민들이가진정원에대한편견을극복하기위해“홍보가필요하다”고말했다. ‘졸속추진’논란에대해서는,이번개정안이입법예고를짧게거쳐도될사안은아니라는입장을보였다.“국단위명칭이바뀌는이유가제대로설명이안되고있는것같다”며,국의명칭이변경되면서하위부서에대한세심한계획안이공고되지않은것은시정철학이반영되지않은채“일단명칭부터질러놓고보자”는것에불과하다며,숙의할기간이필요하다고말했다. 한갑수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은“‘푸른도시’가워낙넓은개념인데반해‘정원도시’가좀더구체적이라는점에서좋은것같다”고말했다.하지만“이름을정원으로하면업무범위가축소될것이라는염려도있을것같다”며조경내에서도다양한분야가있어서논란의여지가있을수있으므로“관련분야의견을참조했다면더좋겠다”며졸속추진논란에“아쉬운점”이라고평가했다. 한편서울시는이외에도“경제정책실,복지정책실,도시교통실”을“경제실,복지실,교통실”로,“시민건강국”을“시민건강국,민생노동국,디지털도시국”으로,“재난안전관리실,주택정책실”을“민생사법경찰국,재난안전실,주택실”로변경한다는방침을개정안에담았다.
[조경논단] 요즘 공원
은퇴하신회사선배들과이야기나눌기회가있었는데,‘건강,돈,친구’가제일중요하다고반복해강조하셨다.‘돈’이야어렵겠으나,‘건강’과‘친구’라면그래도공원이제법커버할수있겠다싶었다.기실공원의발단이1832년영국런던의콜레라대유행과연관이클정도로공원과건강은한몸이나다름없다.공원에서산책과달리기등운동을통한시민의건강뿐아니라,맑은공기와생태계조절등도시의건강까지연관되기때문이다.이런건강측면으로요즘공원에서유의미한움직임이라면‘맨발걷기붐’과‘야외체육시설의진화’가손꼽힌다. 점점흙이없는도시가되니외려흙길을찾는것인지,맨발걷기는현재공원에서가장핫한이슈다.어찌보면건강의영역을벗어나신화의영역에다다를정도.거친산길을맨발로걷는건기행에가까웠는데,2006년대전계족산황톳길(14㎞)을시작으로2020년서울양천구안양천황톳길(570m)과강남구양재천황톳길(600m)조성등을통해맨발걷기용흙길이공원제도권으로진입했다.물론맨발공원으로불리던지압보도도있었다.밀레니엄전후로주요공원마다자갈,사고석등의재질로지압로가조성돼선풍적인기를끌었고현재도일부남아있지만,이젠이용률이극히저조해지며사라져간다.영원히변하지않을것같은공원도개별시설마다끊임없이경쟁하고흥망성쇠를겪는걸보여주는대표적사례다. 공원으로진출한황톳길에서수년간경험이쌓이고민간단체가태동하고몇몇언론보도를통해맨발걷기의장점이증폭되는과정을거치며,2022년부터는공원내흙길조성요구가본격적으로대두됐다.작년부터양천구는현황조사를거쳐총20개소3.7㎞의맨발흙길기본계획을수립·추진중이고,전국주요공원마다황톳길등맨발흙길조성이쇄도한다.신규조성뿐아니라자연발생적으로활성화된공원내흙길을정비하는방식도활발하고,시설측면에서도황톳길과마사토길,건식흙길과습식흙길로의분화와배수를위한황토배합비조절,이용편의를위한세족장,신발장,비닐하우스,방수포설치등다방면으로진화중이다. 건강측면에서요즘공원의또다른이슈는야외체육시설의진화다.2000년대초반공원에처음도입된야외체육시설은종목확대와내구성·디자인개선수준에머무르다,팬데믹을거치며폭발적으로진화했다.초기집합금지와거리두기로인해인기를끌며공스장(공원+헬스장),산스장(산+헬스장)같은유행어를만들더니,팬데믹이지속되며높아진수요는난이도높은근력운동과맨손복합운동기구로는물론,난이도낮은어르신을위한감각운동기구로까지확대시켰다.비가림시설과조합해일상성도높였고에너지생성까지스마트하게뻗어나가면서,상대적으로배제되었던청년과여성까지폭넓게포용하는중이다. 두번째주제인‘친구’로넘어가기전에소개하고픈중첩된사례가도심공원과거리에서자주만나는러닝크루(RunningCrew)다.주로평일이나일요일저녁,젊은직장인이나학생그룹이깔끔한복장으로줄지어달린다.건강을챙기면서도느슨한팀워크를구축해안전성과참여도를높이는데,볼때마다흐뭇하다.이런낮은단계의관계망은‘혼자’를강조했던팬데믹을거친이후도시에서자주볼수있는트렌드이기도하다. ‘친구’라표현했지만‘관계’로해석하는것이조금더정확할것이다.공원은혼자찾는사람도많고또그만큼다양한관계망이동반되기도한다.가족이나연인과피크닉을위해찾는경우도,친구와함께운동을즐기는경우도,반려견등반려동물과동반하는경우도있다.특히전국에600만명(命)정도로추산되는반려견은요즘공원의주이용객으로서큰변화를이끈다. 2004년최초로서울능동어린이대공원에반려견놀이터가생긴후,여러노력에도불구하고번번이지역주민들의완강한반대를넘어서지못한경우가많았다.하나인구4명에1명꼴,약1300만명까지반려인구가늘면서상황은역전됐다.특히팬데믹을지나며반려동물입양률이연간20%가까이증가하니,반대목소리를드높이시던어르신들의데시벨이크게낮아졌다.현재서울시공원내에만반려견놀이터23개가운영중이며,그중양천구도7개로30%를차지한다.특히,내달양천구목동IC남측녹지대에개장하는‘목동반려숲’은녹지공간전체를반려견테마로꾸몄다.앞으로모든공원에다양한형식의반려견놀이터가도입될뿐아니라,교육기관,보호소,보건소,캠핑장등반려동물테마시설도확대될것이다. 반려동물뿐인가?팬데믹은반려식물에대한관심도키웠다.즉각적반응이특징인반려견과스마트폰에대응하는‘느린관계맺기’다.집에서의반려식물은공원에서의텃밭과정원으로확장되는데,모두가드닝의영역이다.요즘공원에서식물관련최대이슈는‘정원’으로,전국적인정원도시트렌드와맞물리며도시의공원과거리를다채로운정원으로바꾸는중이다.서울시는작년5월정원도시선언에이어올해봄에만1000개의매력정원을조성한다고발표했다.양천구도도시곳곳에25개의매력정원을일구는상황.우리는왜이렇게공원과거리에정원을만들려노력할까?정원이갖는아름다움과계절감과색과향기와질감의매력도그이유겠지만,근본적으로는복잡한도시속에서인간이자연과더밀착된관계를맺고싶은욕망일것이다.그런측면에선모두‘반려’식물인셈.집에서의반려식물도공원내정원의확산도불안하고외로운도시의삶에대한대응이며,이노력들로인해공원과거리는더많은가드너들이함께가드닝하는정원도시로향해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에서확장된생태적관계망또한중요하다.기후위기의신호로받아들이는꿀벌의실종등작은곤충류의생멸(生滅)부터숲에서마주치는너구리,강에서살아가는새와물고기와수달까지서로연결되며큰위기에함께대응한다.공원에서생물다양성에진력해야하는이유다.최근몇년새시민과학자들의노력으로안양천철새보호구역에새들이조금씩늘어나는결과를얻었다.지속적인조사데이터를바탕으로겨울철공사자제나갈대군락지관리등에목소리를내주신덕분이다.올해부턴양천구에서활동하는자원봉사자‘에코친구’도함께참여한다.결국공원을중심으로사람과사람뿐아니라도시와자연까지서로함께‘관계’맺음으로써우리도도시도지구도더안전해진다. 해방과한국전쟁이후70여년간경제발전과민주주의라는목표를향해모든분야마다부지런히달려왔지만,세계최고의자살률과세계최저의출산율을성적표로받았다.물론괄목할만한경제성장을거뒀고민주주의도지속적으로향상시켜왔지만,결국우리사회는자식을가지길거부하는또스스로삶을소거하는마음이가장강한나라가된셈이다.출산율의추락은젊은세대가불암감에휩싸여미래를비관하는것이고자살률의상승은어르신세대가외로움에휩싸여현재를비관하는것으로분석할수도있겠지만,결국생명의관점에선가장본능적욕구인생존과번식을선택적으로포기하는‘불임사회’에돌입했고또돌진해갈태세인셈이다. 도시는더심각하다.2023년우리나라합계출산율0.72명에비해서울은0.55명수준이다.도시에사는젊은세대들이도시에서의삶을,도시의미래를더비관적으로본다는얘기다.불안감과외로움이지배하는불임사회의이엄중한현실에대해도시와공원과시민은어떻게대응해야할까?큰틀에서는포용도시일것이고자연에대해서는생태도시일것이며공공공간과개인의영역에선정원도시일것이다.건강하게서로관계맺고진화를통해위기에대응하는것이요즘공원에요구되는핵심과제다. 온수진양천구청공원녹지과장/공원주의자저자
[2024 아파트 조경 ④ 끝-롯데건설] 이지영 수석 “아파트 조경에 MZ세대를 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MZ세대의마음에드는조경을위해과감한소재발굴에노력하고있다.우리는새로운것을도전할때반짝반짝한다” 최근아파트조경에서가장큰변화를보이고있는건설사는단연롯데건설이다.롯데는지난2022년조경에차별성을두고자조경독자브랜드인‘그린바이그루브(GREENXGROOVE)’를선보이며,오랫동안각인되어오던중세시대‘캐슬’의이미지를벗어났다는평가를받는다.실제최근준공된현장은매우현대적인감각과트렌드에접근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하지만롯데건설이지영수석은“롯데건설의조경은이미점진적인변화를거쳐왔다”며“갑작스럽게다이나믹한변신을했다”는것은외부적인시선일뿐이라고말했다.왜롯데캐슬의조경이큰폭의변화로다가오는지최근아파트조경에서주력하고있는컨텐츠를통해알아봤다. 롯데조경의새로운도전“그린바이그루브” 사실롯데아파트조경이‘캐슬’콘셉트를벗어난것은아주최근일은아니다.이미2019년에롯데캐슬3.0을선보이면서‘여행같은삶의공간’을테마로조경전략이대폭업그레이드됐다.당시전략은그냥바라보는조경이아닌경험하고즐기는조경을만든다는전략으로,자연을좀더가까이에서체험하는설계를적용했다.오히려그린바이그루브는이러한전략을강화한것으로전혀새로운전략은아니라는설명이다. 2022년에조경을브랜드화한‘그린바이그루브’는자연을연상시키는’Green’과리듬과활력을뜻하는‘Groove’를조화시킨다는의미를담았다.중앙의‘X(바이)’는다양한분야와의콜라보레이션을뜻하며,일상속에서삶의영감을전달하는‘InspiringAround’공간이라는콘셉트아래취향을다채롭게담는조경공간을구현하고자했다. ‘그린바이그루브’는현재롯데아파트조경의콘셉트이자목표이다.이를어떻게설계와실물로서구현해낼것인지는아직도적전인과제이며현재진행형이다. “조경의본질을나타내는‘자연’안에입주자개개인의취향을적극적으로콜라보해서표현함으로써입주자들에게만족감을느낄수있도록하는것이목표이다.이미지적으로는자연에가깝게표현을해보자는의도도있고,설계나시공에서풀어낼때는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쓰는개념으로볼수도있다.” 인공적인소재와자연적인소재의콜라보속에서조금더자연소재를많이적용하는전략이라는설명이다.하지만이것은“자연그대로”라는뜻과는거리가좀멀다.“자연적이지만인공적인세련미”를표현하자는것에더가깝다. ‘자연그대로’보다‘자연소재콜라보’가전략 조경공간에자연소재를많이사용한다고하면‘식재밀도를높이는것’으로생각할수있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식재중심콘셉트에서탈피하고있다.자연상태의돌에서가공된석재까지,나무그대로에서가공목재까지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시각적으로보다많이노출하면서도현대적인아름다움을구현하기위해고민하고있으며,실제현장에서좋은사례들이많이발굴되고있다. “식재밀도가높지않더라도따뜻한공간이될수있도록기본적인자연소재를많이사용하면서도심플하게만드는것에집중하고있다.이것이콜라보와조화라는그린바이그루브의콘셉트에도어울리는접근이라고생각한다.” 시설물의경우도차가운느낌의스틸소재를중심으로따듯한자연소재가어우러지는표준디자인을구현하기위해고민해왔고,실제최근에는스틸에자연소재를접목한티하우스나파고라등의표준디자인이개발돼현장적용을앞두고있다. “예전에는스틸로된시설물에목재가일부적용되는정도였다면,최근표준디자인은스틸에석재까지붙여서공간안에서더다양한자연감성을느낄수있도록구현하고있다.” 아파트조경에‘한남동MZ세대’를담아보았나? 현장마다타겟층이달라서조경트렌드에접근하는방식이달라지지만,공통적으로최근아파트조경의트렌드를“MZ세대”가이끌고있다는점은부인하기힘들다.무엇보다롯데건설만큼MZ세대트렌드를조경에담기위해고민하는사례도드물어보인다. “최근MZ세대들은모든소재를굉장히심플하게접근하고있어서,내부적으로그런성향을좀더많이담아낼수있도록고민하고있다.” 조경에MZ세대의취향을담아낸다는것도매우시사적인이슈로생각되는데,이를위해새로운트렌드와신소재를발굴하는것이‘조경’에중요한일이되고있다는것은롯데만의차별점이아닐까싶다.게다가같은MZ세대라고해도지역마다다른성향을담아야한다니생각보다더많은공부가필요한분야이다. 예를들어한남동MZ세대는심플하지만매우고급스러움에집중한다는차이가있다.‘올드머니룩’이라는말이있듯,조금은올드해도괜찮고컬러가많이들어가도괜찮지만고비용적인특성을가지고있다.고급소재에는텍스처가뿜어내는아우라가있기때문에한눈에알아차린다.이런분위기의다름을조경에서도구현해낸다고하니매우도전적이고색다른작업이아닌가. 물론아파트조경도투자를많이하면더고급스런결과가나온다는것은대부분진리로받아들여진다.하지만고비용이라고해서무조건좋은결과가나오는것은아니다.그래서필요한것이디자인적인언어이다. “나무를심을때도한줄만심을것인지풍성하게심을것인지적재적소에대한고민을많이한다.그런세심한고민들이차이를만들어낸다.최근에는소재에대한고민을많이하고있다.소재는거짓말을할수가없지만,물량투입이많다고해서모두좋은결과가나오는것도아니다.역시세심한고민이필요하다.” 기후변화대응,아파트조성기준달라질것 이지영수석에게롯데와다른건설사아파트조경의차이가무엇인지묻자“그건좀말하기어렵다”며손사래를쳤다. “각자노력하고있는포인트들이있는데함부로말할수없다”는이유도있지만,차별점이라고이야기하기엔주거지조경의고민이대동소이하기때문이다.다만‘기후변화’는어느현장이나공감할수있는매우심각한이슈로떠오르고있다고진단했다. 최근몇년사이나타난‘기후변화’에대해현장에서는꽤심각하게보고있다.폭우와폭서가반복적으로길어지면서설계및시공기준을변경할필요성이제기됐다.계획․설계적인측면에서는빗물저류조및레인가든설치나배수시설에대한규격들이달라지고있고,공사쪽에서는자재수급이나실제시공연출에많은어려움을겪고있다. 지난여름에는여러건설사현장에서폭우로배수시설의상태를점검한사례가많았다.롯데건설에서설계를담당하고있는‘기술연구부서’도유속이나유량등을재검토할필요가있다고판단해서기준개정을확인하고있다. “기후가너무급변하고있다.지난해에는6월말부터8월초까지45일동안연속으로비가왔다.100년간통계의최상치에이른것으로이런우수량을극복하지못한지역들이많다.관로의관경이라든가구배라든가설치개수등현장의토목기준들을손보고있다” 이참에미기후에대한연구를통해총체적인재검토가진행되고있다.바람세기에따라멀칭재적용여부를결정하고,미기후에의한회오리로쓰레기분리수거장설치방식을고민는등세심한대응에노력하고있다. <인터뷰> “시간에따라변화되는조경,한번더고민하자” ‘그린바이그루브’콘셉트를반영한시설물표준디자인작업에대해설명을부탁드린다. 시설물에있어서그린바이그루브의중요한전략은자연소재의다양한감성을전달하는데에있다.예를들어메인광장에티하우스와더불어자갈층의물결을만들어주고드라이한느낌의그라스류를심고대표수목을적용해포인트식재한풍경을떠올려보면된다.식재밀도는떨어지지만구성요소는대부분자연소재라는점이그린바이그루브의지향을잘그리고있다. 최근하얀색으로도색된스틸을중심으로벽면에석재를적용한티하우스가표준디자인으로만들어졌다.다양한형태의자연소재를적용한것이특징이다.하지만그린바이그루브는시설물만이아닌전체공간에대한이야기를포함하고있으며,공간에정돈된자연성을구현하는개념으로이해해야한다. 조경소재차별화에공을많이들이고있다는데,어떤노력들이이뤄지는가. 개인적으로2023년6월준공한‘자양롯데캐슬리버파크현장’의특화공간을진행하면서다양한소재에대해많이고민했다.그중하나가내후성강판이다.주로건축에서사용하는자재로스타벅스매장의마감재로많이사용하고있었다.단가는매우비싸지만실내는물론이고외부에서도사용할수있는자재이다.타공간이나공종에서사용하는소재라고하더라도사후관리와시공이효과적이라면적극적으로발굴해서조경공간에적용하고자노력하고있다. ‘나인원한남현장’에서는그당시흔히적용하지않았던‘프리캐스트콘크리트’로만들어진플랜터를단지곳곳에적용했다.콘크리트소재가적나라하게노출되는방식으로인천공항안에서는대형플랜터로만사용된적이있고,건축에서는대단위면적에적용하며최근들어각광받고있는자재이다. 최근건설사에서는식재에있어서수종이단순해지는것을걱정하고있는데실제수급이어렵고하자이슈가있을수있어다양한연출이미흡한현실이다.다만상대적으로쉽게접근할수있는초화는이미다양한연출을하고있다.우리특화현장의경우에는대관목에조금더집중해소재개발과연출을시도하고있다. 여러가지소재를발굴하고시도하는것이공간의질을높이는효과를보여주기때문에현장에서도적극적으로시도할것을요구해왔다.작업진도도고려하면서소재에대한고민도함께해야하니조금힘들수도있지만,오히려그런일을할때흥미가발산되는것같다.실제팀장들도이런고민을할때반짝반짝한모습들을보인다. 건설사조경인들에게한마디 조경은삶의바탕이기도하지만하나의오브제이기도하다.심지어시계열적인변화를수반하기때문에그것에초점을맞추어조성하는것을큰특징으로이해하고있다.그래서항상어떻게하면연출을잘하고,또그것을구성하고있는요소간에관계성을잘맺어줄것인가를중요하게생각해야만한다.당장에보이는것만할것이아니라,앞으로어떻게변화해갈것인가,또어떤영향을미칠것인가를곱씹어야한다.예전에는잘했다고생각했는데좀지나보면‘이렇게하지말걸’하고후회하는일들이많다.그래서무언가결정을할때는좀더시간의변화와주변과의관계성에대해고민을하자는이야기를동료후배들한테남기고싶다. 이지영수석과의인터뷰를통해최근롯데건설의조경이많이달라보였던이유를알수있었다.새롭고도전적인작업을통해성취감을느낀다면누구나반짝반짝할것이다.아파트조경을통한다양한시도들이확장된다면조경인들의무한한역량들도따라서빛이날것이라고기대해본다.
[미래포럼] 밤양갱과 헤어질 결심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미래포럼연재 조경인이그리는미래 요즘밤양갱이때아닌인기를누린다고한다.가수비비의‘밤양갱’이란노래덕분이다.밤양갱의가사를들어보면헤어지는남녀간의평범한노랫말인데가사나리듬은달고단밤양갱보다더달콤하다.별거아닌것같으면서매력적이고,익숙한것같은데처음처럼신선하다.사랑과이별,너무나익숙한스토리이지만이노래가우리에게처음처럼다가서는이유가뭘까?이노래를듣다순간오버랩되는이미지가박찬욱감독의영화‘헤어질결심’이다.사랑과이별을다른시선으로이야기한이영화의마지막장면을떠올려보자.박해일의바다그리고안개가자욱한미장센의순간을영원히각인시키려는듯영화의OST가흘러나온다.“나홀로걸어가는안개만이자욱한이거리….”,1967년세상에처음선보인정훈희의‘안개’가2023년‘헤어질결심’에서함춘호의기타와송창식과의듀엣으로다시태어났다. 처음처럼,익숙하지만낯설게.그렇게우리는처음처럼대하는것에매력을느낀다.술자리에서우리가소맥으로말아즐겨마시는‘처음처럼’의의미를작고하신신영복선생은서화에세이집「처음처럼」에서‘산다는것은수많은처음을만들어가는끊임없는시작입니다’라고소개한다.흔히세상에존재하는것중새로운것은아무것도없다고한다.새로운것들은어쩌면다시태어나는것일지도모르기때문이다.아재들의라떼에나등장할법한양갱이MZ세대들덕분에때아닌호사를누리는것처럼. 변화에대한도전은늘두렵다.하지만도전은그자체로서희망이기에많은이들이젊은이들에게늘도전하라고권유한다.사람들은미래를위한새로운도전을위해변화와혁신을이야기한다.하지만변화하는미래에도변하지않아야하는소중한가치가있을것이다.비비의밤양갱이나정훈희의안개가그렇듯,존재하지않는새로운것에대해서만고집할것이아니라변화하지않는삶의방식과전통,그리고축적된삶의가치와문화가미래에어떻게투영될것인지를고민하는것도새로운변화를위해서는매우의미있는일이다. 도시,건축,조경등의삶을담는공간을다루는영역에서처음처럼변화를꾀하고새로운것에대해도전할때놓쳐서는안되는변화하지않는가치는아마도공간의공동체성과공공성일것이다.우리가사는삶터에서너와나,그리고우리가함께사는공동체성을향한도전의한걸음한걸음은공간에서의더나은삶,더나은행복을추구하기위한노력이다.뭔가를처음처럼도전해보기위해서는먼저내가어느순간늘해왔던방식에익숙해져버린건아닌지,변화를향한도전을꿈꾸는것마저도내가처한상황에서는지극히사치스러운일이라고치부하진않는지,내가하는일을통해세상을향해무슨말을하고싶은지도모른채그저습관처럼일에매달려있지나않는지돌아보는일이우선되어야한다.최근주목할만한공원과광장,그리고공공건축등의사례에서엿볼수있는익숙하지만새로운공동체성과공공성의공간언어에는변화하지않아야할공간의공공성과공동체성의가치를구현한더불어숲의지혜와미래를향한새로운도전정신이담겨져있다. 최근지식사회에서화제의중심이된이슈가챗지피티(ChatGPT)이다.생성인공지능이만들어내는경이로운지식의재창조이다.하지만미래의초정보화시대가펼쳐지더라도우리는지식의한계에대한도전,존재하지않는것에대한끝없는상상,그리고동시대를사는인간과공동체에대한존중과신뢰의끈을놓아서는안될것이다.인공지능이인간의지식노동을능가하는현실에서인간은어떻게스스로의미래를꿈꿀수있을까?공간을상상하고공간적상상력을통해세상을변화시키는체인지메이커로서의역할은여전히인간만이누릴수있는권리이자의무이다. 미래도시에서공동체성이란개념과가치는여전히유효하다.보편적으로도시공간에서지속적으로공동체성이란근본가치를찾아나서는이유는앞에서도언급한초개인화로인해내가중심이된세상,디지털공간에서마저사유(私有)가지배하는환경에서공동체성이인간이과연인간다움으로존중되고있는가를묻는화두이기때문일것이다.미래도시에서우리가꿈꾸는희망의공간을만든다는것은온라인이거나오프라인이거나마찬가지로결국삶과터의관계를디자인하는것을의미한다. 우리가삶터로서의공간을디자인하는것은개인의삶의만족도와더불어함께사는삶의기쁨을누릴수있게하는일이다.동시에인간다운삶을가능하게하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함께사는삶의가능성을열어주는일,공유할수있는가치를만드는장소와공간을디자인하는일이다.미래도시에서도현실공간과가상공간이구분되지않고이둘이서로엮여서한몸이되어삶과터의관계망을잘엮어낸다면삶이터를,동시에터가삶을서로보듬어미래의우리의삶터가공유와공존의숲으로성장하게될것이다. 이영범/건축공간연구원원장
환경과조경 40기 통신원, 조경 소통창구 ‘활짝’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지역의조경소식을발빠르게전달하고조경학과학생들의소통창구를열어갈환경과조경40기통신원이본격활동을시작한다. 지난6일그룹한빌딩6층그룹한갤러리에서‘환경과조경40기통신원간담회’가개최됐다. 환경과조경통신원은지난1985년부터40년간이어져온전국최대규모의조경관련대학생네트워크로,각대학소식및지역정보를전달하는역할은물론박람회등조경관련행사에서서포터즈활동을통해다양한프로젝트에참여해왔다. 환경과조경은매년통신원임기를시작하면서활발한활동을독려하기위해통신원들간만남을주선하고오리엔테이션을겸하는자리로간담회를개최하고있다. 특히올해간담회는오랜역사를지닌통신원제도를시행한지40주년을맞이해40기통신원을맞이하는데더욱뜻깊다. 이날간담회는1부공식행사와2부선배와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로이뤄졌다. 1부는▲임직원소개▲박명권발행인축사▲환경과조경회사소개▲임명장·기자증·우수통신원상수여▲기자교육▲온라인기사업로드교육▲1분자기소개▲기장선출순으로진행됐다. 박명권환경과조경발행인은축사영상을통해“올해통신원은환경과조경의가장소중한친구이자동반자로서조경업계와학계를연결하는중요한소통창구의역할을하고있다.조경의새로운영역과쟁점을발굴하고그경계를확장해나가는데통신원의참여가무엇보다소중한밑거름이될것”라며활발한활동을당부했다. 이번40기통신원은총27개학교에서41명의학생이선발됐으며,전국기장에는▲김경미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정세희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선출됐다. 김경미통신원은“별명에‘역마살’이들어갈정도로여행을좋아한다.앞으로조경분야의여행을함께할동료들을얻게돼기쁘다.떠나야만알수있는것들을위해앞장서서걷겠다”는의지를밝혔다. 정세희통신원은“전국기장으로선출돼영광스럽다.조경에열정을가지고전국학교에서모인통신원들과의소중한교류를통해조경분야에서의지식과경험을더욱풍부하게쌓겠다”며“특히선배님들과의만남을통해학교에서는배울수없는다양한경험과노하우를얻고싶다.앞으로통신원들과협력해조경문화발전에기여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는포부를밝혔다. 지역기장에는▲서울·경기·강원지역에심규연건국대학교산림조경학과통신원과김솔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이▲경기·충청지역에양경미단국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조휘리공주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영남지역에백진규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임시은경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호남지역에이지현전북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과박지혜순천대학교조경학과통신원이각각선출됐다. 간담회에서는39기우수통신원시상식이진행됐다.우수통신원은윤민영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통신원,서유석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통신원이선정됐다. 2부에서는이형주23기통신원(조경하다열음)의사회로▲아라리소개및활동내용공유▲이성민21기통신원(텍사스A&M대학교교수)축사▲30기선배통신원경험공유및멘토링등선배통신원들과함께하는‘커리어데이’행사가진행됐다. 이성민21기통신원은축사영상을통해“20년전똑같은마음으로조경에대한기대와설렘,관심을가지고시작했다.통신원활동이선후배간소통창구역할을하는만큼많이듣고이야기했으면좋겠다.졸업후어떤진로를선택하든지간에제일중요한건‘소통’인것같다.앞으로다양한활동을통해마음껏즐기길바란다”고말했다. ‘커리어데이’는조경분야는물론사회각계계층에서활약하고있는선배통신원이후배통신원에게취업관련지식과경험을전해주는프로그램이다. 이번간담회에서는계획·설계·행정·특별등네분야로나눠▲계획분야에서락원30기통신원(어반플레이선임PD)이,▲설계분야에이향지30기통신원(얼라이브어스실장)이,▲행정분야에한지연30기통신원(서울시푸른도시여가국주무관)등이멘토로참가했다. 한편신임통신원의임기는이달1일부터내년3월31일까지1년간이며,앞으로조경매체중유일한네이버제휴매체인e-환경과조경을통해대학소식과지역정보를전달할예정이다.
[정영선 전시②-전시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득 메운 조경가적 삶과 작품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는오는9월22일까지약6개월에걸쳐“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를주제로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를개최한다. 이전시는그가태어난1941년부터의삶의여정을되짚어보고1970년대대학원생시절부터지금까지반세기동안진행된60여개의크고작은프로젝트에대한조경작품아카이브로마련됐다.대부분최초로공개되는파스텔,연필,수채화그림,청사진,설계도면,모형,사진,영상등각종기록자료500여점을통해조경가로서의삶의궤적을깊이있게들여다볼수있다. 또한주제별로대표작을엄선해선보임으로써도시공간속자연적환경이설계된맥락과고민,예술적노력을드러내고,이러한사유와철학을조경건축의직능을넘어자연과더불 어사는삶을추구하는우리모두의이야기로환원하고자한다. 전시제목‘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는정영선이좋아하는신경림의시에서착안했다.정영선에게조경은미생물부터우주까지생동하는모든것을재료로삼는종합과학예술이다.삼천리금수강산의아름다운경관을있는그대로그리고자했던겸재정선의진경산수화처럼,정영선은50여년의조경인생동안우리땅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고유자생종의생물다양성을보전하기위한노력을해왔다.전시는정영선의작품세계를국가주도의공공프로젝트와민간기업이의뢰한정원과리조트,역사쓰기의방법론으로서기념비적조경과식물을연구하고보존하는수목원과식물원등작업의주제와성격에따라재구성했다.연대기적서사를지양한이러한접근방식은경제부흥과민주화과정이동시적으로발현된한국현대사의특징과도맥을같이한다.동시에수많은유형의작업들이공통적으로정영선이강조하는“지사(地史)적맥락”에기반을두고있음을나타내기도한다. 7개묶음전시,조경직능넘어서는삶의울림 전시는크게7개의‘묶음’으로나뉜다.정영선의조경이그러하듯경계가느슨한최소한의구획을통해관람객이서있는자리에서각프로젝트의맥락을스스로찾아갈수있도록했다.마치자연주의정원속을거닐듯서로배타적이지않은주제들의우연한마주함과포개어짐을의도했다. 첫번째묶음‘패러다임의전환,지속가능한역사쓰기’에서는‘장소만들기’의현장이된조경의사례를살펴본다.한국최초의근대공원인<탑골공원>개선사업(2002)과‘비움의미’를강조한<광화문광장>재정비(2009),일제강점기철길중유일하게조선인의자체자본으로건설된경춘선을공원화한<경춘선숲길>(2015~2017)등수직에서수평으로,채움에서비움으로인식을전환하고공간의정체성을형성하는주요한방법론으로서조경의역할이드러난프로젝트를확인할수있다. 두번째묶음‘세계화시대,한국의도시경관’은주요국제행사개최와더불어한국을찾는세계인에게선진화된도시경관의인상을주기위해동원된사업을다룬다.<아시아선수촌아파트및아시아공원>(1986),<올림픽선수촌아파트>(1988),<대전엑스포>(1993)등한국의경제,문화,기술적도약의기회였던대형국가주도프로젝트들을통해조경가가어떻게발전된도시모습의비전을제시함과동시에인공적인개발사업에땅의논리를연결했는지살펴볼수있다. 세번째묶음‘자연과예술,그리고여가생활’은경제성장이동반한생활양식의변화로수요가생긴가족단위여가활동의장소들을소개한다.정영선은예술,교육,체육,관광등각문화기관과레저시설의기능과목적에충실하면서도우리고유의지형과땅의맥락을살리는데많은노력을기울였다.종합문화예술단지<예술의전당>(1988)의조경구상도와모형사진,스포츠중심의휴양리조트<휘닉스파크>(1995)의식재계획도와피칭자료등이공개되며이는1980~90년대당시디자이너의소통방식을엿보게한다.또한현재진행중인프로젝트로인문학레지던시<두내원>(2025예정)도소개되는데,마르틴하이데거의『숲길』에서영감을받은산책로의개념스케치가공개된다. 네번째묶음‘정원의재발견’은선조로부터향유되어온우리고유의식재와경관,공간구성방식을적극적으로도입한정원을들여다본다.전통정원요소를자유롭게구사할수있는무대가된호암미술관의<희원>(1997)으로시작해경기도와중국광저우사이의교류정원으로조성된광동성월수공원의<해동경기원>(2005),바다가보이는언덕의개인정원<포항별서정원>(2008)등땅의생김새와성격에부합하면서‘깊은주름’의지형을만들어점진적으로경관을볼수있게만드는“전통정원의내적원리를재현”한사례를만날수있다. 다섯번째묶음‘조경과건축의대화’는건축과의유기적인협업을통해탄생한조경작업을살펴본다.제주오설록(2011,2023)의<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이니스프리>건축물사이조성한제주특유의지형을살린개인주택인<모헌>(2011)의중정정원에담긴깊은숲의풍경,남해<사우스케이프>(2013)의건물사이바다를향한시야를가로막던돌언덕을마치원래그러했던것같은형태로깎아연출한방식등땅의조건을읽고이를중심으로경관이조성되는과정속에서조경가와건축가의내밀한상생작용을확인할수있다. 여섯번째묶음‘하천풍경과생태의회복’은강이흐르는곳에자연적으로발생한습지를보호하고도심속물의중요성을환기시키는작업을다룬다.정영선은<여의도샛강생태공원>(1997,2007),<선유도공원>(2001),<파주출판단지>(2012,2014)등콘크리트로뒤덮인도시기반시설에수공간을삽입했다.습지를복원하고하천환경을개선해인간을포함한다양한생명체들의보금자리를제공하기위한그의노력이소개된다. 일곱번째묶음‘식물,삶의토양’은다양한식생을수집하고연구하며교육하는수목원과식물원,자연의치유적속성이강조된명상과사색의장소들을조명한다.식물을가까이하는삶을통해자연과조화롭게사는방식을배울수있는곳들이다.광릉수목원으로불리던한국최초의<국립수목원>(1987)의설계청사진과남해의독특한기후대의식생을담은<완도식물원>(1991)의조감도,미국뉴욕주북부의허드슨강상류에자리한원불교명상원인<원다르마센터>(2011)를구상한수채그림,대지와식생현황도등이공개된다. ‘신작정원공개’기대…연계학술행사‘정영선읽기’ 서울관의야외종친부마당과전시마당에는이번전시를위한새로운정원이조성된다.석산인인왕산의아름다움을미술관내·외부에재현하고계절감을더하는한국고유의자생식물을식재하여관람객에게휴식처를제공함과동시에조경가의작품을오감으로체험할수있는기회가될것이다.또한실내전시에소개되는500여점의조경디자인기록자료의다차원적인연출을위해조경의‘시간성’에주목한정다운감독의영상과사진작가정지현,양해남,김용관,신경섭등의경관사진도함께소개된다. 또한전시기간에는다양한행사들이함께열린다.▲정영선의대표작<선유도공원>(2002)의봄,여름,가을,겨울을기록한영상‘선유도의사계’가이달10일부터28일까지상영되며▲5월17일에는14시영화감독정다운의조경가정영선에대한다큐멘터리‘땅에쓰는시’상영및감독과의대화시간이마련된다.▲7월3일에는‘정영선이만든땅을읽다’를주제로학술행사도개최된다.이날행사는‘조경가정영선을읽다’,‘정영선의작업을읽다’,‘정영선과의대화’로구성되며,조경진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교수,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교수,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건축학과교수와박승진디자인스튜디오loci소장,전은정조경포레소장,이호영HLD소장,조용준CA소장,백규리현대엔지니어링조경건축매니저등이참여할예정이다. 한편,이번전시에는배우한예리가오디오가이드에목소리를재능기부했다.차분하면서도울림있는목소리의한예리는작품에담긴의미를부드럽게전달했다.녹음을마친후“반세기에걸친작가의대표작이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아름답게숨쉬고있어놀랐다”며전시에대한기대감을나타냈다. 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는한국을대표하는조경가정영선이평생일군작품세계중엄선한60여개의작업과서울관에특화된2개의신작정원을선보이는특별한전시”라며,“그의조경작품에서나타나는‘꾸미지않은듯한꾸밈’이있기까지의각고의분투와설득,구현과정의이야기를통해정영선의조경철학을깊이있게만나는계기가될것”이라고밝혔다.
[정영선 전시①-개막식] “땅을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1세대조경가정영선의삶과작품이종로구소격동에위치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을가득메웠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은4일“정영선:이땅에숨쉬는모든것을위하여”전시의개막식을개최했다. 이날행사에서김성희국립현대미술관장은“이번전시가살아있는재료를삼아서평생생물을디자인해온존경받는조경가의예술을감상할수있는기회가될것으로기대한다”며,엄청난국토개발시기속에서도“정영선선생님의조경작업은일찍이자연그대로의모습을놔두자는아주독특한철학이녹아있다”고말했다.“한국현대사의중요한지점에서작가의손길이어떻게담겨져있고또어떤방식으로표현돼있는지방대한양의그림과설계도,사진,영상,모형등다양한매체를통해작품을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으로믿는다”며,아울러“전시장을한번방문해서는선생님의작업세계를충분히보시지못할것같다”며“여러차례방문해달라”고부탁했다. 현대사중요한건축조경들,선생님작업이었다니“놀랍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제1차관은축사에서“전시회개막행사에외부인들이이렇게많이온경우는제기억으로는없는것같다”며전시를둘러보니“현대사를지나며중요한랜드마크적인건축물들이많았는데,그건축물의관심받는조경들이선생님의작품이었구나라는생각에놀라웠다”며본받아야할분이라고칭송했다.“인문학적인성찰을기반으로담백하면서도아름다운우리의삶과우리들의정체성을살리고역사적공간을현대적으로재구성해낸상상력이집약된전시”라며“우리삶을쾌적하게해주는공간이면에조경설계자의세심한노력이있었다는것을오늘새삼스럽게깨닫게됐다”고말했다. 이날개막식에는오휘영한양대학교도시대학원명예교수의축사도전달됐다.축사는최자호라펜트이사가대독했다. 오휘영교수는축사를통해,불과반세기전에정영선조경가가언론사기자에서조경분야로뛰어들었던당시에는우리나라가조경의불모지였다며,처음에는“대학에서연구와후학양성에몰두하더니어느새조경설계회사를차려굵직한프로젝트들을거침없이수행해왔다.도전을거듭하는자세는작품에도그대로담겨져늘새로운발상으로시대의정신을잘보여주고있다”고도전정신을치하하며“정영선조경가의발자취는하나하나나이테가되어한국조경의깊이를더하고있다.그의손길이깃든공간들은이땅에많은이들에게편안함과새로운힘을줄것이다”라고찬사를보냈다. “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 이어진작가인사말에서정영선조경가는오휘영교수의축사에“은사님의노고는멋진열매가되고싹이되어서조국강산이나날이좋아질것”이라고화답했다. 정영선조경가는“원래우리나라는아득한백제시대때부터정원을소중히여겼고,심지어일본에정원을만들어주기위해전문가가나가기도했다”며일제강점기,6.25등나라가심한고통에시달리다가국가를새롭게세우는과정에서‘조경’이새로운학문으로도입돼당시서울대학교환경대학원을통해지도자들이양성되고수많은일을직접하게됐다고지난조경의역사를회고했다.덧붙여“땅을돌보는방법을잊어버리는것은스스로를잃어버리는것과같다”는간디의말로인사를마쳤다. 이번전시는한국1세대조경가정영선의조경활동을총망라하는전시로,4월5일부터오는9월22일까지이어진다.
‘공간·사람·자연 연결사’ 정영선 조경가의 궤적을 담다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공간과사람그리고자연을연결하는조경을바탕으로한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담은다큐멘터리영화가개봉을앞두고있다. ‘영화사진진’은지난2일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오는17일개봉예정인영화‘땅에쓰는시’시사회및기자간담회를개최했다. ‘땅에쓰는시’는선유도공원,여의도샛강생태공원,경춘선숲길,서울아산병원등모두를위한정원을만들어온정영선조경가의땅을향한철학과내일의숲을위해현재까지도활동하고있는정영선조경가의사계절을담은다큐멘터리다. 정영선조경가는한국1호국토개발기술사(조경)획득한최초의여성기술사다.다채로운작업을통해대통령국민포장,세계조경가협회(IFLA)상,미국조경가협회상(ASLA),한국건축가협회상,김수근문화상등유수의상들을수상했으며,지난해에는한국인최초로세계조경가협회(IFLA)가수여하는조경계의최고영예상인‘제프리젤리코상’수상자로선정되며세계적으로인정을받았다. 한국에서조경에대한사회적위상이낮았던시기에,아시아선수아파트단지(1984),예술의전당(1984),올림픽선수아파트단지(1985),희원정원,호암미술관(1997-1998),인천국제공항(1999),서울올림픽미술관과조각공원(1999),청계천복원(2002-2005),광화문광장(2007),경춘선재생공원(2014),서울식물원(2014)과같은주요프로젝트를통해조경의중요성과가치를알리는역할을했다. 영화는모든생명이싹트는봄과생동하는녹음으로가득찬여름,무르익은색채너머휴식을기다리는가을그리고모든아름다움을준비하는겨울까지‘사계절’을중심테마로구성해다채롭고도풍성한볼거리를전한다.5년간야생화가만개한정영선조경가의양평집앞마당부터남녀노소모두가즐기는대규모공원과신비로움을간직한개인정원등다양한장소를누비며각계절이지닌고유한경치를온전히담아냈다. 언제나사람과자연의관점에서치열하게고민해온‘땅의연결사’정영선조경가의궤적을따라가며,관객들에게일상의위로를건네는공원의아름다움은물론,‘조화’를잃지않는삶의태도로써공원의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든다. 특히미나리아재비,개쑥부쟁이등우리국토의매력을즐길수있는각양각색의야생화와제주를비롯한전국의금수강산을포착하며,한국적경관의현대적완성을빚어낸정영선조경가가그려온자연스럽고도감각적인풍경들을담아냈다.땅이간직한고유의맥락을읽어시를그리듯공간에생명력을불어넣는1세대조경가의진심어린철학을전하며새로운배움으로관객들에게다가간다. 이영화는국내작품으로는최초로제20회EBS국제다큐영화제개막작으로선정됐으며,남도영화제시즌1순천개막작선정및제49회서울독립영화제장편쇼케이스부문에공식초청되는등작품성을인정받았다. 이날기자간담회에는정영선조경가,기린그림의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참석해영화에담긴메시지와영화가만들어지기까지의자세한뒷이야기를들려줬다. 정다운감독은간담회에서“건축과도시를자연과의관계성안에서탐구하는과정을거치며그사이를연결하는‘조경’의중요성을자연스레인지하게됐다.선유도공원,양재천,예술의전당등내인생속의수많은중요한공간들이정영선조경가의손길에의해만들어졌다는사실은운명과도같았다.오랫동안품고있던질문인자연복원과치유에대한희망을풀어나가고자결심한후자연과공간의관계성안에서가장중요한역할을하는조경가의이야기를전하고싶었다”며영화제작의도에대해말했다. 정영선조경가는“1세대조경가라는자격은나혼자잘해서가아닌내주변모든사람들의도움이있어가능했다.그감사함에보답하려다보니지금의내가있는것같다”며“정원을만드는것은단순히꽃을심고나무를기르는것이아닌치유와회복의장이자자연을보살피고서로소통하는장으로만드는것이다.우리가간직하고있는기존의것을더욱아름답게번영시켜자손에게물려주는것이조경가의역할”이라고강조했다. 한편기린그림은정다운감독과김종신피디가2012년에함께설립한건축전문영화영상제작사다.정감독은케임브리지대학에서‘건축과영상’을공부했고,김피디는골드스미스대학에서영화연출을공부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교수, 차기 한국조경학회장 당선
[환경과조경신유정기자]한국조경학회제27대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가당선됐다. 한국조경학회는지난29일청주대학교비즈니스대학B동에서‘2024년정기총회및춘계학술대회’를개최하고,제27대회장단선거를진행했다. 차기임원선거는투표를통해진행됐으며선거결과▲회장에배정한서울대학교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교수▲수석부회장에안승홍한경국립대학교교수가당선됐다. 배정한차기회장은“당선된만큼책임감을갖고발표한공약을실천하기위해최선을다하겠다”며“회원개개인의다양한목소리에성실히귀기울이고학회를넘어업계,시민사회,언론,정부·자자체,관련분야등다양한주체와연대하겠다.여러분의많은도움과협조,애정어린질책을많이부탁드린다”는당선소감을밝혔다. 안승홍차기수석부회장은“그동안의경험을바탕으로회원교류증진,학술기능강화,조경교육방향정립,관련학회협력등신임회장님잘도와서회원들의권익신장에노력하겠다.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이날정기총회는▲2023년도사업및결산보고▲2024년도사업계획및예산심의▲제27대회장및수석부회장등차기회장단선거▲오웅성홍익대학교건축공학부교수의‘월드스킬&조경가드닝:국력,국격,직업의길’특별강연이진행됐다. 김태경한국조경학회장인사말을통해“청주대학교조경학과창립50주년을기념하는날정기총회및학술대회를개최하게돼뜻깊다.얼마전까지만해도코로나팬데믹속에서벗어나기만기다렸는데,이제는인구절벽을마주하고있다.조경을가르치고,후학을양성하는입장에서가만히있을수는없다.학회를통해보다양질의교육그리고시대에특화된교육을준비하겠다”고약속했다. 홍상표청주대학교공과대학장은축사에서“이번행사를청주대학교에서개최하게돼기쁘게생각한다.우리가살고있는현재는전례없는기후위기와환경문제에직면해있다.해수면상승이상기후,대기오염등이러한문제들에대한해결책을모색하는과정에서조경의역할이어느때보다도중요해졌다”며“도시와자연의조화,지속가능한환경조성을위한혁신적인해결책을찾는것이바로조경분야의과제라고생각된다”고말했다. 조경학회는이날▲서주환경희대학교교수▲이민우공주대학교교수▲이경진공주대학교교수▲박재철우석대학교교수▲조동범전남대학교교수▲변무섭전북대학교교수에게정년퇴임공로상을수여했다. 우수논문상은▲하지아본시구도기업부설연구소장·박재민청주대학교교수의‘탄소저감설계지원을위한수목탄소계산기개발및적용’▲곽윤신가천대학교교수의‘융합도시모델링을통한그린인프라수요예측및지오디자인적용’이수상했다. 우수저술상은▲배정한서울대학교교수의‘공원의위로’▲김순기순천대학교교수·김한배서울시립대학교교수·이상우건국대학교교수·이재호서울시립대학교교수·임의제경상국립대학교교수·최정민순천대학교교수의‘조경개념사전’이받았고,우수번역상은▲황주영서울대학교환경계획연구소박사의‘조경’이선정됐다. 우수졸업생은▲김지연강원대학교▲최수민경북대학교▲민세린경희대학교▲김은주계명대학교▲김유겸고려대학교▲임은혜동국대학교▲권미리동아대학교▲이민서배재대학교▲김소담강릉원주대학교▲이주혁건국대학교▲김하림경남정보대학교▲곽동현경상국립대학교▲이지선공주대학교▲윤영두나주대학교▲김소영단국대학교▲김정재대구가톨릭대학교▲황희진대구대학교▲장지웅상명대학교▲백주희서울여자대학교▲정유진영남대학교▲김태영우석대학교▲송해림전북대학교▲양영백청주대학교▲김지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김혜리목포대학교▲이종현서울대학교▲윤예진서울시립대학교▲황서현성균관대학교▲임선영순천대학교▲홍규빈신구대학교▲이현주원광대학교▲김혜교전남대학교▲서현진한경국립대학교▲한승희호남대학교등34명이수상했다. 춘계학술대회는4개분과로▲1분과조경설계·조경이론·조경사▲2분과조경계획·조경시공·조경관리▲3분과경관계획·도시결계▲4분과조경수목·생태계관리순으로진행됐다.
[인사] 이상훈 조경가,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부임
[환경과조경정승환기자]이상훈필드오퍼레이션씨니어어쏘시에이트(FieldOperationsSeniorAssociateDesigner)디자이너가3월부로전남대학교조경학과교수로부임했다. 이상훈교수는서울대학교조경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조경학석사학위를받고,미국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조경디자인석사학위를취득했다.이후미국의필드오퍼레이션에서10년이상재직하면서시애틀센트럴워터프론트,마이애미언더라인,프린스턴대학교캠퍼스조경설계등의프로젝트를주도했다. 이상훈교수는그동안의경험을토대로전남대학교에서조경설계분야과목을담당할예정이며,도시재생,리질리언스조경설계등에대한실천적대안을제시하고자한다. 이상훈교수는“전남대학교조경학과에합류하게돼영광이다”라며“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조경설계의가치와역할에대해고민하고,학생이실천적창의성을가진인재로성장할수있도록노력하겠다”고포부를밝혔다.
조수다, “전국 조경인 청도에 모이다”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조경계최대오픈카카오톡방모임인‘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이하조수다)’이지난23일경북도청도에위치한대영수림원장에서조경인들을위한‘무료전지교육’을실시했다. 조수다의전지교육은조경전지및방제에대해교육을받고싶어하는조경인들을대상으로지난2022년부터매년정기적으로실시되고있다. 이날교육은오전11시부터전국각지에서몰려든70여명의조경인들이참여한가운데▲서광민아름두리조경팀장의‘전지교육’▲조봉균일송농원팀장의‘방제교육’▲유성훈유한조경개발부장의‘입찰노하우’▲대영수림원송동근방장의‘조경인의삶’에대한이야기등다양한주제로진행됐다. 교육에앞서참가자들은자기소개와조경인으로서앞으로의포부에대해서발표하는시간을가졌으며,이어전지교육을맡은서광민팀장이인사말을통해“전국을매년순회하며조경계에서활동하는많은분들과대화를나누고,특히지방권의조경학전공자,취준생,취업취약계층들과소통하기위해이번행사를준비했다”고말했다. 조수다운영진은“청도가접근이쉬운곳이아닌데비행기까지타고온조경취준생,인천에서관리를배우기위해내려오신실무자등전국먼곳에서다양한조경인들이찾아와주셨다”며,이번교육에대해“실무에서는배울수없는내용들이많았고,훌륭한선배들을한자리에서만나볼수있는멋진자리”라고말해줘서보람있었다는뜻을전했다. 또한성공적인행사가되도록찬조해준회원들게도감사의말을빼놓지않았다.송동근방장이교육장소인대영수림원장을제공하고,엄영민이룸건설대표가볼펜을선물했으며,청도한샘조경에서지역먹거리인곶감을제공했다.그외문경삼성종합건설,동산식물원김영민대표,리컴퍼니이철용대표,계림조경자재,천병훈대표,대림원예종묘문현수전무등많은회원들이식사및운영경비에도움을주었다.더불어사전답사를통해70대주차에문제가없도록진행해준유한조경개발과이룸건설에도감사의말을전했다. ‘조경을좋아하는사람들의수다방’은지난2021년5월15일개설된이래입소문으로인기가급상승한모임이다.현재는카톡방최대인원인1500명을모두채우고대기방까지운영하고있을정도로여전히인기를과시하고있다. 송동근조수다방장은앞으로좀더체계적인교육이이뤄질수있도록올해교육일정을미리공개했다. 이에따르면▲4월28일에는시흥농원에서‘수도경기지역전지교육’이▲5월26일에는나린조경에서‘조경사업준비및취업생을위한충청권교육’이▲7월5~7일2박일정으로문경캠핑장모임▲9월28일대규모서울정모▲11월2일일송농원에서호남정모▲12월7일연탄봉사등이진행된다. 송동근방장은“조수다의힘을모아젊은조경인들이사회로나와서겪는현실적인어려움을해결하고조경실무에잘적응할수있도록도움을줄것”이라며“교육행사를준비하는데운영진이힘든점이많았는데,이번에교육시행일을미리공지했으니원활한행사가되도록많은협조를부탁드린다”고말했다. 한편‘조경을좋하는사람들의수다방’에참여하고싶은사람은카카오톡오픈톡방에서‘조경’검색어를통해찾을수있으며,회원수초과로가입이힘든경우가입대기하면추후참여코드를보내주고있다.
‘정원’과 ‘공원’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 ‘부재’…역할과 가치 ‘오염’
[환경과조경박광윤기자]언론사마저‘정원’과‘공원’에대해애매한정의를사용하면서,이에대한잘못된개념이사회적으로확산될수있다는우려가제기됐다. 울산지역일간지인경상일보가“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닙니다”라는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하면서‘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해너무주관적으로정의했다는지적이다. 이언론사는지난18일태화강국가정원에맨발길이나석재벤치등과도한시설물을도입해자연성이훼손되고있는점을안타까워하는내용의고발성영상뉴스를제작해보도했다. 내용의취지는공감하더라도,이러한주장에대한논거로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이제시됐는데전문분야로서공감하기힘든내용이라는것이다. 영상에서는공원과정원을다음과같이정의하고있다.“정원과공원은개념부터다르다.그중에구성요소로보면정원은식물과꽃,나무등의자연요소와조각품,분수등의예술요소가조화롭게어우러져조성된다고하는반면공원은산책로,운동시설,휴게시설등의시설물과함께자연요소가어우러져조성된다고나와있다” 그러면서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므로과도한시설물을도입하지말라고주장하고있어서자칫시설물도입여부가공원과정원을나누는기준으로해석될여지가크다.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을통해주장을이어가는신중함이아쉽다는지적이다. 공원과정원을가르는공인된기준 하지만사실공원과정원을가르는명확한기준이없다.우리나라에서공원과정원을학문적으로깊이다루어왔던것은조경학이유일한데,조경학에서전통적으로정의해오던공원과정원에대한구별은산림청이추진한‘정원법’이통과되면서혼란을거듭하고있다. 과거에공원이라고부르던것들이공공정원으로불려지기시작했고,‘공공정원’과‘공원’의차이에대한기준을폭넓게공유하지못한상황이어서“태화강국가정원이공원이아니다”라고단언하는것은논란이있을수있다. 다만법적인정의로보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아니다”라는말이맞다.공원은법적으로도시계획시설이지만,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에해당되지않는다.그렇다고영상뉴스에서제시한공원과정원에대한정의가법적인정의도아니라는점에서문제점은여전히남는다. 울산시담당주문관은“태화강국가정원은도시계획상공원이아닌하천으로지정돼있다”면서도“시설물들을도입하는것은법적인문제는없다”고말했다. 이에대해남수환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정원진흥실실장은“공원과정원의가장큰차이는어떤시설물이나식물에있는게아닌,조성이나관리에참여하는등의행위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시설위주로설명을해놓았다”며“완벽하게설명이되지는않더라도법적인개념을갖고설명했으면좋았을걸하는아쉬움이있다”고말했다. 실제법적인개념을비교해보면▲“도시공원이란도시지역에서도시자연경관을보호하고시민의건강․휴양및정서생활을향상시키는데에이바지하기위하여설치또는지정된것”으로정의하고세부항목을정하고있으며▲“정원이란식물,토석,시설물(조형물을포함한다)등을전시·배치하거나재배·가꾸기등을통하여지속적인관리가이루어지는공간(시설과그토지를포함한다)을말한다”고정의하고있다. 태화강,“정원이냐?공원이냐?하천이냐?” 오순환환경조경발전재단본부장은태화강국가정원의성격이다양한측면에서해석될수있다고말하며,우선법적으로는“하천일뿐”이라는점을강조했다.“공원같은경우에는도시계획시설로돼있지만정원은도시계획시설이아니다.이것이산림청에서지정하는국가정원의문제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하천이지만땅의속성과는상관없이규모가넓게조성되면서도시공원과같은역할을하고있다.그렇다고해서하천에공원까지중복시설로지정된사례는아직없다”며원칙적으로“하천일부를이용하는이수공간일뿐”이라는것이다. 또한오본부장은조경학의전통적인정의를빌어“본래정원은사유의개념이들어간것이고울타리로위요된곳에조성된것을말해왔다”며요즘“공공정원은공원에해당된다”며,법적인정의를벗어나면“태화강국가정원은공원이기도하다”고말했다. 이번사건은조경의정체성을가장잘표현하는단어인‘공원’과‘정원’에대한조경전문가들의최근고민이너무안일하지않은지되돌아보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는제보였다. 아울러“공원”을단순히시설물과식재의형태로정의하는경우,그사회적가치와역할이오염된다는점에서정원법통과이후이어져오는공원과정원에대한혼란스러운정의에대해사회적으로명쾌하게답하고합의해나갈책임이조경학계에던져졌다는지적이다.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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